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지난 8일 ‘독립유공자 후손’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갑자기 중단시키고, 담당 PD를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EBS 관계자들에 따르면, 8일 EBS는 8월 방송 예정이던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시켰고, 담당 PD인 김진혁 PD를 현재 아이템과 무관한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발령냈다.
김진혁 PD는 ‘수학교육 강화’라는 회사의 목표 아래 지난 1월 수학교육팀으로 발령이 났다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프로그램 제작이 끝날 때까지 교육다큐팀으로 파견된 상태였다. 그러다 다시 원직 복귀 발령을 받은 것.
해당 아이템은 2011년 교육다큐위원회의 공식 절차를 거쳐 제작 중이었고, 오는 8월 방영 예정이었다. 특히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에서는 반민특위에서 활동했던 유공자들의 후손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한송희, 이하 EBS지부)는 8일 성명을 내어 의 제작 중단을 비판했다 EBS지부는 “제작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강행한 사장의 무모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사장은 예전에는 문제가 없었던 이 프로그램이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BS지부는 ‘EBS의 설립이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조를 들어 “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는 요즘 세대들에게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EBS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교육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EBS지부 관계자는 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사측에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면서도 “현 정권과 각을 세워 문제를 일으켜 좋을 것 없다는 뉘앙스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10일)이나 모레(11일)쯤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사측의 입장을 들어볼 생각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 중단이 철회되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동원 EBS 홍보부장은 “제작 중단이 아니고 해당 PD가 수학교육팀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현재 수학교육 사이트 업무를 진행하는 게 중요해 그쪽 업무를 중심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작 재개에 대해서는 “원래 프로그램 방영이 모두 일정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급한 것들이 처리되고 나면…”이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진혁 PD 미니 인터뷰
- 어제 갑자기 인사발령이 났다.
언론노조 성명에도 나와 있듯 이미 1월에도 인사발령이 난 적이 있다. 회사는 ‘수학교육 강화’ 목표 달성에 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며 수학교육팀으로 보냈다. 그러다 “프로그램 만들고 있으니까 좀 그렇네”라면서 교육다큐 프로그램 제작을 끝내고 오라며 교육다큐팀으로 파견을 보냈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8월까지만 있는 것으로. (프로그램 제작 중인 PD를 갑자기 다른 팀으로 보낸 것은) 지극히 드문 인사다.
- 프로그램도 제작이 중단됐는데.
제작 중단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근현대사 아이템이라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정만 할 뿐이다. 수학교육팀이 비제작 부서가 아니고, 현재 시급히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 갑자기 발령을 내면 사실상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싫다는 의미로 읽힌다. 요즘 들어 근현대사가 민감하게 회자돼 그런 것인가 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회사에서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 ‘독립유공자 후손’ 아이템은 2011년 교육다큐위원회에서 공식절차 거쳐 제작 진행되는 중이었다고 들었다.
반민특위 후손 분들을 주요 아이템으로 삼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었다. 1월 인사 발령 전까지는 정상적으로 쭉 진행해 왔다.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아이템과 콘셉트를 잡은 후 자료조사를 하던 중, ‘반민특위’ 후손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 주요 내용으로 다루게 됐다.
- 제작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1년 넘게 이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고 70% 정도 완성이 돼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수작업이 남아 있지만 캐릭터, 배경, 레이아웃까지 마치고 그리기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 앞으로의 계획은.
곧 있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고 들었다. 그때 회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