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강헌씨가 말하던데.... 넥스트 투어 끝난 날 주점에 다같이 갔다고 합니다.넥스트 초기니까 한참 잘 나갈 시기... 신해철은 술은 못하지만 밴드 리더니까 가야죠...그리고 아시겠지만 룸에는 오부리가 나옵니다. 반주해 주는 아저씨죠.보통 반주연주해 주는 기계와 전자기타 메고 들어오는 거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말이 반주지... 사실 제정신 아닌 취객들 전부 상대하려면 어지간한 멘탈로는 버티기도 힘듭니다.<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에서 취객이 강요하니까 빨개벗고 기타치던 오부리 씬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정말 눈물나게 인간세상이 싫어지는 씬이죠.... 하여간.... 분위기 무르익고... 신해철도 노래를 하러 나왔는데...그 반주 아저씨에게 공손하게 말하더랍니다. "선배님....우리가 오늘 힘들게 일을 끝내서요...혹시 실례되더라도 좀 봐주세요..."
나중에 강헌씨가 물어 봤답니다."해철아, 아는 사람이냐? 선배야???"
그러자 신해철 왈... "아뇨, 하지만...저 분도 젊으셔서 뮤지션의 꿈을 가지고 사셨을 거 아닙니까...지금은 이렇게 반주하시지만 음악의 꿈을 쫓던 제 선배님이죠.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평소 소신있는 행동 때문에 트러블도 있었지만 약자들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따스했던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는 에피소드더군요.비록 룸에서 오부리를 하면서 취객들이 던져주는 팁으로 살아가지만 음악에 대해 꿈이 있었던 사람을 인생의 선배로 깍듯하게 대하던 그의 진지하고 따스한 마음....
오늘 MBC 다큐를 보니...이한철, 크래쉬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도 여전히 느껴지는 그의 따스함.... 요 며칠 신해철이 썼던 가사들을 음미해 보니...참 가사가 너무 예술이네요.....인간에 대한 너무 따스한 온기와...자신과 세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이 녹아 있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멋졌던 사람.....그를 추억하는 것 자체가 내 삶을 다시한번 성찰하게 만드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앞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그를 많이 기억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