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훈제 한 점?…초등학교 부실급식 '너무하네'
서울 청운초 부실급식
저학년에 매운 고추장 수제비… 한 달 내내 김과 두부 한 조각
시교육청 24일부터 감사돌입
“초등학교 저학년이 먹기에 고추장 수제비는 너무 맵죠.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오리훈제인데 한 점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서울 종로구 청운초 학부모 김은영(여·가명)씨는 학교 급식 수준이 엉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학교 2, 6학년 자녀를 둔 김씨는 “둘째 아이는 월·수·금요일 4교시면 수업이 끝나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 오는데도 밥을 또 달라고 할 때가 많아서 의문점을 가졌는데 학교 급식비가 그렇게 많이 남을 줄 몰랐다”며 어이없어했다.
갓 배식된 청운초 학생들의 급식 식판에 오리고기와 채소 반찬이 한두 점씩 놓여져 있다.
청운초급식비대위 제공
23일 학부모 350여명으로 구성된 청운초 학교급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해 무상급식비 총 예산(식자재 구매액) 3억900만원 가운데 3500만원(11.3%)을 쓰지 않고 시교육청에 반납했다. 자녀들로부터 부실급식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급식 예산 집행에 의심을 품은 학부모들이 지난 5월 학교 측에 요청해 밝혀낸 사실이다.
비대위 측은 “한 달 동안 김과 두부 한 조각만 나오는가 하면, 겨울 내내 고급감귤 천혜향이 나오기도 했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식단을 운영하다 연말에 남은 돈을 몰아쓰다 보니 그런 식단이 짜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대위가 세계일보에 제공한 ‘청운초 2013학년도 월별 무상급식비 지출 내역’을 보면, 11월까지 1800∼2200원대였던 1인당 식품비 단가가 12월에는 2803원, 올해 1∼2월에는 3241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치는 학교는 있어도 (청운초처럼) 수천만원씩 남기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전입생을 감안한 예산 신청 부분을 빼면 실반납금은 2600여만원 정도”라며 “관리감독을 잘못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24일부터 감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