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神' 최성원

순두부튀김 작성일 15.01.14 13: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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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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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이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세계 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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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이 13일 3쿠션 당구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로부터 외면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최성원. /대한당구연맹 제공

 

 

 

 

 

 

 

 

한국에 '당구계 호날두'가 탄생했다. 최성원(37·부산당구연맹)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 3쿠션 당구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국내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하다. 국내 스포츠 언론들의 이목은 오직 바다 건너 스위스로 향해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가 2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선수가 된 최성원과 호날두. 당구계에선 최성원의 기량을 호날두급에 비유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천양지차다. 국내 언론의 관심을 한 번 비교해 보자. 호날두는 13일(이하 한국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지난해 최고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37.66%의 지지율을 기록해 리오넬 메시(15.76%), 와 마누엘 노이어(15.76%)를 가볍게 제쳤다. 지난 2008년과 지난해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호날두는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이 상을 받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 포르투갈 국민들이 없었다면 이런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 매체들은 앞다퉈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을 보도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각 포털 사이트 스포츠 코너 메인 화면엔 어김없이 호날두가 있었다. 13일 하루에만 600개 이상의 호날두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발롱도르 시상식 전날부터 이어진 뜨거운 반응이었다. 말 그대로 '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날'이었다.   

같은 날 한국에서도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 못지 않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구의 神(신)' 최성원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 세계캐롬당구연맹(UMB) 3쿠션 부문 1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최성원이 지난 1일 기준 1위 에디 메르크스(47·벨기에)의 325점에 4점 뒤진 321점의 랭킹포인트로 2위를 달렸으나 지난 12일 끝난 벨기에 챔피언십대회 결과가 반영된 새 랭킹에선 메르크스를 2위로 밀어내고 선두에 오른 것이다.

한국 선수가 3쿠션 당구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계 톱5 선수들이 길게는 수십년간 철옹성처럼 버틴 자리다. 한국 당구는 지난 2011년 김경률이 한 차례 랭킹 2위에 오른 이래 최성원이 올해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랭킹 2위에 올라 1위 가능성에 큰 기대를 모아온 끝에 드디어 세계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국내 스포츠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날 최성원의 세계랭킹 1위 소식을 전한 국내 언론은 <더팩트>를 포함해 단 2곳에 불과했다. '호날두 발롱도르'와 달리 '최성원 세계랭킹 1위'는 별 것 아닌 뉴스로 외면을 받았다. 대중들의 관심을 수치화할 순 없지만, 한국 당구 역사를 새로 쓴 최성원에겐 아쉽기만 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최성원은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당구 선수다. 지난해 11월 30일 막을 내린 제67회 세계 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쿠션 그랜드슬램(아지피 빌리어드 마스터스대회, 세계3쿠션 당구월드컵 우승,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유럽 축구로 비교하자면 '트레블(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국외 언론은 최성원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소식을 실시간으로 다뤘다. USM은 홈페이지를 비롯해 네덜란드 '텔레그래프', 독일 '데모르겐', 벨기에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르자' 등 이 최성원의 그랜드슬램 소식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당시 한국 언론 역시 최성원의 우승 소식을 알렸지만, 기사 수는 30여 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최성원을 다룬 뉴스 역시 130여 개가 전부였다. 하루에 약 600개 이상의 보도가 나오는 호날두와 비교하기에 부끄러운 수치다.   

말 그대로 '찬밥 신세'에 놓여 있는 당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들의 사랑은 매우 뜨겁다. 당구는 국내 최대 규모인 1200만 명의 동호회 인원을 자랑한다. 하지만 당구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한 당구장의 나쁜 분위기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 등에선 '폭력배들의 집합소',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묘사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런 편견이 언론 쪽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최성원 역시 당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말 <더팩트>와 송년인터뷰에서 "전에는 당구 하는 사람을 양아치로 인식했다. 당구 치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게 전혀 아닌데 참 안타까웠다. 여전히 안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당구장' 하면 뿌연 담배 연기를 많이 생각한다. 지금은 건전하고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당구처럼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포츠도 드물다. 당구 선수들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경기에 나선다. 상대방과 팬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또한, 상대 선수가 큐를 들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숙을 유지한다.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치열한 몸싸움이 오가는 다른 종목에 비해 '양반 스포츠'인 셈이다. '양아치 스포츠'란 꼬리표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당구팬은 "한국 당구 선수가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날, 정작 언론사들은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상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며 "아무리 비인기 종목이라고 해도 아쉽기만 한 현실이다. 300점 수준인 내가 봐도 당구의 매력은 끝이 없다. 공의 엄청난 회전력과 셀 수 없는 기술과 패턴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힘을 지녔다. 당구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하루빨리 없어지고 많은 소식들을 기사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남겼다.

"너희가 당구의 진짜 매력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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