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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기업이라는 곳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시시하고 보잘 것 없으며, 형편없는가에 대해서는 다녀 본 사람만 알겠지,
회사원 이야기나 해볼까.
난 지난 나의 4년이 총체적으로 낭비라는 생각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은 상상만 할 뿐인 부분을 직접 경헙했으니까.
나는 4년 내내 출근시간이 7시였다. 대부분 7시20분에 출근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7시면 대부분 출근해 있었다. 퇴근은 또 굉장히 늦는데, 일이 많아서인 적은 거의 없다.
회의가 저녁에 있거나, 회식이 있거나, 아니 면 그냥 다들 안가니까 있거나, 퇴근이 늦을 때 메신저를 보면 다른 계열사에 있는 동기 들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뭐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대기한다.라고들 답했다. 도대체 왜, 회사는 우리들의 삶을 대기 하는 것으로 소모시켰던 것일까, 일이라도 하면 좀 나을텐데.
지금도 내 동기들은 이른바 초일류기업에 근 무하며 전세계를 상대로 일한다고 말들은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있다. 아,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븅신같이 살아야하나, 하고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인사팀에 근무 하던 동기는 '잘생각했어, 진짜 부럽다. 난 용기가 없어'라고 정말 진심으로 부러워했었 다. 너도 그만둬, 라고 했더니 씁쓸하게 웃었 지
올초, 신입사원이었던 동기들의 대리 진급이 있었다. 나는 대리가 되었고, 연봉은 1300만 원이 뛰었다. 성과급포함하면 2천만원 정도 는 뛴 셈.
그즈음해서 대리 진급을 못한 동기들은 꽤 많이 퇴사를 했다고 한다.
초일류기업에 대한 환상,
뭔가 스마트할 것 같고,
뭔가 최첨단일 것 같고, 뭔가 되게 지적 일 것 같고, 뭔가 긴장감 넘칠 것 같지만, 사 실 우리끼린 이곳을 '
일류 인재를뽑아다 바보 만드는 공장'이라고 얘기했다.
회사 생활에서 힘든건,
업무에 관련된 것도, 사람에 관련된 것도 아닌 그냥 왜 이회사는 나에게 삶이란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소원은 남들 출근할때 출근하고, 남들 퇴근할 때 퇴근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회사를 그만두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망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도 많았다. 퇴사를 한사람이 무능력해서라고 비하하고,
결국은 망할거라고 저주하지 않고서는 남겨지 자신들의 모습이 너무 슬퍼보였기 때 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똘똘한 친구들은
적당한 타이밍에 그만뒀는데,
결국 남겨진 사람들은 연봉은 매년 오르고 무언가 도전하는 것은 두려워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채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는 것만을 반복했었다.
생각해보면,
그 옛날,
스키장 하나를 통째로 전세내고 신입사원 7천명이 모여 공산당 무슨 행사를 방불케하는 행사를 하던 그 신입 사원 시절엔 '야 나도 뭔가 멋진일을 하는 인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부끄럽지만,
삼성을 떠나며 라는 물산에 다니던 몇기 선배의 유명한 퇴사문 같은게 있 는데 읽으며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가슴이 터져라 사랑한다고 외쳤던 회사와 동기들을 떠나며.
라는 문구가 있었는대, 그래 그도 나도 뭔가 잘못된걸 사랑하고 있었겠지
퇴사 전에 한참 외제차를 보고 다녔다. 이거라도 사면 돈이 아쉬워서라도 회사를 더 다 니고 싶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지만 매일 두들겨 패는 남편의 돈만 보고 안떠나는 아내가 된 기분이라 그만 뒀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회사를 왜 그만뒀냐고 물어서
"너무 시간이 없어서요"라고 하면 "그만큼 돈을 주잖아요" 라고들 말한다.
난 내 삶이라는 게 그 정도 값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라고 말 하고 싶지만 못했다. 그러면, "나라면 그 정도 주면 충성해서 하겠다"라고들 말하는데, 별 의미없는 짓을 한다.
진짜로, 뭔가 멋지고 스펙타클한 걸 하는게 아니라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서 동그라미만 그리고 그걸 다 지우고 다시 또 그리는것보다 무의미한 일만 한다.
물론 세상에는 더 무의미한 일을 하며 더 적은 돈으로 살아내야만 하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싶다.
왜 어떤새끼들은 돈을 말도 안되게 많이 벌고, 어떤 분들은 터무니 없이 적게 벌까, 비정상을 견디는게 고통이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돈을 버는 이유는 경쟁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이미 틀 자체를 짜놓은 상태기 때문에 딱히 경쟁력이 없어도 상관없기 때문일 것이다.
도무지 대기업을 떠나서는 뭔가를 할 수가 없는 사회니까,
맛집 추천 리스트도 다 프렌 차이즈인 상황이니,
삼성에서 돈받아서 삼성 핸드폰쓰고, 삼성보험들고, 삼성증권하고, 삼성마트가고, 삼성TV보고, 삼성놀이공원가 고, 삼성식당에서 밥먹고,
삼성국수에 삼성 두부로 끼니를 떼우니 결국 돈은 다시 삼성 으로,
인터넷 보다보면 누가 대기업 욕하면 '다니지도 않는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들어갔다 나왔다. 나는 이제 마음대로 욕할 수 있다.
대기업 회사 생활을 무슨 중원무림같이 권모술술가 난무하고, 독사같은 악당들이 많은 곳으로 묘사하는 것들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불쌍하다.
다들 집에도 못들어가고 하루하루 삶을 회사에 헌납하는 수도자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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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국에 있을 때 대기업이란 곳에 다녔는데 제 생각을 읽기좋게 써놓은 것 같아 퍼옵니다. 거기 다녔을때 일주일에 두 번 회식(술) 하고, 야근하고, 집에서 쉬는데 전화와서 전화 붙들고 집컴으로 일하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달의 반을 해외출장다니는 당시 팀장은 정말 말그대로 매일 일했지요. 월요일에 출근해보면 주말에 있었던 일이 처리되어있곤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