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차세대 이온엔진 ‘바시미르’ 2015년 우주서 시험
유럽우주국이 2009년 발사한 지구중력장 탐사위성(GOCE). 최첨단 이온엔진에 의지해 지상 250km 궤도를 돌며 3년여 간 임무를 수행했다. 유럽우주국 제공
“2012년 소행성 ‘베스타’를 떠난 탐사선 ‘돈(DAWN)’은 현재 소행성 ‘세레스’를 향해 순항 중입니다. 내년 3, 4월에는 세레스에 도착할 겁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돈 프로젝트 책임자 마크 레이먼 박사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돈의 근황을 전하며 “돈의 장기 우주여행의 일등공신은 첨단 이온엔진”이라고 밝혔다. 돈은 태양에서 3억∼5억 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를 탐사하기 위해 2007년 9월 지구를 떠나 지금까지 장장 7년째 우주공간을 여행하고 있다.
○ 스피드에 수명까지 골고루 갖춘 이온엔진
이온엔진은 영화 ‘스타워즈’에도 등장한다. 제국군이 운용하는 에이치(H) 모양의 우주전투기 ‘타이 파이터(TIE Fighter)’에서 타이는 ‘쌍둥이 이온엔진(Twin Ion Engine)’의 알파벳 첫 자를 땄다.
이온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 이온엔진은 이온을 발사해 얻는 추진력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데, 주로 제논 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제논 가스에 전압이나 자기장을 걸어 전자와 양이온으로 분리한 뒤 무거운 양이온을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내뿜는다. 한조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온엔진은 양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내뿜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탐사선을 광속 가까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 수명이 긴 점도 이온엔진의 특징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2000년 발사돼 2006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한 뒤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2010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하야부사의 이온엔진은 10년간 수시로 엔진을 껐다 켰다 하며 1000시간 넘게 버텼다. 지상 250km를 돌다가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유럽우주국(ESA)의 지구중력장 탐사위성(GOCE)에도 최신 이온엔진이 탑재됐다.
그 대신 우리나라의 ‘나로호’나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등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엔진보다 순간적인 추력이 약해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이온엔진은 중력이나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비행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NASA는 차세대 이온엔진 ‘바시미르(VASIMR)’를 개발해 내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바시미르는 플라스마를 분출해서 얻는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며, 최고 초속 50km로 화성까지 5개월 만에 주파할 수 있어 ‘꿈의 엔진’으로 불린다.
우주 탐사선 외에 초저고도 정찰위성 개발에도 이온엔진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은 탐사선 하야부사에서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도 180km급 정찰위성을 개발 중이다. 180km 상공은 공기의 저항이 심해 통상적으로는 정찰위성이 머물 수 없는 높이지만 이온엔진을 달아 주기적으로 가속해주면 장기간 위성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유사시에만 180km 고도까지 내려와 촬영을 하는데, 이때 해상도가 15cm급이다. 위성에 이온엔진을 달면 언제든지 15cm급 해상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