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교육부가 11일 필자회의를 소집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 하지만 교육부는 급작스레 장소를 바꿨다.
ⓒ 윤근혁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군사독재 알리는 사건, 이해 안 간다"
교육부와 EBS교재 필자들에 따르면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지난 7일 EBS에 전자메일을 보내 "삼청교육대 관련 문제도 제외하라"고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교육부는 같은 메일에서 '박정희 유신 내용을 줄이고 특정 2개 출판사가 낸 교과서 내용을 더 반영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5월 31일 전두환 신군부 세력들이 사회정화를 내세우며 만든 무자비한 인권탄압 군사훈련기관이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삼청교육대의 설치가 불법이며 인권유린이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7일 EBS에 보낸 메일에서 '삼청교육대를 빼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하면서 "난이도가 높으면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높아질 것 같아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군사독재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고교 < 한국사 > 교과서에서 사진까지 넣어 다루고 있는 내용"이라면서 "이런 역사적인 중요 사실을 '난이도가 높다'라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제외토록 지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이 같은 교육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국정교과서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 역사단체들도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 필수 한국사 > 교재 집필진 회의를 열기로 했다. 참석 대상은 교재 집필진 17명 전원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집필자들이 소속된 학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교육부가 지난 8일 EBS < 필수 한국사 > 교재 집필 관계자들에게 보낸 공문.
ⓒ 제보자
교육부가 소집한 회의, 대거 불참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는 전체 집필자의 35% 수준인 6명에 그쳤다. 이처럼 교육부가 소집한 회의에 대거 불참 사태가 벌어진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예상과 달리 교육부 관계자가 5분 가량 말하고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아마도 어제(10일)의 언론보도를 의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교육부가 요구한 수정 내용을 잘 반영하라'는 취지로 완곡하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의 장소를 급작스레 바꾸기도 했다.
회의 불참 사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개학한 학교가 있는데다 공문도 늦게 가서 생긴 일이며 교육부의 수정 요구에 대해 필자들이 반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태년·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국정교과서 추진을 사실상 공언한 가운데 교육부가 교과서도 아닌 EBS교재를 검열하고 나선 것은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EBS에 보낸 전자메일 등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