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고 올곧은 이미지의 배우가 악역으로 변신했을 때 그 충격은 두 배가 되는 법. [트레이닝 데이](2001)의 덴젤 워싱턴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부패하고 타락한 경찰 아론조 해리스가 되었을 때 많은 관객들은 혼란에 휩싸였지만, 워싱턴에게 악역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 파트너를 죽음의 위기에 빠트리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나쁜 경찰' 이상의 사악함을 지녔다.
29위 한스 구루버
존 맥클레인이 러닝 셔츠 한 장으로 겨우 자신을 보호한다면, [다이 하드](1988)의 악당은 멋진 수트를 입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출한 테러리스트들을 이끄는 한스 구루버는 대표적인 캐릭터. 이 영화 이후 할리우드 악당들의 패션에 큰 변화가 생겼다. 냉철하고 차가운 느낌은 앨런 릭맨 스타일의 악역 연기. 이 영화 이후 릭맨은 사법관 역을 맡은 [로빈 훗](1991)에 또 한 번 길이 남을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28위 페이턴 플랜더스
자신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성의 집에 보모로 들어간 여성의 복수극은 오뉴월에 찬 서리가 내리게 할 정도로 서늘했다. [요람을 흔드는 손](1992)의 레베카 드 모네이는 전형적인 블론드 미녀 이미지에 한 가정을 파멸로 몰고 갈 팜므 파탈 이미지를 더한다. 아이를 위험에 처하게 할 '치명적 보모'라는 설정 자체가 섬뜩하지만, 드 모네이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이토록 날카롭게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27위 레더페이스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영화 내내 전기톱의 굉음을 일으키며 가련한 다섯 젊은이들을 뒤쫓는 레더페이스(Letherface), 즉 '얼굴에 가죽을 뒤집어 쓴 남자'.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는 그의 이미지로 영원히 기억될 영화다. 아무리 인간 도살을 본업으로 삼는 살인마 가족의 일원이라지만, 그가 보여주는 공포의 살육은 공포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잔인함이었다. 역할을 맡은 군나르 한센은 아이슬랜드 출신의 배우로, 이 영화로 데뷔했다.
26위 빈센조 코코티
크리스토퍼 워큰만큼 악역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지닌 배우를 찾기 힘들 것이며,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많은 영화에서 사악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트루 로맨스](1993)에서 주인공을 뒤쫓던 조직의 보스인 빈센조 코코티. 출연 분량과 상관 없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의 카리스마는, 수많은 컬트 배우들이 집결한 이 영화에서도 유독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데니스 호퍼와 마주한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
25위 미스터 브론드
[저수지의 개들](1992)이 세상에 존재감을 알린 사람은 쿠엔틴 타란티노만이 아니었다. 미스터 브론드 역을 맡은 마이클 매드슨은 이 영화를 통해 드디어 자신의 캐릭터를 지니게 되었고, 그가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에 맞춰 경찰의 귀를 자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가며 의자에 묶인 경찰에게 다가가는 마이클 매드슨의 모습은, 단순한 잔인함 이상. 그는, 즐긴다.
24위 토미 드비토
태어났을 때부터 악당이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 조 페시의 카리스마가 가장 악랄했던 영화는 아무래도 [좋은 친구들](1990)일 것이다. 뛰어난 악역 연기의 공통점이, 마치 그것을 즐기 듯 연기하는 것이라면 조 페시는 이 분야의 상위 5%에 들 듯. 특히 식당에서 레이 리오타를 '갈구는' 장면은 관객마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 총을 뺄지 모를 폭력성도 조 페시 특유의 우발적 느낌. 그는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3위 노아 크로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는 [차이나타운](1974)의 사건은 결국 한 노인으로 수렴된다. 이 영화가 드러내는 모든 악의 근원이자, 근친 상간이라는 죄악을 저지른 인간이며, 사위가 될 수 있었던 남자를 죽인 살인자. 그럼에도 마치 느긋하게 여생을 즐기는 늙은이처럼 인자한 미소를 띤 인간. 할리우드의 명감독이자 이따금씩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 존 휴스턴은 이 영화로 일생 일대의 캐릭터를 남긴다. 잭 니콜슨을 제압하는 내공 연기가 일품.
22위 알렉스 포레스트
숱한 영화에서 명연기를 펼친 위대한 배우지만, 글렌 클로즈에게 평생 따라다닐 이미지는 아마도 [위험한 정사](1987)에서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장면일 것이다. 고전 시대의 팜므 파탈이 일종의 격조를 지녔다면, 알렉스에겐 뜨거운 감정과 극단적인 행동주의가 있을 뿐. 한 남자에 대한 복수를 넘어 한 가족을 몰살시키려는 듯한 그녀의 액션은 단순한 광기 이상이다. '할리우드 악녀사'의 최고봉.
21위 스미스 요원
그가 진정 두려운 건, 도저히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 막막함에서 온다. [매트릭스 3 - 레볼루션](2003)에서 결국 사라지긴 하지만, 그는 불사의 존재이며, 초인적인 파워와 함께 강력한 복제 능력마저 지녔고,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검은 선글래스의 포커페이스다. 네오와 빗속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의 파워가 얼마나 큰 스케일인지 보여주는 부분. 휴고 위빙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20위 노먼 스탠스 필드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 게리 올드먼에게 '최고의 악역'은 아무래도 [레옹](1994)의 악착 같은 형사 노먼 스탠스 필드일 것이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미묘한 정신 병적 기운이 흐르는 것이 게리 올드먼 스타일의 악역 연기. 마약에 취한 형사 노먼은 베토벤 음악에 심취한다. 이 영화로 그에게 만족한 뤽 베송 감독은 [제5원소](1997)에서 다시 한 번 그에게 악역을 맡기지만, [레옹]에서의 느낌은 살리지 못한다.
19위 직쏘
[쏘우] 시리즈의 직쏘(토빈 벨)가 무서운 것은, 그가 정신 이상이나 변태적 성향의, 그나마 설명 가능한 살인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인물로서, 그것을 타인에게 일깨우기 위한 방식으로 사건을 계획하는 일종의 '휴머니스트'이며 계몽적 입장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신개념 살인마 직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장 아픈 곳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사람들에게 안겨준다.
18위 애니 윌키스
아마도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할 [미져리](1990)의 애니 윌키스의 '악역 컨셉트'는 집착과 뒤틀린 사랑. "사랑해요, 폴!"이라며 다가오는 그녀는, 친절함을 가장한 괴물 같은 여성이며, 팬을 자처한 강박적인 스토커다. 소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폴(제임스 칸)에게 린치를 가하는 그녀. 캐시 베이츠의 빙의된 듯한 연기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며, 그녀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7위 빌 더 버처 커팅
'도살자'(the Butcher)라는 닉네임이 증명하듯, [갱스 오브 뉴욕](2002)에서 다니얼 데이 루이스가 보여주는 악역 연기는 시쳇말로 '쩐다'는 단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경지다. 원주민의 우두머리로 뉴욕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빌 더 버처 커팅. 악역을 즐기는 배우는 아니지만, 데이 루이스는 한 번 독해지기로 마음 먹으면 그 극단을 보여주는데,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연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16위 맥스 캐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리메이크한 버전의 로버트 드 니로도 인상적이었지만, J. 리 톰슨 감독의 [케이프 피어](1962)에서 로버트 미첨이 보여주었던 맥스 캐디는, 한 가족을 위협하는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특유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깃든 마스크는 로버트 미첨 특유의 카리스마. 그가 [사냥꾼의 밤](1955)에서 보여주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은 이젠 전설이 되었다.
15위 제이슨 보히즈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과 함께 할리우드 슬래셔 무비의 3대 주인공 중 하나인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 보히즈. 1980년에 등장한 그는 속편과 리부트와 프리퀄 등을 통해 지금까지 20년 넘게 그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7편부터 등장한 케인 호더가 역할을 맡은 제이슨 보히즈는, 대단한 잔인성을 보여주고 있다.
14위 노먼 베이츠
히치콕이 창조한 캐릭터들 중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새](1963)의 새떼를 제외한다면)인 [싸이코](1960)의 노먼 베이츠는, 섬세하고 젠틀해 보이면서도 신경질적인 마스크의 앤서니 퍼킨스에 의해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인 샤워실 신을 통해 완벽한 공포가 무엇인지 증명한 영화. 노먼 베이츠가 더욱 무서운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신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13위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1991)만 본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을 희생하며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를 보호하는 '착한 편'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T-800은 사라 코너를 없애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 '나쁜 편'이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나체로 등장한 [터미네이터](1984)의 슈왈츠제네거는, 마치 단 한 가지 프로그램만 입력된 로봇처럼 멈추지 않고 돌진한다. 과묵한 폭력성도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
12위 마이클 마이어스
1978년부터 시작된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 시리즈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는 그의 특징이라면 도무지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드는 하얀 가면과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난도질. 그리고 직접적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지만, 존 카펜터 감독이 깔아놓은 으스스한 무드와 중독성 강한 음악 속에서, 매우 경제적인 방식으로 등장해 공포를 준다. 이후 최근까지 숱한 속편과 프리퀄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카펜터의 1편만큼 임팩트를 주진 못하고 있다.
11위 프레디 크루거
공포영화 사상 가장 대표적인 연쇄 살인마를 꼽으라면 단연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일 것이다. 긴 금속성 손톱으로 소름 끼치는 소음을 일으키며 등장하는 프레디. 자신을 살해한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꿈속에서 복수를 하는 끔찍한 존재로서, 화상 입은 얼굴과 낡은 모자 그리고 긴 손톱이 트레이드마크이다. 예비 단계 없이 곧장 살인을 저지르는 과감성은 프레디 특유의 잔혹함이다.
10위 Col. 한스 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독일군 장교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 숱한 배우들이 이 역할을 거쳐 갔지만, 그 종결자는 아무래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의 크리스토프 왈츠일 듯하다. 철두철미한 방식으로 유태인들의 숨통을 조여가는 그의 가학적인 방식은, 관객들의 숨통마저 조이는 듯한 '변태성'을 지니는데.. 크리스토프 왈츠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와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를 비롯 수많은 트로피를 가져갔다. 아마 그보다 더 사악한 독일 장교는 나오지 않을 듯.
9위 프랭크 부스
악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배우를 빠트리는 건 예의가 아닐 듯. 숱한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던 데니스 호퍼에게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아마도 [블루 벨벳](1986)일 것이다. 벨벳에 대한 페티쉬,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 가학적인 성적 취향 등이 결합된 프랭크 부스 역은 마치 호퍼를 위해 만들어진 역할 같았고, 호퍼도 직접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프랭크는 바로 나"라며 강력한 출연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8위 존 도우
[유주얼 서스펙트](1995)의 카이저 소제도 있지만, 케빈 스페이시 최고의 악역이라면 아마도 [세븐](1995)의 존 도우일 것이다. 온갖 끔찍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경찰서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자수를 한 그는, 자신의 계획을 직접 희생자가 되어 마무리하겠다는 살신성인 정신마저 지녔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표정 변화도 없는 스페이시의 연기는, 이후 살인마 캐릭터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7위 아몬 괴트
실수한 것 같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크리스토퍼 왈츠를 능가할 독일 장교 캐릭터는 없다고 했는데, [쉰들러 리스트](1993)의 아몬 괴트 역을 맡은 레이프 파인즈를 간과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도 파인즈가 창조한 위대한 악역이지만, 그 리얼하면서도 교묘하고 섬뜩한 잔인성을 놓고 본다면 아몬 괴트를 능가할 순 없을 듯. 사람을 대상으로 사격 연습을 하던 그의 비인간적 정신 세계는 잊혀지지 않는다.
6위 잭 토랜스
스티븐 킹의 여성 캐릭터로 [미져리]의 캐시 베이츠가 있다면, 남성 캐릭터로는 [샤이닝](1980)의 잭 니콜슨이 아마도 최고봉일 것이다. 소설에선 약간은 연민 가는 캐릭터였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그에게 무한정의 광기를 부여했고, 잭 니콜슨은 도끼를 들고 집안을 날뛰며 자신의 가족을 죽이려 한다. 큐브릭의 테크놀로지와 니콜슨의 미친 연기가 완벽하게 결합된 작품. 미로 안에서 얼어 죽은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5위 밀드레드 랫체드 간호사
간호사 출신인 [미져리]의 애니 윌키스가 근무했던 병동은, 혹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의 정신 병동은 아닐까? 그렇다면 애니에게 온갖 '고문 테크닉'을 전수한 사람은 간호사 밀드레드 랫체드(루이스 플레처)일 것이다. 의료 행위를 내세워 겉으로는 공정해 보여도, 환자들을 죄수처럼 다루며 그들을 서서히 정신적으로 죽이는 그녀는 억압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역할을 맡은 루이스 플레처는 이 역할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4위 다스 베이더
SF 장르 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는 사실 단순한 악역으로 몰아가기엔 꽤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 제다이의 기사였고,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악역'이라는 타이틀을 얹을 수 있다면, 그것은 특유의 검은 복장이 풍기는 아우라 때문. 이야기할 때 들리는 특유의 사운드도 아우라의 무게를 더한다. 제임스 얼 존스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의상 안엔 데이비드 프라우즈라는 배우가 있었다.
3위 안톤 시거
공기총 소리를 내는 이상한 살인 무기를 들고, 촌스러운 헤어스타일로 위협을 주는 안톤 시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그는 이 영화에서, 어떤 이유가 있어서도 살인을 저지르지만, 마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운명을 타고 난 사람처럼 보인다. 살인 앞에서 그는 그 어떤 고뇌도 없으며, 살인은 철저한 비즈니스이고, 그러기에 죄책감도 가질 필요 없다. 이러한 프로페셔널 정신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고, 그 괴물은 너무나 침착하게 적에게 총구를 겨눈다.
2위 한니발 렉터
앤서니 홉킨스가 만들어낸 한니발 렉터는, 아마도 1990년대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그는 인간을 초월했고(그러기에 인육을 먹는지도 모른다), 욕망에서 벗어나 해탈한 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야수의 눈빛으로 돌변한다. 특히 [한니발](2001)에서 렉터가 레이 리오타에게 저지르는 끔찍한 장면은 렉터의 악마성을 잘 드러내는 장면.
1위 조커
[배트맨](1989)에서 잭 니콜슨이 만든 조커 캐릭터가 엔터테이너였다면, [다크나이트](2008)에서 히스 레저가 창조한 조커는 아나키스트에 가깝다. 그는 파괴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며, 그 어떤 연민도 거부하겠다는 눈빛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 고담 시티는 거대한 놀이터이며, 배트맨이 정의에 불타든 말든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다. 선악의 구별조차 없는 듯한 악역. 히스 레저는 이 놀라운 캐릭터를 남기고 영원히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