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오후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던 우리의 티코가 그만 고장으로 갓길에 정차중이였다. 독일은 히치하이킹처럼 길에서 손을 흔들어 방향만 맞으면 누구나 차를 태워주는 분위기 좋은 나라이다. 우리의 티코 운전자는 고속도로이기는 하지만, 손을 흔들어 일단 아우토반을 빠져나갈 생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드디어 나타난 티코의 구세주! 그는 멋진 포르쉐를 운전하고 있었다.
포르쉐 : 아~ 차가 고장났군요.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
티코 : 정말 고맙습니다... 저를 다음 출구까지만 태워다 주시면 제가 견인차를 불러 차를 옮길 수 있을텐데요. 부탁 좀 드릴게요
포르쉐 운전자는 왕년의 카레이서로 자신의 포르쉐를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딱 보아하니 티코는 자신의 차로 끌어도 아무 무리없어 보이기도 해서 자신의 차로 직접 원하는 곳까지 견인해주겠다고 말한 뒤,
포르쉐 : 제가 너무 빨리 달린다고 생각되시면 뒤에서 경적을 올려 주세요. 그럼 천천히 달릴게요.
그리하여 포르쉐가 뒤에 티코를 매달고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또다른 포르쉐가 뒤에서 200km의 속력으로 쒜~엥 지나가는게 아닌가? 이에 열받은 왕년의 카레이서 포르쉐 운전자! 뒤에 티코를 매달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또다른 포르쉐와 속도 경쟁을 벌이게 됐다.
포르쉐 2대는 정말 빨랐다. 또다른 포르쉐가 250km를 넘어서자 티코를 매단 포르쉐 역시 250km로 달리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대추격전을 벌이며 아우토반 끝까지 달리게 되었다.
그 사건이 있은 3개월 후, 대우 직원이 독일의 티코 시장 조사를 위해 직접 독일에 가서 조사를 하는데, 독일에 수입된 한국차의 무려 40~50%가 티코인 것이다. 대우 직원은 예상치 못했던 티코의 열풍에 너무 놀라 이 상황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수소문하여, 그때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한 어느 운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목격자 : 제가 그날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죠. 저도 한 스피드 하는 사람이라 200km 정도의 스피드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포르쉐 2대가 250km가 넘는 속도로 제 옆을 쌔~앵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포르쉐 뒤를 티코가 바짝 붙어서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어요. 그 3대가 아우토반을 자기 무대인 것처럼 휘젓고 다녔어요.
대우 직원은 티코가 250km의 속도로 달렸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끝까지 얘기를 들었다.
목격자 :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포르쉐 뒤를 바짝 뒤쫓던 티코가 글쎄 경적을 마구 울리며 포르쉐를 비키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