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놀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는 27일 낮 12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연다. ‘멍때리다’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를 뜻하는 속어다. 대회에서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가 더 멍하게 있는지를 겨루게 된다.
대회를 공동 기획한 행위예술가 웁쓰양(38)은 16일 “무한경쟁 사회에서 개개인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생산적인 활동에만 쏟아부으며 그것만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기기 때문에 외부 자극으로부터 잠시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회 역시 멍때리다가 만들게 됐다”고 했다.
대회의 유래는 ‘멍때리다’에서 왔지만, 장소와 시간에 대해선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을 했다. 웁쓰양은 “이제 막 휴일을 보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그것도 업무가 한창인 대낮에 회사원들이 즐비한 서울시내 한복판을 택했다. 멍때리기 대회가 그려내는 풍경과 극적인 시각적 대비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멍을 잘 때려’ 몸을 이완시킨 뒤 가장 낮은 심박수를 기록하면서도 시각적으로 가장 멍하니 있는 사람이 최종 우승자가 된다.
우승자에게는 역설적으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를 준다. 웁쓰양은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으로 40명, 대회 현장에서 10명 등 총 50명 규모로 대회를 준비중인데, 이미 50명을 훌쩍 넘었다”고 했다.
대회 자문을 한 황원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멍때리기는 몸을 이완시켜 편하게 한다는 점에서 명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효율 중심으로 쉬지 않고 뇌를 쓰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지치고 이로 인해 분노 조절이 잘 안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멍때리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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