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비뇨기과 의사한테 '적당히 좀 하라'고 들은 썰

중원표국 작성일 15.02.26 0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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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 -

 

나에게는 참 다행스럽게도 내 친구 중 한 명은 야신, 이른바 야동의 신이다. 사진만 내던지면 알아서 척척 물어오는게 무슨 모누리당 날치기 법안들이 하이패스로 국회 통과하듯 그리 쉬워보일수가 없다.

 

내가 매번 아쉬운 소리를 하기는 무엇하고 하니 '불감청고소원하나, 대체 어디에서 그리 수이 야동을 찾아오시나이까? 어린 벗들을 굽어 살피사 야동을 물어다 주지만 마시고 야동을 물어올 수 있는 능력을 주옵소서!' 하며 야신에게 간곡히 청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야신은 '네 엇지 구글신과 갓토렌트, 닷지크롬을 모르는가? 저 신들을 모르는 이상 너는 표지조차 구경치 못할지니!' 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해괴한 소리만 해대며 야동독립을 시켜주기를 완고히 거절했다. 야동 독립은 커녕 도리어

 

'무한한 기회의 시대에 어찌 야동 하나 못 구한단 말인가!' 라던지

'타인에게 구걸만 하는 자, 볼 자격이 없으니!' 라던지

'널린게 자료요, 손만 넣으면 구해지는 걸 어찌 저리....' 라던지

'야동도 다운로드 못하는 자가, 어찌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함부로 훅닥이었다.

 

가르기의 명수인 모세라도 불러다 야신의 얄미운 조둥아리도 좀 가르고 싶었지만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냥 야신에게 욕만 했다.

 

아무튼 뭐, 이 이야기는 내가 수컷임에서 기인한 이야기이다.

 

바야흐로 내가 대학 재수를 하던 무렵이었다. 재수생활이라는게 뭐 다들 그렇겠지만 정말 더럽게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정신은 하루하루 좀먹어 들어가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육체는 날이 갈수록 건장해지고 있었다. 재수하는 놈 체력이 뭐 좋아질 일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칼 같은 6시 기상과 00시의 취침은 나의 육체를 '근육 돼지'는 아니더라도 '돼지 아님' 정도로는 만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도, 건장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아침마다 텐트를 치듯 나도 별 반 다를건 없었는데, 뭐...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서커스 천막 정도는 쳤다.

 

여자친구는 없지, 여자친구를 만들 상황도 아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자기위로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또 무슨 쾌락한탕주의에 찌들어버린 키레네 학파 추종자는 아니므로 오해는 하지말자. 미국 어디 대학에서는 1일1위로가 또 하나의 자아를 굉장히 건강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아마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인가 뭐 하여튼 어디 주립대학일거다. 진짜 아무런 쓸모도 없어 뵈는데 흥미가 동하는 연구를 주로 하는게 또 미국 주립대학의 특징이니까. 하여튼.

 

적어도 일요일은 휴식을 취하였으므로, 자연스레 나의 자기위로는 토요일 새벽으로 시간대가 배정이 되었다. 무슨 근무 서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 새벽마다 '아이고, 오늘 참 자기위로 해야지' 하면서 자려다 말고 일어나 천공 카드 꼽듯 기계적인 위로를 해댄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시간대가 그렇게 잡혔다는 이야기이다.

 

그 날은 여느때와는 달랐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아무 생각없이 보는데, 나의 소중한 씨앗들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적혈구들이 분포해있는게 아닌가?

 

그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자들이라면 아마 '정신적인 고환을 가격당했다' 는 표현으로 나의 맨탈쇼크를 어림할 수 있을게다. 혈구가 지나다닐 길이 아닌데 혈구가 나왔다는 것은 날 경악시키기에 굉장히 충분한 일이었다. 아마 출애굽기 시절 애굽 사람들이 나일강이 붉게 변한것을 보았을 때 나와 같은 심경이었으리라. 애굽사람들이나 나나 붉으면 안 될 것이 붉어졌으니.

 

나는 스스로에게 '당황하지 말자. 어디 손에 생체기라도 났겠지' 라며 필사적으로 내 손과 팔 허벅지 뭐 하여튼 피부란 피부는 다 뒤져보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의 허약한 껍데기는 그 날 따라 윤기가 촤르르했다.

 

나의 머릿속은 온갖 걱정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행위 무능력자가 되는 것일까?'

'야, 이거 잘못하다간 총에 빈 탄창이나 꽂고 돌아다니게 생겼네'

'뭐 얼마나 했다고 대체.... 많이 한 건가? 남들이랑 X치는 이야기를 하질 않으니 내가 많이한건지 아닌지 비교를 해볼 수도 없잖아'

 

으레, 선무당들이 사람을 잡듯, 나는 인간 생식기관에 아무런 의학적 지식도 없는 주제에 나 스스로를 고자로 몰고가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아, 이게 뭐야! 칼 뽑기도 전에 칼자루가 부러져?! 재수도 없지'

'신이 있다면 엿이나 먹으라지!' 라고 신성모독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함 속에서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나는 공부고 나발이고 고자 될 걱정에 점심을 먹기가 무섭게 비뇨기과로 내달았다. 내 첫 비뇨기과 방문이었다.

 

 

 

 

-하편-

  

비뇨기과 앞에 다다르자 하늘이 갑자기 흐리어지며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프로도와 샘이 검은 문을 내려다 볼 때 느끼었을 중압감이 약간이나마 이해가 갔다. 지옥의 입구로 들어서는 오르페우스처럼,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비뇨기과의 문을 열어젖혔다.

 

점심시간의 병원이 으래 그러하듯 환자는 나 하나였다. 나는 쭈뼛쭈뼛 데스크로 다가갔다. 수간호사로 추측되는 간호사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나는 첫번째 질문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어떻게 왔냐니? 오기야 걸어서 왔지만 그걸 물어본 건 아닐게고, 대체 이 상황을 어찌 설명을 해야할지 감조차 안 잡혔다. 어 그러니까요, 제가 위로를 하는데 피가 나와서요? ㄸ치다가 피가 났습니다? 제 또 다른 자아가 중상을 입은 것 같아요?

 

"그...... 정액에서 피가 나와서요."

 

내 얼굴은 잘 익은 틈메이러만큼이나 새빨개졌지만 간호사는 '어제 이웃집에서 호박전 부치더라' 정도의 이야기를 들은 표정으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소변검사하는 그 플라스틱 막대기 그거,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걸 건냈다. 나는 군말없이 검사를 실시했고, 간호사는 검사를 마친 나에게 잠깐 앉아있으라고 말했다. 나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으므로 조용히 의자에 가서 앉았다.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주사바늘이 두렵다. 못 맞아서 울고불고 난리치는 영유아는 아니지만 정말 굳이 꼭 맞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사는 한사코 사양한다.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 또한 주사때문이다. 주사기가 뾰족한 쇳바늘을 탐욕스레 내두르며 내 연약한 피하지방을 뚫고 내 혈액들을 탐닉할 것을 상상만 해도 손에 힘이 꼭 들어가게 된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또 다시 악랄한 상상의 늪에 빠져들었다.

'비뇨기과 후기 보니까 씨주머니 X선 사진도 찍고 하던데 완전 굴욕적이겠지? 대체 무슨 자세로 찍는걸까?' 라던지

'설마 내 주니어에 주사바늘을 꽂는건 아니겠지?' 라던지 '주니어 안쪽의 혈관이 찢어지는 바람에 이미 해면체들이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서 괴사한건 아닐런지?'  

'너무 늦게 왔나?' 등등 하여튼 고자가 될 수 있는 온갖 상황들을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셀프 고자가 되어가던 중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레오니다스 왕처럼 비장한 기분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설령 내 주니어에 주사바늘을 들이댈지라도 절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나름대로 독립투사님들의 각오를 이어받은 상태였다.

 

난 의사 선생님 맞은편에 앉아서 '좀 걱정이 많이 되네요.' 하며 씨앗들 사이에서 혈구가 감지된 이야기를 했다.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지, 주니어 쪽에 병력이 있었는지 등을 물으며 가끔 종이위에 라틴어를 이텔릭체로 후려갈겼다. 어차피 영어로 써도 모를텐데. 나와 내 주니어는 의사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에 적토마를 얻은 관우처럼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근거 없는 안도감에 한결 낯이 나아진 나를 응시했다. 나 또한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주니어에 주사바늘좀 꼽읍시다' 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전전긍긍하며 맞보았다. 약간의 침묵이 있은 뒤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거, 젊고 혈기 왕성한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해요. 허허."
"......네?"

 

나는 일단 주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것에 안도를 하며 한 편으로는 뭘 적당히 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피곤하고 이럴 때는 성관계를 좀 자제하라는 말입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성생활이라고는 자기위로밖에 한 적이 없는데, 하지도 않은 성관계를 자제해야 하다니? 스핑크스를 두 번째로 만나는 기분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정액에서 피가 섞여나오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소변검사 결과 보고 이야기 들어보니까 딱히 병에 걸린 것 같지는 않다며 육체적으로 피로해있을 때 무리한 성관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성관계중이 아니라 위로중에 그런건데요. 제 말을 듣긴 하셨나요?' 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차올라왔지만 나는 그 말을 꾹꾹 밀어 넣었다. 하필이면 저 말은 또 족집개처럼 들은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그럼 주니어에 주사바늘 좀 꼽고 더 정밀하게 검사해봅시다' 라고 할 지도 모르지 않는가.

 

물론 지금이야 주니어에 주사바늘 꼽는 몰지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 당시만해도 난 '난생 처음 비뇨기과 온 어리숙한 환자1' 일 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알지 못할 이상한 알약 몇 알을 처방하며 '계속 그러면 다시 와서 정밀검사 해 봅시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나를 진료실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멍한 정신상태로 진료비를 치르고 병원을 나섰다. 손에는 처방전 한 장이 덩그러니 쥐여져 있었다. 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었다. 의사 선생님에 의해 나는 졸지에 몸이 피로에 문드러져도 색을 밝히는 엽색가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1일 1위로도 아니고 1주 1위로였는데 그게 그렇게 많이 치는건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그렇게 다시 토요일이 돌아왔다.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샤워재계를 했다. 그날은 특별히 주니어의 헤어에도 엘라스틴을 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처방받은 약도 하루 세 번 꼭꼭 복용하였다. 주니어의 건강을 체크하는 비장한 비뇨기과 의사가 된 기분으로 나는 마도요 폴더를 더블클릭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나의 씨앗들은 다시 순백색을 띄었다. 하이얀 씨앗들을 보고있자니 그렇게 경건한 마음가짐이 될 수가 없었다. 청정, 순진함, 결백,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을 보니 '오, 너 씨앗들! 찬란한 인류 문명 종속의 위대한 토대여! 로마제국도 결국은 너로부터 시작되었구나!' 라는 찬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일주간 경직되어있던 나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고, 나의 주니어도 덩달아 편안하게 늘어졌다. 건강한 주니어를 보자니 그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짜식이 말야, 아빠한테 괜한 걱정이나 끼치구 말야. 그렇게 나는 삼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출처 : 오유 알파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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