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었습니다
전 재수생이었고 수능을 잘 보아야만 했습니다
수능을 처음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능날 고사장 앞에 싸구려 손목시계를 파는
잡상인이 많다는것도 알고있었죠
그 사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고사장에 아침일찍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수하면서 사회와는
멀어진 저의 착각이었던걸까요 처음엔 너무 일찍와서
없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많던 잡상인은
커녕 어리친 개 새끼하나 보이지 않았고 초조해진 저는
교문을 나섰습니다
주변 상가를돌며 손목시계를 구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갑 핸드폰 다맡기겠습니다 손목시계좀 빌려주세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너그럽지않았습니다
점점 입실완료시간은 다가오고... 마지막으로 떡집에
들려 구걸을하였으나 손목시계가 없었고 다급해진 저는
저기...저... 벽시계라도...!! 그 따뜻하신 떡집주인형은
벽시계를 빌려주시는 자비를 베풀어주셨습니다
그 원형 벽시계의 크기는 알기쉽게 비유하자면
어릴때 집에 셋트로있던 백과사전 낱권과 비슷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저의 지정좌석은 창가맨끝이었고 제 옆에
백과사전만한 시계를 놓고 비로소 놓인마음으로
앉아 시험시작을 기다리고있었습니다
그러던중 감독관님께서 아니이게 왜여깄지...
라며 복도로 가져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거 제껀데요??"
그러자 고사장내의 모든시선은 저에게 쏠렸고
감독관님은 "교실내에 있던 시계는 원칙상 빼야합니다"
라는 청천벽력을 맛보여 주셨습니다
"아니 원래있던게 아니라 제가 집에서 가져온거라구요."
"제 개인 재산이고 제가 보려고 가져온 시곈데요??"
"제가 가져온 시곈데 왜 제가 시간을 못보고 시험을 봐야합니까??"
저는 최대한 발버둥 쳤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예 예상
못했던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마음은 정말 다급했습니다
그러자 감독관님들은 회의를 시작하셨고 한 감독관님이
본부로 가셔서 회의를 하고오신듯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규정상 교실에 벽시계가 있으면 안됩니다"
전 억울함과 화남 반 체념 반의 마음으로 표정이 어두워졌고
1교시 언어영역은 결국 시작하고야 말았습니다
시작한지 5분이나 지났을까, 감독관님이 오셔서
말없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풀어주셨고 전 놀라서
시선을 올렸습니다. 부처의 얼굴을 보면 그런느낌이었을까요
가,가,감사합니다ㅠㅠ 라고 말한 후 언어영역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매 시간 감독관님이 바뀌기에 시계를 사용한것은
1교시 언어영역 뿐이었지만 언어와 외국어가 전부이던
예체능학생이던 저는 그걸로 충분했습니다(외국어실력은 시계있어도 원래10창임)
시험을 마친 후 떡집에 들러 거듭 감사를 표현한 후
집에가는 길, 저의 마음은 세상의 따뜻함에 물들었고
이듬해 저는 군대를 갔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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