[앵커]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둘째 아들이 붙잡히고 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범 혐의를 받아온 둘째 아들의 부인이 며칠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부인은 유서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전말, 한윤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 논현동의 한 주택가. 출동한 119 대원들이 긴박하게 움직입니다.
[119 구조대원 : (뭐라고 신고받고 온 거에요?) 문 잠김 사고라고 받았어요.]
한 대원이 창문을 타고 올라갔다 문이 잠겨 있자 다시 내려옵니다.
잠시 뒤 결국 문을 부수고 들어간 대원들이 시신을 싣고 나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용의자인 차남 정 모 씨의 부인.
며칠 전까지 그는 미궁에 빠졌던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시어머니의 시신이 묻힌 장소를 찾아낸 겁니다.
그런데 경북 울진에서 시아주버니의 시신이 마저 발견된 뒤 공범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안정균/인천남부경찰서장 : 피의자 정 씨와 김 씨는 7월 말부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공모하고….]
남편 정 씨와 함께 범행을 모의한 증거가 속속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정 씨가 먼저 어머니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형에게는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남편 정 씨와 80분간 통화를 하는 등 범행을 상의한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또 형의 시신을 유기하는 방법 등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주고 받은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JTBC 취재진에게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김 씨/피의자 부인 : 강원도 같이 갔다고 했는데 같이 갔다고 한 건 없는 거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한 달 동안 남편을 지켜본 결과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고. 그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린 것 뿐이예요.]
경찰 수사망은 계속 좁혀왔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도 하루종일 조사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취재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습니다.
[김씨/피의자 부인 : 경찰조사 임할 건 임해야 하니까. 그걸 다 호소는 다 하고 싶은데 나중에 연락처 하나 주시겠어요? (네, 제 연락처요?)]
경찰서에서 돌아와 계단을 올라가는 김 씨. 그 힘겨운 걸음이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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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인은 취재진에게 뭔가 할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윤지 기자, 부인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기자]
부인은 억울하단 말을 유서에 남겼습니다. 나중에 확인된 건데 부인이 숨지기 전인 지난 23일 부인은 경찰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범행 공모 의혹을 받은 부인이 이렇게 털어놓은 이유는 뭐죠?
[기자]
안타깝게도 부인이 숨지면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긴 어려워졌는데요.
사건 당일의 행적을 통해 추적해보겠습니다.
관련 내용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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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인천의 한 주택가. 모자와 마스크를 둘러쓴 남성이 자동차 트렁크에 큰 가방 두 개를 넣습니다.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둘째 아들의 현장 검증이 실시된 겁니다.
[정 모 씨/피의자 :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죄송합니다.]
사건은 45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8살 김 모 씨와 장남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3일 밤 늦은 시각.
김 씨의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정 모 씨/이웃집 주민 : 비명소리 보다는 뭐라고 막 소리를 지르는 싸울 때 소리를 지르는… .]
뒤이어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차남 정 모 씨의 모습이 목격됩니다.
[김 모 씨/이웃집 주인 :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불이 켜져 있는데 웃통 벗고 왔다 갔다 해 막 안절부절 있잖아요. 웃통 벗고.]
[이 모 씨 /이웃집 주인 : 칼로 뭐를 써는 소리… 그냥 탁탁탁 이런 소리… 칼국수 면 써는 소리.]
그날 이후로 김 씨와 장남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다음 날인 오후 2시 45분, 장남의 차가 집을 나섭니다.
그런데 차 안에 있던 건 장남이 아닌 차남인 정 씨였습니다.
실종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이를 단서로 정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정씨를 16시간 만에 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 씨 부부는 실종된 어머니와 형을 애타게 찾던 여느 가족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경찰 수사로 번잡스럽게 해 미안하다며 집 주인을 배려하기도 했습니다.
[피의자 정 모 씨의 집주인 : 사실은 용의자로 있다고… 나 때문에 형사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한다고. 그런 소란을 피워서 죄송스럽다고, 나한테.]
하지만 정 씨의 숨겨진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한 달 뒤 경북 울진의 한 야산.
부인의 진술로 어머니 시신이 발견되자 정 씨가 모든 걸 체념한 듯 형의 시신을 묻은 장소를 털어놓습니다.
[현장 수색 경찰 : (여기를 먼저 팠니?) 네 조금 팠어요. (조금 파고 사람 묻고 돌멩이 묻고 돌멩이 올린 거니?) 네.]
시신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 훼손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존속살해 영상물을 보면서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이었지만, 전방위 압박에 하나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안정균/인천남부경찰서장 : 너의 어머니 시신을 잘 수습했다. 그러니까 너의 형도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 그게 사람의 도리고….]
살해 흔적조차 남지 않았던 인천 모자 살인사건은 이렇게 차남과 작은 며느리의 존속살해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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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행 수법도 그렇고 여러모로 끔찍한 사건인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우선은 돈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차남 부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어머니 재산을 상속 받기 위해 형까지 살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부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그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은 며느리가 평소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했다는 증언이 많이 나왔습니다.
부인 김 씨가 1년 넘게 상담을 받았던 정신과 전문의를 취재진이 찾아냈습니다.
관련 내용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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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부인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이번 사건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취재팀은 공범으로 지목된 부인 김 씨를 주목했습니다.
대학에서 금융관련 전공을 한 뒤 카드 상담일을 했던 김 씨가 1년 전부터 공황장애에 시달려온 사실을 취재진은 확인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김 씨를 1년 넘게 상담해 온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냈습니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김 씨 담당 상담의 : 결혼하고 나서 자꾸 찾아가서 인사하고 그러면 오지 말라는데 왜 오냐 이러고… 보통 시어머니들이 그 정도까진 안 하거든요.]
김 씨의 유가족 증언도 비슷합니다.
[유가족 : (김 씨가 전화로) 우리 시어머니가 이렇게 이렇게 나를 괴롭혔어. (뭐라고 괴롭혔나요?) 죽이고 싶다. 시어머니가 우리 딸을….]
폭력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유가족 : (딸이 말하길) 시어머니가 날 보고 못사는 집에서 데려온 딸이라고… 따귀를 다 때렸어.]
남편 정 씨 역시 어머니와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어머니 김 모 씨 지인 : 자식들이 서른이 넘었으면 자기 알아서 해야 하는데 왜 엄마 등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빨아 먹느냐 이러더라고.]
정 씨는 대학을 졸업 후 컴퓨터 관련 일을 하다 크게 사기를 당했다고 합니다.
[김 씨 작은아버지 : 왜 자꾸만 사업을 한다고 해서 빚지고 사기 당하고. 사기도 당했대요.]
최근엔 카지노까지 드나들면서 빚이 8000만 원으로 불었습니다.
부인 김씨의 고통은 커졌습니다.
[부인 김 씨 담당 전문의 : 나보고 돈 벌어오라고 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000 나가게 되고… 사람 사는 거냐.]
이런 어려움 때문에 모친 소유의 8억 원 재산을 노리고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병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심리적으로 고통받아왔을 가능성도 있고, 그런 경우라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고통에 기반한 판다을 할 수가 있거든요.]
어머니와 형이 숨질 경우 유산은 둘째 아들인 정 씨에게 상속됩니다.
하지만 정 씨의 범행이 드러나면, 존속살해범에게는 상속 재산을 주지 않는 민법에 따라 정 씨는 상속 자격을 잃게 되고 며느리가 상속을 받게 됩니다.
[이정현/변호사 :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그 다음에 장남이 돌아가신 경우에는
어머니의 재산 전체를 그 며느리 피의자 정 씨의 배우자죠? 그 분이 단독 상속을 받을 수 있죠.]
CG 최근 5년 간 300건 가까이 일어난 존속살해 범죄.
올 상반기만도 벌써 33건입니다.
오랜 갈등에서 쌓인 분노와 돈 문제로 인한 마찰이 중첩된 경우가 많습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고 가족 외부의 전문가라든지 기관에 적절하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인천 모자 실종사건'.
결국 어머니와 장남, 그리고 며느리가 숨지고 홀로 남은 차남은 존속살해와 살인 용의자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