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 반학기 정도 다니고 나서 어머니가 아픈바람에 집안에 있는 돈 모조리 병원비로 들어가고
그와중에 아버지는 술만 쳐 마시고 노름하느라 집의 통장잔고가 0원이 되었다
어머니 병원비는 내야되는데 돈은 너무 없고 절박한 심정에 일단 집에 있는 모든 통장들 정리를 해봤지만
기대를 저버리듯 통장에는 계속해서 100원 이하의 금액만 찍혀 나오더라.
그냥 휴학하고 동네 자동차 공업사에서 핫바리로 일 시작해서 겨우겨우 생계비 벌다가
23에 군대 차량 정비병으로 입대했다.
누워있는 어머니 걱정하나 안하고 술만 퍼마시는 아버지 얼굴보기도 싫어서 억지로 집에 보내라는 훈련소 편지 끝까지 얼차려
받아가면서 안보냈고 휴가 때는 정말 지옥이었다. 아버지 얼굴을 봐야 되다니...
상병 꺾이려고 하니까 걱정되더라. 조금 있으면 병장도 되고 전역을 하는데 전역을 하면 입대 전 그런 생활을 다시 해야되나
하는 좆같은 마음이 한 켠에 묻어 있어서 부사관을 선택했다.
ㅂ사교 훈련 받으면서 가끔 짬 날때 전화 할 수 있었는데 집에 편지도 안보내고 전화도 안하는
나를 보곤 소대장이 강제로 내 차례까지 만들어 주며 전화를 시키려 했지만
난 그것마저 거절하면서 훈련 받았다.
부사교 훈련 다 받고 임관할 때도 아버지 어머니 삼촌 이모 뭐 어느 누구 한 명도 안왔다.
그저 친구만 몇명 왔을 뿐이다.
근데 난 오히려 그게 편했다.
전역해서 엠창인생 다시 시작하느니 차라리 부사관 임관해서 아버지 얼굴 안 보고 어머니 병원비 보태며 나 혼자 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근데 부대 배치받고나서 정말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됬다.
첫 월급이 나오자 마자 행보관이 통장을 들고 오라고 했다. 난 영문을 몰랐지만 그냥 통장 보여줬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야 하사새끼가 적금 안넣어?" 라고 하는게 아니겠냐...
이 좆같은 상황은 옆중에 부사관 군기반장 중사에게 까지 흘러 들어갔고, 그 날 퇴근하고 BOQ에서 중사앞에서 대가리박고 빠따로 엉덩이 존나 맞았다.
군인공제회는 1구좌당 5천원이며, 최고 150구좌 가입이 가능하다.
다음날 행보관한테 가정사정 말하고, 계산해보니 넣을 수 있는 적금이 100구좌 (50만원) 인 것 같다고 말하니까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냐고 욕하더니 내 군번이랑 주민번호 물어보더라...
말 하니까 바로 지 핸드폰으로 군인공제회 전화해서 내 이름 앞으로 150구좌 (75만원) 가입시키는게 아니겠냐?
월 110만원도 못받는 초임하사에게 75만원이란 적금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당장 집에 보내야 할 돈이 필요하고 집에 돈을 보내야만 어머니가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동생이 밥을 사먹을 수 있었다.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는 끼니를 굶기 일수였고, 하루는 내가 못참겠다 싶어 적금액을 줄이겠다고 말을 했으나
한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주둥아리를 찢어버린다고 하더라.
하사가 업무 중 제한사항이 발생되 행보관에게 보고하는 것임에도 행보관이나 통신반장은 나에게 "근데 어쩌라고? 그거하나 못해?"
라고 말하기 일수였다.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할 수 있도록 선배/고참급 부사관이 협조나 통제를 해줘야 하는 건데 그것 마저 이루어지지 않으니
나는 앞에 안개가 자욱한 산 속에서 홀로 걷는 느낌이었다.
뭔가 잘못됬다고는 느꼈으나 이는 임관후 자대배치 받은지 1주일도 안됬을 때부터 시작된 상황이었고
이대로는 부대에 남아있지 못하겠다고 자살까지 해보고 대대장 면담도 해보고 병영상담관 면담도 해보았지만
아무 효력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나의 행동을 알아챈 행보관과 주임원사는 군생활이 좆같으면 장기하지 말라는 소리나 했었다.
근무 2년차 쯤엔 밤 10시쯤엔가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는데
옆옆중대 중사가 페이스북 덧글로 자라, 라고 남기는거였다.
뭐 답장을 안달 수도 없고... 예 알겠습니다. 라고 답장을 남겼는데
5분 있다가 그 중사가 오더니
지금이 몇신데 잠을 안자냐면서 온갖 욕을 퍼붓고 가더라.
간부가 취침시간이 따로 통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생활 시간을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기가 찼다.
나를 비롯 나와 비슷한 군번의 하사들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던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인격적인 대우 하나 못받았고 그냥 '노비'같은 삶을 산 것 같다.
아침마다 BOQ 전체 선배들 깨워줘야 하는 건 기본이었고
배달 음식 받아 왔다가 음식이 식어있으면 음식앞에서 대가리 박고 나중에야 '이거나 먹어라' 하고 선배들이 던져놓고 가더라.
하루는 방 문 안잠그고 출근했다가 야근 후 밤 9시 쯤 방에 들어오니까
냉장고에 있는거랑, 세제랑 섬유유연제 뭐 이것저것 다 없어져 있더라.
나 뿐만이 아니라 동기 하사들 모두가 겪은 일이란다.
자다가 내 방에 갑자기 쑥 들어와서 뭐 가져가는 선배들 때문에 잠 깨는건 일수였고
BOQ에선 술쳐마시느라 소리지르는 선배 새끼들 때문에 잠 설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전역하기 한달 전 까지도 항상 부정적인 시각으로 하사를 바라보는 눈빛과 말투가 변함이 없었다.
특히나 하사만 보면 눈에 불을 키듯 병신같은 소리만 골라서 하던 중사새끼가
"전역하면 다냐"고 욕을 쳐해대길래 "나가면 좆도아닌 새끼가.. 여태까지 니한테 당하면서 살아온 내가 병신이다." 라고 욕을 했다가
00, 03, 04군번 상/중사에게 하루종일 주먹/발차기/각목으로 쳐맞았다.
처음에 몇대 맞고 반항을 하기도 했으나 막사 뒤에서 벌어진 이 폭력행위는 순식간 이었다.
내가 오늘 전역을 한 것이 믿겨지지가 않고
군생활 4년을 한 동안 당한 것만 생각하면 너무 서럽고, 내가 내 몸을 챙기지 못하고
오로지 독재같은 상사/중사들의 통제에만 맡겼어야 했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분하다.
같이 전역한 3명의 하사들 또한 같은 마음이다.
오전 전역 전 마지막 면담에서 군단 주임원사가 "군대에서 보고 가는 나쁜 것들은 모두 잊고가라." 라고 말했을때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다나오더라.
"아저씨가 우리가 어떻게 군생활 했는지 아세요?" 부터 시작해서... 온갖 안하고 나온 말이 없는 것 같다.
29 될때까지 나는 뭐했을까 뒤돌아 보니
공업사에서 엔진오일 갈고 좆뱅이 치다가... 군 입대해서 존나 바보되가지고 빠따 각목으로 쳐맞은 기억밖에 안난다.
20대의 절반 이상을 군대에서 쳐맞기만 하면서 지냈다.
대학교 동기들은 이미 졸업한지 오래고
그 중에는 벌써 결혼하고 애 낳은 친구도 있고
갖가지 자기가 원하던 사업, 원하던 직무로 나아간 친구들을 둘러보니
나는 여태까지 뭐했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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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쓴 부사관도 애초에 약간 삐뚤어 진것 같기는 한데, 선배들도 곱게 봐준게 아니라 삐뚤어진듯...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간부생활도 안편한듯... 아무래도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가 있을테니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