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황제의 삶' 하면 화려한 궁전, 고급스러운 옷, 수많은 여인, 산해진미, 위엄넘치는 생활 이런걸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그 어느것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음악, 미술, 술, 음식, 연회 다 안 좋아함.
키가 작고 못생겼는데 외모에 신경도 안씀.
머리 손질도 목욕도 제대로 안 했으며, 옷도 늘 군복 차림이기를 좋아했음.
심지어 여자에도 관심이 없어서 황제가 결혼을 안하고 평생 독신으로 삼. 그래서 후계자가 없음.
이러면 무슨 금욕하는 기독교 수도승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데, 특별히 신앙심이 투철하지도 않았죠.
그렇다고 자포자기하고 사는 폐인도 아닌게, 일은 엄청나게 잘했습니다.
전쟁터마다 직접 나가서 사방에서 덤벼드는 적국들을 모조리 처발랐고
내정도 잘해서 백성을 두루 잘 살게 하면서도 곳간이 터져나갈 정도로 풍족한 국가재정을 남겼죠.
전쟁이 없으면 집무실에 틀어박혀 공무를 처리하고 군사계획을 세우며 날을 보내는 근면성실한 황제였습니다.
그렇다고 백성들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 모든 일을 해냈냐면 글쎄...
대중들 앞에 나서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도 없었구요.
덕분에 백성들도 업적에 비해 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제가 나서서 뭔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인기가 올라갈텐데 궁궐에 처박혀서 일만 하고 있으니...
그나마 그와 함께 전쟁터를 누비며 평생을 싸운 군인들만이 그를 존경했다고 합니다.
이러면 얼마 안가 스트레스가 쌓여 과로사하는게 당연해보이는데 또 그시대 사람 치고는 꽤 오래 살다가 67세에 죽었습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는지...참 역사상 존재한 수많은 황제 중에서도 특이한 케이스죠.
“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누구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누구의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사랑은커녕 그를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절친한 친구도 없었던 듯하다. 비잔티움의 역대 황제들 중 그처럼 고독한 사람은 없었다.” - 존 줄리어스 노리치가 [비잔티움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