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 경기에서 이보다 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지난 12일 폴란드 크라코프 아레나에서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0·크로아티아)와 '나파오(큰 코)' 가브리엘 곤자가(35·브라질)를 앞세운 'UFN 64' 대회가 개최됐다.
유럽에서 열린 이벤트라 빅네임이 많진 않았으나, 예상치 못한 신성 유럽 파이터들이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냈다. 언더카드에서 세스 바진스키를 상대한 레온 에드워스(23·잉글랜드)는 8초 KO승을 따냈고, 스트로급 강자 조앤 칼더우드를 맞은 마리나 모로즈(23·우크라이나)는 1분 30초 만에 암바승을 거두며 이변을 연출했다.
8초 KO승은 드웨인 루드윅(6.06초), 정찬성(6.26초), 토드 더피(7.56초) 등 UFC 최단시간 KO승과 견줄 만한 기록이다.
'UFN 64' 경기장을 찾은 공식 관중은 약 10,000명이며, 게이트 수익은 약 72만 달러(7억 8,840만원)다.
주최측은 UFN 64'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메인이벤트로 펼쳐진 크로캅-곤자가戰을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택했다. 보너스 금액은 5만 달러(5,498만 5,000원)다.
크로캅은 '불꽃 하이킥'이 아닌 '불꽃 엘보'로 곤자가를 때려눕혔다. 1, 2라운드까지만 해도 패색이 짙었다. 스탠딩 타격전, 그라운드 게임에서 이렇다 할 공격을 선보이지 못하고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3라운드 중반, 크로캅의 묵직한 공격이 빛을 발했다. 근접전에서 엘보를 적중시킨 그는 소나기 펀치를 시도했고, 상위포지션에서 묵직한 엘보·파운딩을 퍼부은 끝에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두 명의 선수에게 제공하는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는 세스 바진스키를 8초 만에 잠재운 레온 에드워스와 조앤 칼더우드를 암바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 마리나 모로즈가 차지했다.
엘보 반대한다더니…앞·뒤 안 맞는 크로캅 "연습한 엘보가 통했다"
곤자가戰 전, 크로캅은 엘보 공격에 대해 "출혈을 유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금지돼야한다. 격투팬들은 피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적인 기술을 선호한다. 멋진 킥·펀치, 서브미션을 원할 뿐, 피를 원하진 않는다"고 말했었다.
팔꿈치 공격이 금지된 K-1과 프라이드에서 활동한 것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크로캅은 가장 기본이 되는 펀치와 킥을 위주로 공격을 구사하며 팔꿈치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니킥 사용도 극히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곤자가와의 2차전에서 크로캅이 승부를 결정지은 공격은 아이러니하게도 엘보였다. 크로캅은 3라운드 들어 곤자가의 클린치 공격을 받던 중 공간을 만들어 짧게 친 엘보 두 방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라운드에서의 피니시 공격은 파운딩이었지만 그 전에 상대를 무능화시킨 기술은 엘보였다. 크로캅에게 수차례 엘보를 허용한 곤자가는 경기가 끝날 때쯤 많은 출혈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크로캅이 1차전에서 패했던 주된 원인이 엘보 허용이었다는 것. 결정타는 하이킥이었으나 그 전에 엘보 공격이 유효했다.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한 댄 하디는 크로캅의 엘보를 가리켜 '신무기'라고 표현했다.
크로캅은 "훈련 중 엘보를 사용하는 법과 방어하는 법을 연구했다. 그것이 통했다"고 짧고 굵게 말했다.
'돌아온 거장' 크로캅의 복수혈전 2탄은 보류 "휴식·재활이 우선"
크로캅은 복수혈전 2탄을 기약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경기가 언제 펼쳐질지 모르겠다. 우선 휴식을 취하고, 부상에 대한 회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파이터에겐 다양한 모티베이션이 존재한다. 챔피언 벨트, 파이트머니가 대표적이다. 돌아온 크로캅은 '복수심'에 불탄다.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크로캅을 꺾은 파이터 중 UFC에서 활동 중인 선수는 2위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5위 마크 헌트, 10위 프랭크 미어, 11위 로이 넬슨,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라이트헤비급으로 전향할 예정인 브랜든 샤웁이다.
크로캅의 복수혈전 1부의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2부에 대한 기대도 걸어볼 만하다. 한편 넬슨은 크로캅과의 2차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곤자가와 3차전에 대한 크로캅의 생각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크로캅은 "곤자가는 터프가이다. 우리의 전략은 1~2라운드에서 그를 지치게 하고, 3라운드에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며 "난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5라운드 경기를 준비했다. 내가 그를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 내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다. 다만 리매치에서"라고 운을 뗐다.
이어 크로캅은 "(부상에 대한)상처가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출혈 때문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곤자가와의 3차전에 대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크로캅보다 별명이 많은 파이터가 있을까?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승리를 거둔 크로캅, 그의 인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 경기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의 이슈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위트 넘치는 별명들이다. 엘보에 대한 교훈을 줬다는 의미의 '교훈캅', 옥타곤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의 '제갈캅'-'북벌캅', 감동을 연출했다는 의미의 '감동캅' 등이 있다.
과거에도 그를 수식하는 별명들은 무수히 많이 존재했다. 검색 순위가 높다는 의미의 '검색캅', 질 때마다 고열이었다고 변명하는 것을 의미하는 '고열캅', 승리 후 기뻐하는 코치의 팔을 뿌리친다는 의미의 '까칠캅', 경기 중 먼 곳을 본다는 의미의 '먼산캅', 단체를 수시로 옮긴다는 의미의 '철새캅', 코로만 숨 쉰다는 의미의 '코로캅', 전성.기가 지난 뒤에 K-1 월드그랑프리 챔피언에 올랐다는 의미의 '회춘캅', 중국 행상인 중 크로캅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자들이 많다는 의미의 '행상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