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수군절제사 정발鄭撥1553~1592은 경주정씨이다.
자는 자고子固이며 1579년 정축년에 무과에 급제했다.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말과 웃음이 적어서 그 친형 정탁과 함께 독행(篤行:성실하다는 뜻)한 면이 있었다.
임진년(1592년) 부산진 첨사가 되어 모친 함열 남궁씨(관찰사 남궁숙의 따님)와 작별할때 정발이 모친께 말하였다.
"충성과 효도는 두 가지가 다 온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제 자식이 임금의 일을 위해서 급한 곳에 가오니 원컨대 심려치 마십시요."
그러자 모친이 정첨사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였다.
"가거라. 네가 충신이 된다면 내가 무엇을 서운해 하겠느냐."
또 정발은 아내를 돌아보며 어머니를 잘 봉양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주변에 듣는 자가 눈물을 흘렸다.
정발이 급히 부산진으로 내려가니 적의 배가 이미 바다를 덮었다.
돌아와서 성으로 들어오니 적들이 성을 에워싸고 육박하였다.
그러나 정발은 신색을 변하지 않고 성에 임해서 적들을 쏘니 적의 시체가 산같이 쌓였다.
이에 왜적이 두려워하여 경계하기를 "흑의장군에게 가까이 하지말라" 라고 했으니 대개 정발은 항상 검은 색 도포를 입었기 때문이다.
정발은 화살이 다 소모되자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도망하기를 청하는 자가 있자 웃으며 말하였다.
"남아는 죽는다. 나는 마땅히 이 성의 귀신이 될 것이니 가고자 하는 자는 가라. 잘 가라~"
그의 말에 군사들이 모두 감격해 울었다.
정발의 첩 애향은 이때 18살의 나이였는데 목을 매고 정발의 시신 옆에서 죽었고, 종 용월도 역시 죽었다.
숙종 7년 (1681년) 동래부사 조세환의 상소로 숭정대부 의정부좌찬성 겸 판의금부사에 추증되었고
1686년에 이르러 충장의 시호가 내려졌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징비록에서는 정발이 군사들과 함께 사냥 후 고기와 술을 나눠먹으며 노는 것으로 등장하지만
사냥은 군사훈련의 한 부분입니다.
당시 정발은 절영도에서 군사훈련을 하던 도중 부산 앞바다를 새까맣게 뒤덮은 왜선을 보고 급히 부산진성으로 달려 간 것입니다.
경상좌도 수군절도사 박홍이 도망을 갔음에도 정발은 끝까지 분전하여 장렬히 싸우다 순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