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외계인

최익명 작성일 14.07.22 14: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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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은 외계인을 굳게 믿었다.

이 넓은 우주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분명 자기들 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속을 읽어 의사소통 할수 있게 하는 심리 자기파 분석기나,

기계가 설치된 범위 내에서는 순간이동이 가능한 공간 전이 기기도 만들어냈을 정도로 발달한

소년이 사는 문명의 세상속에서도 과학자들은 외계인만은 발견할 수 없었다.


어른들은 소년에게 그런 허황된 거짓을 좇지 말고, 좀더 의미있는 일을 하라고 말했지만,

소년은 아랑곳 하지않고 밤마다 별이 빛나는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우주를 바라보며 자신이 외계인을 발견하던 소년이었지만, 수많은 시간하늘을 쳐다보아도

외계인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은 자신이 그토록 찾길 염원하는 존재를

전혀 다른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차가운 극지에서 사는 소년은 그의 가족들이 살고있는 그나마 따뜻한 지역에서

벗어나 혹한과 추운바람이 몰아치는 빙산 협곡으로 몰래 가곤했다.

그가 자주 가는 곳은 물이 거대하게 얼어붙어 양쪽으로 서있는 장관의 빙벽이었다.

밖에서 보면 눈에 뒤덮여 불투명하게 보이지만, 동굴 내로 들어가면 양쪽 벽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이곳이 순식간에 얼어붙은 바다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동굴을 걸어다가 보면 부패하지 않고 살아있을때와 똑같은 모습을 지닌 물고기들이

양쪽 벽 얼음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듣기로는, 이 빙벽은 엄청나게 오래 전, 이 별에 닥쳤던 빙하기때에 얼어붙어 버린 것이라

했다. 그때부터 서서히 시작된 지각 변동은 이 빙벽이 있는 대륙을 더욱 멀리 극한 지방으로

보내버렸고, 그때부터 이곳은 절대로 녹아 내리지 않게끔 방치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천천히 동굴을 따라 걸었다. 이미 외워버릴 정도로 이곳에 와보았던 그는 어느 길에

어느 물고기가 얼어붙어 있는지, 또 어디에 어느 낙엽이, 또는 기괴한 물고기가 얼어붙어 있는지 모조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어디 부분에서 동굴이 끝나는지도 알고 있었다.

동굴은 마지막으로 발견한 물고기에서 부터 정확히 47걸음에서 끝났다.

그러나 그날은 아니었다.

그는 그가 한번도 가지 못하도록 얼음으로 막혀 있었던 동굴의 막다른 곳이 무슨 이유에인지

무너져 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너진 얼음 사이로 뒤에 계속해서 이어진 빙벽의

동굴이 보였다. 소년은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얼음을 치우기 시작했다.

얼음을 모조리 치우자, 자신이 한번도 가지 못했던 앞길이 길게 이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어떤 물고기가 자리하고 있을까, 기대감에 사로잡혀 빠른 걸음으로 앞길로 걸어갔다.

백여 걸음쯤 걸었을까, 소년은 빙벽속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는 실망감에 사로잡혔다.

설상가상으로 동굴은 내부로 걸어갈 때마다 점점 어두워지고 추워졌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그는 앞의 얼음에서 희미하게 비쳐보이는 어떤 것을 발견하고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

빙벽 안에는 그가 그토록 찾아마지 않던 외계인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소년이 사진이나 방송으로 수없이 보아왔던 미확인 비행체와 똑같은 것이 얼음속에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우주선은 그가 보았던 영상들과 엄청나게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흰색의 바탕에 뾰족한 앞부분, 그리고 뒤로 갈수록 커지는 유선형의 몸통에 얇은 막이

여러개 달려 있었다. 한치의 틀림이 없는 미확인 비행 물체다.

소년의 가슴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가 그토록 보고싶어 했던 존재가

저 우주선 안에 들어 있을 지도 모른다!

소년은 집을 향해 달렸다. 달리다가 수없이 엎어지고 굴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 달렸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소년은 가족들에게 그가 본것을 정신없이 떠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소년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결국, 그 비행체의 발견은 소년의 가족들이

그에게 끌리다시피 동굴로 가서 그들이 직접 확인을 한뒤에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온 세상이 흥분에 도가니였다. 모두가 앞다투어 그 비행체를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한고 모두에게 알리기전에 먼저, 빙하에서 그 비행체를 꺼내는 것에

모든 세계가 민감하게 집중을 가했다. 최첨단의 기기들로 얼음들을 조각내었고,

엄청난 정밀도를 요구하는 발굴 작업에 그 비행체는 발견된지 장장 70일이 지나서야 깨끗하게

얼음속에서 꺼내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는 그 비행체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더한 충격을 받고 더 큰 흥분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바로는,

내부에 과학력이 가미된 것이 틀림없는 냉각보관장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행체의 자체적인 동력은 모조리 다한 뒤였지만, 마침 빙하기의 바다에 침몰한 뒤로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지라 보관장치 내에서는 외계인이 있을지도 몰랐다.


냉각 보존 장치를 복원해내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그 냉각시스템이

자신들의 과학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파악한 그들은 이 비행체를 만든 외계인들이

자신의 행성보다 뒤떨어지는 과학력을 지녔을 것이라고 유추해냈다.


그리고 결국엔 그날이 왔다. 비행체가 발견된지 정확히 106일째 되는 날이었다.

보존장치를 복원하여 동력을 주입시키자 비행체는 안에 내장된 어떤 존재를 해동시키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몇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비행체 내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외계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온 세계에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 이었다.

"놀라워, 정말로 외계인이 존재한다니.."

"정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봐왔던 모습과 유사하지 않아?"

외계인조차 자신앞에 마주한 과학자들을 보고는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매우 놀란것이 분명해 보였다. 외계인은

검은 눈으로 그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그 존재와 대화하기 위해

심리자기파 분석기를 가동 시켰다.

"내 말이 들립니까?" 외계인은 순간 몸을 흠칫했다. 그리고 놀랍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제동을 가하고 있는 분석기를 바라보았다.

"저것때문이오? 놀랍군, 이렇게 대화가 통할 줄은 꿈에도 몰랐건만"

외계인의 생각이 침착한 목소리로 변형되어 분석기를 통해 흘러 나왔다.

"이 행성에 불시착한 나를 당신들이 구해주었겠지, 매우 감사를 표하오"

과학자는 외계인을 마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구해냈죠, 당신은 얼음속에서 비행체와 함께
불시착했고,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당신을 발견한 소년이 지금 이곳에도 와있죠"

외계인은 고개를 돌려 연구소 내에 위치한 많은 무리중에서 단 한명의 어린 아이를 발견했다.

"그것이 저아이이오?"

"그렇습니다, 당신은 저아이덕분에 이렇게 우리와 대화하고 있지요"

외계인은 그 아이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매우 놀랐지만,

힘차게 손을 마주 흔들었다.

"자, 이제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고향이 어디이고, 왜 이곳에 왔는지 설명해야만합니다.

우리에게 말해주세요, 모든 이들이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은 괴롭다는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바닥을 바라 보았다.

"아까 비행체 내에 타임 수치를 계산해보니 천문학적인 시간이 흘렀더군, 각오했던 일이지만..

우리 행성은 이미 멸망했을 것이오. 그리고 내 종족도 사라져버렸겠지. 이것은 확실하오.

내가 행성을 떠나올 당시부터 여러가지 심각한 환경문제나 서로간의 분쟁이 많았던 곳이었으니 말이오.

또, 멸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리 종족에게 이변이 없었던 이상은 당신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과학력을 가지고 있을 테니, 우주간의 전쟁에 대해선 염려할 필요가 없소"

과학자들과 외계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려는 매스컴들의 카메라에 의해 그의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까만 털이 가득한 머리, 흰색에 검은 눈이 자리한 안구,

흰색의 피부, 손과 발에 달린 짧고 단단한 다섯개의 돌기.. 그는 오래전부터 미스테리였던

외계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별, 지구에서 나의 이름은 마이클 핀치버그였소. 미국이라는 세계의 초강대국의 우주비행사였지.

우리 행성인 지구에서는 우주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NASA라는 특수한 집단이 있고,

나는 그들이 내놓은 프로젝트에 최후로 선정된 우주 비행사였소. 그들의 계획은

점점 더 환경의 파괴로 엉망이 되어가는 우리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을 찾아 개척한다는 거였소.

극비리에 비행사들을 모집했고, 나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위로금을 지불하는 조건과, 인류를 위해

죽는다는 것을 위로로 삼아 그 비행에 스스로 지원했고, 뽑혔소.

그들은 모든 예산과 과학력을 동원해서 우주비행선을 만들었고, 절대적인 비밀 프로젝트중인던

육체 강화수술과 약물을 통해 내 신체를 강화시켰소. 그리곤 나를 가수면 상태에 빠뜨려 비행체내로

안전하게 장착했지. 비행체의 동력은 최대로 500년 이었소. 만약 그기간 동안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한다면, 나는 그행성에 착륙하여 가수면에서 깨어난 뒤에

비행체를 우주송신모드로 트랜스 시킨 뒤에 지구의 NASA를 향해

비밀암호를 전송하면 되는 것이었지. 암호는 "아폴로의 영광" 이었고..

하지만, 예상을 어기고 460년의 비행 끝에 동력이 다한 비행체는 NASA의 기본 프로그램설정에 따라

판단을 시작했소, 주변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없다면, 그나마 생명체가 생장하기에 적합하도록 변모할

행성을 찾아 착륙하라는 명령이었지. 하지만 그나마도 이별에 착륙하는 도중에

연료가 다해 비행체는 불시착하기 시작했소. 불행중 다행으로 마침 이곳은 빙하기 였더군.

나는 극한으로 얼어붙고 있는 바다속에 떨어져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소.

그 상태로 또 천문학적인 시간이 흐르고 당신들의 문명이 발달함으로써 이렇게 기적적으로 당신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소. 내가 이 모든것을 자세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특별히 제조되어

설치된, 비행중에 일어났던 중요사항만을 뇌리로 보내어 저장하는 기억회로 기기 덕분이오"

많은 이목이 그에게로 계속 집중되었다. 100여명이 모여있는 연구소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도록 조용했다. 모두가 그외계인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외계인, 아니 지구인은 이 별에 살고 있는 모든 외계인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나의 고향.. 지구를 기억하라는 것이오.

내 종족인 인간은 스스로의 탐욕과 욕심을 견디지 못하여 멸망을 자초했소.

당신들이 우리 어리석은 종족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라오.

내가 고향을 잃은 것처럼 당신들이 고향을 잃게 되기를 바라지 않소. 또 나처럼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한명의 종족이 되기를 바라지 않소. 어쩌면 인간이란 종족은 이제 나 하나이고,

그 외로움은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더 크고 두렵다오.

그러니, 부디 우리를 기억하시오. 그리고 깨달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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