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덴마크

키토모 작성일 15.04.30 0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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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한복판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서빙 종업원 클라우스 피터슨(56)씨 ⓒ 오연호      저 식당 종업원은 어느정도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을까? 식당 테이블에 앉아 서빙을 기다릴 때 접시를 들고 분주히 오가는 종업원을 보면서 그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지난 4월 중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한복판에 있는 한 대형 레스토랑에서 저는 호기심을 가지고 한 종업원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몸놀림이 유난히 가벼워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십 명의 서빙 종업원 중에 가장 나이가 들어보였는데도 말입니다. 제 눈이 그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그는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눈을 마주하고 본 그의 얼굴 표정은 담담했지만 끌림이 있었습니다. 겸손함과 당당함의 결합이랄까요? 단박에 그가 일을 즐기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일행과 저녁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가 서빙해준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그의 인생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여전히 분주한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궁금한 건 많았는데, 바쁜 그가 가장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나이를 물어봤습니다.

"저요? 56세죠. 클라우스 피터슨(Klaus Petersen)입니다.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한 웨이터를 계속하고 싶어요."

왠지 존경스러워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의 눈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따로 인터뷰 날을 잡을 걸!

그로부터 2달 후인 지난 6월말, 덴마크에 2차 취재를 갔을 때 저는 다시 그 레스토랑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도 그가 있었는데, 그는 단박에 두 달 전에 온 손님을 알아봤습니다.

"한국에서 온 그 기자죠?"

저는 그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흔쾌히 답했습니다.

"여기 종업원이 모두 30명쯤 되거든요. 그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요. 아직 덜 바쁜 시간이니 한 30분쯤 시간 내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이런 게 고참의 특권이죠. 하하."

자, 그럼 지금부터 그에게 들은 행복론 특강을 요약해드리겠습니다.    beb7944ff89e9b1e391e56a8d9afb3f5_aQiZWkkiKYjm4SHUVHgJoTexbI.jpg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①] 내 인생이다, 스스로 즐거운 것을 하라

저의 첫 질문은 "참 행복해보인다" 였습니다. 그는 웃으며 "즐기면서 일하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17세 때부터 지금까지 약 40년간 요리사와 종업원 일을 해왔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학에 꼭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요리사와 웨이터 일을 하기 위해 식당에 바로 취직했는데 거기서 공부와 일을 함께 했어요."

일과 공부의 병행. 이것은 덴마크의 독특한 시스템인데, 종업원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1년에 10주간을 직업학교에 다닐 수 있게 보장한 제도입니다. 수업비는 회사와 정부에서 대줍니다.

"저는 그런 교육을 7년이나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저의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그런 직업학교 교육을 통해 그냥 노동이 아니라 의미있는 노동을 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래서 자신의 일을 더욱 즐기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②] 기죽지 마라, 직업엔 귀천이 없다

클라우스씨는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올해 22살인데 열쇠수리공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아들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저는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아버지가 식당 종업원이면 아들은 '출세'하길 바라는 것이 한국식이니까요. 그러나 클라우스씨는 "단 한 번도 우리 아들이 판검사나 의사가 교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며 제게 되려 묻더군요.

"열쇠수리공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의미있는 직업입니까?"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덴마크에 가기 전에 만난 한 대기업 간부는 이름없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들 이야기를 꺼낼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비로서 참 부끄럽지만…." 또 다른 제 지인은 의사인데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기가 죽습니다. 그는 아들이 자신처럼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했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그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클라우스씨는 "5년만에 한 번씩 고등학교 동창생 모임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도 내가 식당 종업원이고 아들이 열쇠수리공이라는 걸 떳떳히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아들을 존중하는 덴마크 웨이터와 아들에 쪽팔려하는 한국 의사, 누가 더 행복한 걸까요? 이것은 부자관계의 차이에 대한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노동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이지요.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③] 더불어 함께 하라, 연대하면 걱정이 없다    fire2003.tistory.com/category/about Denmark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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