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목소리 카스트라토

키토모 작성일 15.05.07 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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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8년 어느날,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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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군중 앞에서 노래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인간의 목소리와 트럼펫 소리 대결로 큰 관심을 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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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리를 거둔 것은 남자였다.. 이 남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카스트라토로 손꼽히는 ‘파리넬리(Farinell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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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의 음역은 트럼펫을 뛰어넘었으며, 목소리는 가녀린 여성보다도 아름다웠다. 남자의 목소리라고 믿기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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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폴리 광장에서는 영국왕실의 공인 작곡가인 ‘헨델’이 파리넬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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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은 파리넬리에게 깊은 감명을 받고 영국으로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파리넬리의 형인 리카르도에 의해 좌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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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 1994년 영화 <파리넬리>가 개봉하면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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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였다. 카스트라토는 18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거세한 가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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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남자였지만 남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해야하는 운명을 타고난 남자..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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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당시의 유럽 예술은 르네상스, 바로크를 거쳐 로코코 시대였다. 로코코 시대는 미술, 건축, 음악 등을 아우르는 예술 양식이 크게 발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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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음악은 화려함과 섬세함, 부드러움이 강조되었다. 그래서 가장 큰 인기를 맞은 가수들이 ‘카스트라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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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는 당대 이탈리아의 공연장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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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로마에서 열린 오페라의 한 장면 >
카스트라토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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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는 어떻게 로코코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의 교회와 강당에서 노래를 부를 여성 가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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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여성은 교회에서 소란스럽게 해선 안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중세 유럽의 교회에서는 이 구절을 그대로 직역하여 여성들이 교회나 강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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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여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수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카스트라토를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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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소년을 거세시키면 어린시절 특유의 고음 음역대 목소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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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탈리아 음악계에는 이런 거세한 가수들이 즐비했다. 이탈리아에서만 해마다 6,000명의 소년들이 거세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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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는 12살이 되던 해, 아버지에 의해 거세당했고 유명한 작곡가였던 니콜라 포르포라의 제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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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넬리>에서는 파리넬리의 거세 장면이 등장하는데, 거세 방법은 환관을 거세할 때와 같은 ‘물리적 거세’가 아니라 고환에 칼로 상처를 내고 양잿물에 담그는 ‘화학적 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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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있을 수도 없는 인권 침해이자 유린이었지만 서양의 17세기(바로크 시대)~18세기(로코코 시대)에는 이러한 카스트라토가 매우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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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는 작곡가인 형과 함께 유럽을 누볐고, 금세 유명해졌다. 또한 그가 속한 포르포라 극단은 파리넬리를 등에 업고 유럽 제일의 극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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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리넬리의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가 있다. 바로 ‘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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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년, 파리넬리는 라이벌이었던 헨델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런던 공연을 마친다. 이 공연으로 헨델은 파리넬리를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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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극단은 영국 왕실의 지지를 얻고 있음에도 관객을 끌어 모으는데 실패하고, 단골 관객까지 파리넬리의 극단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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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헨델은 파리넬리 때문에 오페라 작곡을 포기하고, 오라토리오(18세기에 성행했던 종교적 극음악)로 전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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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파리넬리는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여자들은 심지어 기절까지 했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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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당시 이탈리아의 귀부인들은 카스트라토를 불륜 상대로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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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파리넬리는 성(姓)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그의 형이 자신의 연인을 안아주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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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7년, 파리넬리는 스페인의 펠리페 5세 국왕의 부인 ‘엘리자베타’의 초청을 받는다. 당시 펠리페 5세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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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타는 파리넬리에게 국왕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노래해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파리넬리는 은퇴할 때까지 그 앞에서 노래하였고, 국왕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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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파리넬리는 비교적 평안한 삶을 살았다. 이미 축적한 부(富)는 수많은 재물과 하인을 가질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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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음악가들이 은퇴한 파리넬리를 보러 찾아왔고 모차르트도 그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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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는 남은 여생을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보냈다. 또한, 죽기 전에 하인들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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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세를 떨쳤던 카스트라토였다. 하지만 거세했다고 해서 모두 가수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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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카스트라토는 1%에도 미치지 못했고 나머지는 거세당한 채, 남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암울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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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리넬리와 같이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돈과 명예를 한 번에 가질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인생은 매우 힘들고 고독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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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노래하는 기계로 만들었던 ‘거세 행위’는 현재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순수 카스트라토로서, 가장 최근까지 활동했던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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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까지 교황청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알레산드로 모레스키’이다. 그의 실제 목소리는 아직까지 음원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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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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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넬리>에서는 파리넬리가 헨델의 아리아 '울게하소서, Lascia ch’io Pianga'를 부르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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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파리넬리가 라이벌이었던 헨델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공연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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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파리넬리와 같은 ‘순수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아마 영원히 들을 수 없을 듯하다. 

 

 

출처. 피키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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