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은 최성철, 22년 살아오면서 평생 여자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한 불쌓한 놈이다.
중학교때부터 쪄온 살들이 몸 덕지 덕지 차지해버렸고, 결국 호흡을 방해할 정도로 지방이 달려있다.
고등학교 때 심하게 난 여드름 흉터자국에, 키는 170 아래를 밑도니 당연히 여자들이 꼬일리가 없다.
어쩌어찌해서 대학교를 오긴 왔는데, 학기 초 서로 눈 맞추면서 연애하기 바쁜 이때에 나는
여지껏 내게 말 걸어주는 여자 한명 없었다.
내게는 매일 집 안에 틀어박혀서 홀로 자위에 빠지는 시간만이 유일한 유희였다.
"야, 성철아 너도 와서 같이 놀자"
대학교 mt에서 마저 나는 소외된 존재다, 그나마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민수가 나를 불러주지만
위선일 뿐이다, 역겨운 자식.. 잘생긴 자식이 나를 이해한다는 듯 구는것이 더 가증스럽다..
순식간에 여자들 사이에 소리없는 불쾌한 눈짓이 번졌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민수는 머쓱하게 다시 고개를 돌린다.
"선배, 성철이 오빤 부르지 마요"
"왜?"
"오면 땀냄새 난단 말이에요"
모여서 게임을 하는 사람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야, 넌 선배한테 그렇게 말하는게 어딨어?"
누군가 대꾸한다 "뭐 어때서, 지가 자초한 일인걸.. 자기가 좋아서 저렇게 사는거 아냐?"
"맞아, 맞아"
겉잡을 수 없이 살의가 치밀어 오른다.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힘겹게 밖으로 걸어 나간다
"깔깔깔, 나간다 나간다.." "야, 들은거 아냐?" "무슨 상관이야.."
밖으로 나오자 한결 나은 기분이 든다. 적어도 저 안에있는 걸레년들의 수다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눈을 감고 상상을 한다. 과도 하나를 집어 들고
여관안으로 들어가서 모두를 찢어 죽이는 짜릿하고 기분 좋은 생각..
항상 위선적인 모습으로 가장한 민수 녀석의 얼굴 가죽을 도려내는 거야, 이렇게..
"거, 참 생각 한번 살벌히 하는 놈이구만.."
깜짝이야.. 흠칫 놀라 뒤를 돌아 보니 한 평범한 노인이 보였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대꾸하자 노인이 갑자기 퉁명스레 대답했다.
"네놈말이다, 네놈.. 생각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곧은 놈은 못되는구나"
어디서 나타난건지 노인은 머리가 돈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방금 떠올린 생각때문에 조금 묘한
기분으로 노인을 빤히 들여다 보면서 대답할 말을 찾았다. '도에는 관심없다고 해야 하나..'
"예끼! 사람 봐가면서 돌팔이 취급해, 인석아 난 그런 머저리가 아니다"
이 노인이 불현듯 내 생각을 꿰뚫어 본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자연스럽게 경계를 취하게 되었다
"당신 누구야?, 누군데 여기와서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 돌은거 아냐?"
"...천지에서 음양합일의 이치를 누리지 못하는 자가 적진 않으나, 네꼴은 정력이 없는 놈보다
더 못나면 못났지, 잘난 것이 없지 않느냐" 노인의 말투에 담긴것은 명백한 조롱기였다.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는 기분에 나는 소리쳤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 어디서 잡소리를 지껄여 대는거야!!"
흥분한나머지 퉁퉁한 목살이 부르르 떨린다, 전신에서 땀이 비오듯 나기 시작했다.
"에이 썩어 문드러질 놈, 네 알아서 쓰던 말던 맘대로 해!"
노인은 뭔가를 내게 던졌고,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나는 잡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에
맞고 말았다. "이런, 망할 영감탱이가..!" 씩 씩 거리면서 난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없었다, 어디에도.. 귀신마냥 그 늙은 노인네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자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홀린것 마냥
노인이 내게 던진 물건을 집어 들었다. 박카스 만한 흰 병안에 투명한 액이 담겨있었다.
병 밖에는 흰색으로 어설프게 써 붙인 설명서가 있었다. "의..인화(義人化)?"
우습게도, 나는 병을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냥 버리기에는 노인과의 만남이 너무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끼익- 덜컥 "다녀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홀로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방과후.. 내게는 이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빌라 사람들이 모두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바로 이시간이..
"헉.. 허억.. 헉.." 컴퓨터 스피커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볼륨을 최고로 틀어 놓고,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은 영상을 보며 난 손을 마구 흔들었다.
비만인 몸에 살들이 출렁거리며 요동치고, 온 몸에 땀이 축축히 밴다.
잠시 뒤, 절정이 지나가고 난 침대위에 축 늘어졌다.
항상 그렇다, 한차례의 자위가 끝난 뒤에는 끝없는 자기 혐오가 이어진다.
땀에 젖은 채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내가 한없이 역겹다. 다른 자식들은
여자친구와 모텔을 갔다는 둥, 키스를 했다는 둥 서로 떠벌리듯 자랑하는데, 난 이 조그만
골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위안을 삼고있는 것이 구토가 나올 것 같다.
"아!" 침대위에서 뒹굴다 보면 가끔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는 옷가지 위에 누울때가 있다.
밍기적 밍기적 바지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보니 낯익을 글자가 보인다 '의인화'
새삼 내가 이걸 왜 가져왔는가 어이가 없었다, 코웃음 한번치고 집어들고는 쓰레기통으로 향하는데
쓰레기통 아래 커다란 바퀴벌레 한마리가 보였다 "깜짝이야, 엄마가 약을 안뿌리셨나?"
기웃 기웃 거리면서 바퀴약을 찾자니 귀찮다는 생각이 왈칵 든다. 저 커다란 놈을 밟아 죽이기도
끔찍해서 고민 고민 하는데, 손에 들고 있는 약병이 문득 눈에 띄었다.
뚜껑을 열고 가만히 내려다 보니, 물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냄새를 맡아 보아도
별 특이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뭐야 이거, 그냥 물인가"
그 사이 동안에도 커다란 바퀴는 도망갈 생각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발을 굴러보아도 움직이지
않자 이내 이것이라도 뿌려서 도망가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속의 액을 조금 뿌렸다.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빛과 함께 앞에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처녀의 가슴과 그것이 바로 드러나 보이자 한차례의 사정이 끝나 축 늘어진 성철의
그곳 다시금 불끈 서올랐다 새카만 흑발과 커다란 눈을 올려 성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난 미녀이었다. 약간 거뭇한 피부가 더욱 그녀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귀걸이도
목걸이도, 반지도 장신구 하나 없이 그냥 전라의 몸으로 성철앞에 앉아 있었다.
"누, 누구세요?"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성철을 빤히 보았다. "저.. 어떻게..? 여기에..?"
더듬거리며 말을 하지 못하던 성철의 눈에 흰 병의 쓰인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그랬다.
그녀는 바퀴벌레였던 것이다.
성철을 그녀를 끌고 침실로 갔다. 그녀는 일어설줄도 몰랐다, 성철이 허리를 잡자
다급하게 기어서 도망가려했다. 손가락과 발이 기괴한 각도로 마구 움직였다 몸은
그렇게 도망가려 하는데도 비명소리하나 나오지 않았다 본래 목으로 발성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는 그녀와 정사를 나누었다. 여자의 신음은 없었다, 그저 헐떡거리는 남자의 숨가쁨은 끊이지
않았지만.. 한때 바퀴벌레였던 그녀는 어느 인간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반항하던 몸짓도
인간이 가지던 생식 본능보다 왕성한 종족 본연의 것으로 돌아가 어느덧 그녀가 더 성철의 몸짓을
받아들이며 원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그는 사정하며 상대가 인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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