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거리에 등장하는 서민 대표 간식 ‘붕어빵’.
매일경제 기동팀이 12~14일 강남 명동 종로 신촌 용산 대학로 등 서울시 주요 상권별로 붕어빵 판매 실태를 취재한 결과 작은 붕어빵 하나에도 시장 메커니즘과 경제·경영학적 요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붕어빵 가격은 예상과 달리 상권별로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1000원에 2개를 주는 강남역과 신논현역, 신촌 등 일부 번화가를 제외하면 ‘1000원에 3개’(개당 330원)가 서울에서 통용되는 가격표인 듯했지만 붕어빵 크기는 상권마다 달랐다.
명동이나 홍대입구, 신촌, 대학로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는 붕어빵 몸길이가 짧다. 길이가 5~6㎝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름도 ‘잔챙이’다. 이런 잔챙이들이 2000원에 6개씩 팔리고 있었다.
그러나 퇴근길에 시민들이 한 봉지씩 사먹는 동네 붕어빵은 훨씬 크다.
서울 안암동, 이문동, 효창동 등 주택가 근처에서 판매하는 붕어빵은 몸길이만 15㎝에 가까워 소위 ‘월척’은 아니라도 ‘반척’ 크기는 됐다. 동일한 크기로 비교하면 최대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처럼 붕어빵 가격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뭘까. 우선 ‘입지’다. 상권 입지와 소비층의 소득·소비 성향이 다르다. 붕어빵은 일종의 열등재(소비자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라서 강남 등 부유층 상권에서 붕어빵 노점상이 줄고 가격이 더 비싼 특징을 보였다.
붕어빵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자릿세’도 감안해야 한다. 강남이나 경동시장 등 큰 노점 상가에는 자릿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 150만~200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화가에서는 붕어빵 노점도 아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입 장벽을 두고 품목별로 몇 개씩 가게를 열 수 있도록 인근 노점단체에서 관리한다. 대학로에서 만난 한 노점 상인은 “마구잡이로 노점이 들어서면 다 같이 망한다”면서 “붕어빵 집은 몇 개, 떡볶이 집은 몇 개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둔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명동이라는 동일 상권 안에서도 붕어빵 노점 5~6곳 가격이 상이했다는 것. 을지로 쪽에 있는 한 붕어빵 집은 1000원에 2개였다. 충무로 쪽에 가까운 골목에서 만난 붕어빵 집은 7개에 3000원으로 단가는 430원이었다. 그 외에는 6개에 2000원으로 단가는 330원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길거리 음식이라는 재화의 특수성으로 설명한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한 가격의 균등화 과정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번화가를 걸어다니며 군것질을 할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붕어빵 가격을 비교하면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지 기자들이 13일 밤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취재한 결과 붕어빵 가격은 같은 명동에 있는 다른 붕어빵 가격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그 붕어빵 집 인근에 있는 다른 노점 음식 가격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동예술극장 앞 잔챙이 붕어빵은 개당 330원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간식거리인 닭꼬치나 감자튀김은 개당 3000원 선이다. 그러나 같은 잔챙이 붕어빵인데 개당 430원을 받는 엠플라자 앞 붕어빵 가게 옆에서는 1만원짜리 딸기와 7000원짜리 꿀타래를 팔고 있었다.
판매자는 인근에 있는 다른 노점 음식들 가격을 보고 자신의 붕어빵 값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탐색비용 측면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
전 교수는 “길거리에서 군것질을 할 때 구태여 다른 곳과 가격을 비교하면서 음식을 사먹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탐색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길거리 음식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보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는 붕어빵이 보이면 그 순간 구매를 결정하게 되므로 몇백 m 떨어진 다른 붕어빵 가게의 판매가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하게 된다”면서 “소비자가 가격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붕어빵 집들이 서로 가격 경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