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살려놨더니...女환자에 가슴자극검사 구급대원 성추행 혐의 '무죄'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수원지법 형사11단독 민병국 판사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여성 환자의 신체를 수차례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기소된 소방공무원 서모(2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서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전 2시 3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 경기도의 한 주차장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쓰러진 A(35·여)씨를 구급차에 실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서씨는 A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의식이 불분명한 모습을 보이자 가슴을 비트는 자극을 통해 환자의 의식상태를 확인하는 '가슴자극 반응검사'를 실시했다.
오전 4시께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언어에 반응이 없고 통증자극에만 반응하는 상태를 보인 A씨는 오전 8시가 되어서야 희미하게나마 목소리 등에 반응할 정도로 의식이 회복됐다.
서씨는 그러나 이후 '구조대원이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는 A씨 진술을 토대로 수사에 나선 검찰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 판사는 판결문에서 "환자의 의식상태 확인은 다른 응급조치를 취하기 전에 필요한 단계"라며 "당시 여러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반응이 없어 가장 강한 자극방식인 가슴자극 반응검사를 실시했다는 피고인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여성 환자에 대한 이러한 자극검사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응급구조사인 피고인이 당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은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하의 벨트라인 안쪽에 심전도전극을 붙인 행위를 의식이 불분명한 피해자가 추행한 것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 판사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A씨 주장도 "복용한 수면제의 양과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의 의식이 명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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