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1960년대, 주인공 '잭'이 여객기 안에 앉아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고가 일어나 비행기는 바다로 추락...
사방은 그야말로 불바다가 되고, 잭은 사고 현장에서 헤엄쳐 나오다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어느 등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밀스러운 해저도시 '랩처'로 가는 길을 발견하는데......
스토리를 파악하려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이 랩처라는 도시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랩처를 상징하는 한 문장.
"신도 왕도 아닌, 오직 인간만."
랩처는 미국의 사업가인 앤드류 라이언이 건설한 도시로,
완전시장경제와 자유의지주의를 표방하는 유토피아입니다.
예술가가 검열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과학자가 사소한 윤리적 문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도시.
위대한 이들이 사소한 것에
제약받지 않아도 되는 도시.
정부에 세금도 안 뜯기고, 온갖 제약도 없으니 인간 개개인의 잠재성이 최대로 발휘되어
랩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를 재배열해 일종의 초능력을 주는 '아담'의 발견으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는데요...
아담은 많은 번영을 가져다 주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미쳐버리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
여기에 프랭크 폰테인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십자가, 마약, 지상의 영화 등을
밀수해 돈을 벌고 아담을 이용해 주민들을 중독시킵니다.
라이언은 '이성을 지닌 올바른 자유인이라면 사회악을 알아서 정화시킬 것'이라 믿었으나,
폰테인의 사업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며 라이언의 입지를 위협.
결국 라이언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랩쳐의 원칙을 저버리고 폰테인 미래 회사를 공격해
그의 모든 자산을 압류. 폰테인은 사망하지만...
이 과정에서 랩쳐의 모순과 빈부격차를 보고 열받은 빈민들은
새로 나타난 혁명가 '아틀라스'에게 동조해 내전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잭이 랩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미쳐버린 랩쳐 주민들이 날뛰고 내전이 진행중인 혼파망 상태...
아틀라스는 무전기를 통해 아무것도 모르는 잭에게 길을 안내해 줍니다.
게임 진행은 1인칭 슈터(FPS)+어드벤쳐.
그 문제의 '아담'을 사용해 잭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삿바늘을 험하게 꽂는 게 처음엔 무섭지만 나중엔 펑펑 꽂아대기만 할 뿐...
왼손은 초능력, 오른손은 무기로 고정되며, 상황에 맞게 다양한 공격을 하는 것이 포인트.
하지만 가장 든든한 무기는 역시 렌치...
이미 내전으로 망가지긴 했지만, 1940년대 고전 스타일과
디젤 펑크가 어우러진 독특한 배경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으스스한 연출이 더해져 호러에 가까운 느낌을 풍기는데요....
아담에 미-친 주민들인 '스플라이서'의 모습들도 기괴해서, 어두운 데서 갑툭하면 깜놀...
랩쳐의 내전이 터진 날이 1959년 신년 기념 가면축제날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날 미쳐버려 그 차림 그대로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적은 스플라이서 뿐만이 아닙니다.
'리틀 시스터'와 '빅 대디'. 리틀 시스터는 폰테인이 고아 소녀들을 개조해 만든 존재로,
시체에서 피를 뽑아 아담을 채취합니다.
리틀 시스터는 걸어다니는 아담 덩어리나 마찬가지라서,
아담에 중독되어 정신줄 놓은 주민들이 이 소녀들을 잡으려고 하는데...
빅 대디는 그런 리틀 시스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빅 대디를 쓰러뜨리고 리틀 시스터를 잡으면, 리틀 시스터를 죽여서 능력을 강화시킬지 아니면
그냥 정화시켜줄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선택이죠...
하여간 이렇게 막장 중에 상막장인 랩쳐의 곳곳을 헤쳐나가며,
마침내 만악의 근원인 앤드류 라이언의 사무실 앞에 도착하면.........
잠깐, 여기서 ***초특급 스포일러 주의***
사무실 앞에 있는 건 아틀라스의 말버릇인 "부탁인데(Would you kindly)"가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는 벽...
실은 아틀라스는 폰테인이 죽은 척하고 새로 만든 위장용 신분이었고,
잭에게 무전기로 말해준 것도 전부 거짓말.
잭은 폰테인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비밀 병기'로, "부탁인데"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시키는 대로밖에 할 수 없습니다.
아틀라스가 "부탁인데 그쪽으로 가주겠어?"라고 했을 때,
플레이어가 아무런 의심없이 시키는대로 행동한 것처럼.
그러니까 우린 게임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감쪽같이 그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던 것...
이 반전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 정말 충공깽이었죠.
그리고 그가 사무실 앞에서 한 말이,
"부탁인데 그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서 앤드류 라이언 좀 죽여줄래?"
앤드류 라이언은 잭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불후의 명대사를 남깁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그리고 그는 죽음을 '선택'하죠...
계획대로 앤드류 라이언이 죽자, 폰테인은 잭도 죽이려고 하지만
잭은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합니다.
이 작품의 커다란 주제는 자유 의지주의와 완전시장경제에 대한 비판.
'능력만 있으면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랩쳐)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다름아닌 폰테인같은 '탐욕'과 '사악함' 그리고 '비인간성'이라는 것.
그리고 '제한이 없는 자유'란, 결국 까놓고 말해 누가 아무리 막장으로 행동해도
막을 수 없는 파멸만을 불러온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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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려하고, 꿈같았던 도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광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상적인 접근 뿐만 아니라 상징 배치나 등장 인물들의 심리 표현도 무척 정교해서,
아직까지도 스토리에 대한 토론이 심심찮게 이루어질 정도.
일직선적인 플레이나 몇몇 불편한 시스템 등은 단점이지만, 그걸 덮는 압도적인 스토리를 지닌 명작입니다.
특히 1편의 엔딩은 완벽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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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철학'을 담을 수 있을까요? <바이오쇼크>는 그걸 가능하게 한, 그런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