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신대륙의 발견 및 '대항해 시대'의 도래가 콜럼버스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옛날부터 극지방의 이누이트들이 유라시아에서 알래스카를 거쳐 미주대륙까지

자유로이 왕래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또 바이킹들이 콜럼버스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그들 특유의 빠른 쾌속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빈 사실 또한 잘 알지 못한다.

또 많은 이들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구텐베르크'에 의해 시작한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보다 200년 앞서...상정고금예문을 금속활자로 찍어낸 고려의 장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직지심경 또한 구텐베르크의 성경 보다 60년 앞섬.)

역사는 역사에 끼친 영향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그 의미를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유럽의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근대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사회 전반적으로 대격변을 야기했다.

허나 고려의 세계최초 금속활자 인쇄술은 애초부터 불서 제작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구텐베르크의 혁명이 고려 불서 제작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치 판단은 판단하는 문화권과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또 같은 의미로..서구 열강들은....세계 여러대륙의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화 하고...패권을 잡았다.

이 과정에 그들이 저지른 수많은 살인과 가앙간, 약탈...전염병의 창궐 등은 '대항해 시대'라는

문구로 낭만적으로 포장되었고, 서슬퍼런 '제국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들이 멋지게 포장한 그들의 역사에 우린 열광했고,동경했으며..사대했다.

어느덧, 우리의 찬란한 역사에 주목하기 보단...

폭력과 비인간성으로 점철된 야만의 역사를 우러러보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세계사' 를 다뤄본다.

금일 필자가 소개할 인물은...동방의 '콜럼버스(?)'라 불리우는

명나라의 환관 이야기다... 이를 통해 향후, 필자의 세계사 게시물은..

서구의 우월한 시각에 의해 그 업적이 상당히 저평가 되고 있는

인물들로 하나 하나씩  채워나가보려 한다.

자~ 일단 시작해보자~!

(명나라 해상왕/ 마삼보- 후에 정화)

중국 명 왕조 초기... 이 거대한 중화 제국의 땅에

일개 환관 출신으로  장군, 해군제독, 외교관, 정치까지 다 해쳐 드신 멀티플레이어가 있었다.

명석하고 뛰어난 브레인, 천상유수인 화술로....당시, 명 황제인 영락제의 총애를 받던 이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한족이 아닌....서역 출신의 무슬림이었다.

이름은 마(馬)삼보. 여기서 마(馬)는 마호메트의 마를 한자로 음차한 것...

또 아버지의 이름은 마합지(馬 哈 只) 였는데...여기서 합지 (哈 只)는 순례를 뜻하는

hajj를 역시, 한자로 쓴 것이니.....100% 무슬림 가문 & 출신이 맞다하더라~

그나마 중국사에 잘 알려진 그의 선조는 칭기스칸에 협력한 '아쟐 샴스앗딘'으로....

아쟐 또한 원나라 쿠빌라이 칸 때에 윈난성 개발에 협조하여 벼슬에 오른 색목인이었다.

이처럼 서역을 떠나 윈난성에 정착해 잘 먹고 잘 산~ 이방인 가문의 한 축이었던 ....마삼보~!

허나, 인생의 단물을 빨아 보기도 전에.. 크나큰 시련이 찾아왔으니.. 그가 코질질이 소년 때의 일이었다.

당시는 원,명 교체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대륙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카오스 중에 카오스였는데...

예부터 원나라 지배하에 있었던 윈난성을 회복하려 쳐들어 온 명 태조 주원장 무리들의 공격으로

마삼보는 전리품 마냥 포획되어 거세를 당한 후,

(명나라의 3대 황제 영락제)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주체의 수발로 보내지게 되었다...

다들 주지하다 시피....몽골족이 세운 원나라는 한족과 한족의 정신회복을 기치로 걸고

군사를 일으켰던 홍건적의 수장 주원장에 의해 멸망한다. 이윽고 들어서는 왕조가 바로

'명나라'이다.

만수를 누릴 것 같았던 명 태조 주원장의 사후....

직계가족들과 문무대신들이 결탁하여....주원장의 자손들 중, 유일무이 문무를 겸비하고

세력이 가장 강성했던 그의 넷째 아들 주체를 후계 과정에서 견제 & 제외한다.

결국, 그들은 2대 황제로 주원장의 큰아들인 주표의 맏아들을 추대하기에 이르는데.....

이가  곧 비운의 황제........'건문제'이다.

주체는 자신의 조카를 황제로 모셔야 하는 상황에 ...절규하며...이윽고

'정난의 변'을 일으켜 조카인 건문제를 축출하고 스스로 명나라 3대 황제 자리에 오르니..

이가 곧 명나라 절대황제 '영락제'이다....

영락제가 4년간.....조선의 이방원 마냥... 친족들을 피로 숙청하고...정권 기반을 확립할 때,

그의 옆에서 묵묵히 또는 가장 적극적으로 애쓴이가...바로, 앞서 설명한 무슬림 출신의 내시.....

마삼보였다. 그는 타고난 전략가로... 영락제의 쿠테타 전반에 개입했으며... 여러차례 큰 공을 세워

영락제에게 중국식 성인 정(鄭)씨를 하사받고....이름을 정화(鄭和)라 개명한다.

또, 환관의 최고위직인 '태감'에 임명되어....황제의 지극한 총애를 받으니.... 그 권세는

'나는 새를 떨어뜨릴 정도였다.'

영락제는 야망이 많은 황제였다. 남중국 및 서역에 이르는 모든 국가들이 명나라에 사대하고,

조공을 바치길 희망했다. 실제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의 많은 군소국들이 명나라의 위성국으로

편입되었다.. 허나 영락제는 이에 만족치 않고, 대규모 수군단을 조직하여....

그들을 통해 교역국 확보 및 미지의 대륙을 탐사,발견하는 '대항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는 콜럼버스의 '대항해' 보다 90년이 앞선........

진정 인류 최초의 또 국가 차원의 '세계화 해양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그가 가장 총애하고 신뢰하는...전략,전술의 달인이자...이슬람권과의 소통에도 퍽 용이한

'정화'가 수군총독에 임명되어 1405년, 드디어 세계를 향한  첫 1차 원정대가 출발했다.

그 규모는 대함선 62척에 병사 2만 7800여 명, 항해 기간은 2년 4개월,

그들이 들른 곳은 지금의 캄보디아, 태국, 자바 섬, 수마트라 섬, 실론, 인도의 캘리컷이 포함되었다.

(콜럼버스가 대항해시대 때, 운용했던 산타마리아 호와 정화가 운용했던 선박 1대의 크기 차이) 

서구의 '개척의 신'으로 추앙받는 콜럼버스 선단의 규모는

앞선 정화 선단의 그것과 비교해 본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 무렵 세계 최대의 국가는 누가 뭐래도 명나라 였다.

콜럼버스 선단은 산타마리아호를 비롯한 세 척의 범선에

120여 명의 선원을 태우고 1492년 8월 출범했는데,

그 가운데서 중심이 되는 산타마리아호는 그해 크리스마스 밤에 좌초되었다.

그런 까닭에 산타마리아호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전하지 않는데,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는 규모는 200톤 정도에 이르는 범선이라한다.

하지만 정화 일행이 탄 당시, 명나라의 선박은 길이가 무려137미터, 너비가 56미터,

마스트가 3개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약 1500톤짜리 배였다. 

심지어 이런 규모의 선박이 62척에 이르렀고, 선박 인원은 2만 8천명이나 되었으니..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두 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 무리수 길이다.

1405년 부터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친  25년여간의 대항해 원정을 통해

정화의 함대는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진출했다.

니기미...그때 이미, 인도에서 후추를...아프리카에서 상아와 코뿔소뿔을...

동남아에서 향신료를 들여왔다....코에이는 게임을 다시 만들라~!ㅋㅋ

또 정화는 무력에 의한 정복전과 살육보다는 각국을 들를 때마다 그곳의

사절단을 중국으로 초빙하여 중국과의 교류를 가능케 했다. 말라카 해협에서

먼저 도발한 해적 집단을 무력으로 제압했다는 기록 말고는...정말이지 수준 높은

교류 형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서구 열강의 그것과 꽤 비교 된다.

(정화의 난징 묘)

결국, 남경에 묻힐 때까지...

그가  방문한 국가의 수는 총 33개국에 이른다....

또 영국 해군 장교 출신 개빈 멘지스는 그의 저서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

"마젤란보다 98년 앞서 세계를 일주했으며 디아스보다 60년 먼저 희망봉을 회항했다"

고 기술하고 있으며....세계사에 정통한 몇몇의 서양 학자들만이 그의 업적을 칭송하고 있다....

우리의 장보고.......우리의 성웅 이순신 장군 또한......몇몇의 서양학자들만이 아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