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빈민 구호’ 등 공로 서울 명예시민증 받은 노무라 목사
“일본은 한국인에게 너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한국인이 용서한다 해도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노무라 할아버지’로 불리는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82) 씨는 한국의 불행이 일본의 침략에서 시작됐다는 생각으로 1970∼1980년대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 구호활동을 펼쳤다.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노무라 목사는 청계천 빈민들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1985년까지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하며 고 제정구 의원, 정일우 신부를 도와 지원 및 구제활동을 벌였다. 그는 또 1970년대 서울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800여 장의 사진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서울시는 노무라 목사가 시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3 명예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라 목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무라 목사는 1970년대 청계천에서 빈민 구호활동을 벌였고, 서울시에 희귀 사진자료를 제공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푸르메재단을 통해 장애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재단 측의 추천으로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노무라 목사는 지난 2009년 한국에 장애어린이를 치료하는 작은 재단이 있다는 것을 안 후 매년 푸르메재단을 방문해 기금을 쾌척하고, 장애어린이 부모들을 위로하고 있다”며 “노무라 목사의 한국 사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서울시에 명예시민증 수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노무라 목사는 또 올 2월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봉선화’와 ‘우리의 소원’ 등을 플루트로 연주하며 위안부들의 아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우익 성향의 일본인들을 자극했고, 그는 매일 욕설이 담긴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서울시 신청사 1층에서 사진전을 연 노무라 목사는 “보잘것없는 일본 노인네가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좋은 인연을 맺은 후 이렇게 서울시 명예시민증까지 받게 돼 감사하다”며 “요즘 정치적인 문제로 한·일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나 같은 선량한 일본인들도 많다는 걸 한국인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