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 달라는 남친

뿌야몬 작성일 15.05.19 15:43:59
댓글 11조회 6,879추천 3

 

올 가을 결혼을 앞 둔 흔녀입니다.

 

연애 1년 남짓,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남친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깜짝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질리게 싫은  모습....... 흥정.. 흥정.. 흥정... 

 

안 깎아 줍니까?

덤 안줍니까?

서비스 없어여?

하나 사면 하나 더 안줍니까?

자주 올께요 사장님 하나 만 더 챙겨주세요

 

하아... 시도 때도 없이, 그래요.

길거리 노점은 기본, 마트에서 식당에서 매장에서 백화점에서...

 

전 그게 너무 창피하고요.

 

정찰제잖아, 왜 그래? 물으니 그냥 해본 소리래요. 그리고 어쩌다 재수 좋으면 서비스로

뭐라도 하나 받는다고...

몇천원이라도 깎거나, 마트에서는 키친타월, 작은 섬유유연제, 매장에서는 양말 등등...

 

여지껏 그렇게 하며 자잘자잘 많이 얻으셨는지(?)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그래서 난 정말 싫으니,

나랑 쇼핑할 때 만큼은 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달라 했고

알겠다 자기 없을때만 하겠다 하더니.

휴우..... 똑같아요.

 

그래서 계산할 때쯤이면 전 일부러 멀리 가버려요.

흥정하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러다가 최근에

결혼 전,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신신당부 했거든요.

오늘은 그러지 말라고, 알았다고 대답은 시원시원.

 

음식이 나오고 와인 한 두잔 하면서 분위기 좋았거든요.

그 때 이 모든 것을 와장창 깨는 남친의 한마디..

직원을 갑자기 부르더니,

우리가 지금 한사람당 얼마짜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서비스음식 뭐라도 안 챙겨줍니까?

음식의 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였고 충분히 맛있게 즐기고 있었어요........

 

 

저는 표정관리 안되고, 친구들도 당황...

 

직원이 정중하게 폴더인사 하면서

따로 새로운 음식을 챙겨드릴 순 없는데 한번 주방에 부탁드려 본다고 말씀하시길래

제가 괜찮다고 죄송합니다 했더니

 

아니 왜 챙겨주신다잖아? 하고 말하는 남친을 눈에서 레이져 나올 것 처럼

쏘아보았더니 알겠다고 멋쩍게 웃더라구요.

 

 

식사가 끝나고 친구들은 갔고

아 맞다! 자기가 싫다고 했었는데, 미안하다. 내가 습관이 되가지고

용서해줘라 응? 미안해..

 

이러면서 애교아닌 애교를 부리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도 싫고 진짜 질리더라구요.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 삼심대 중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더더욱 아니에요.

 

아 쓰다보니, 한번은 데이트하는데 길거리에서 군밤을 팔더라구요.

먹고 싶다해서 한봉지 사려는데 5천원인가 하는거에요.

그 때 또 역시나

몇개 더 담아주세요, 얼마 깎아주세요 하면서 촐싹촐싹 거리며 흥정을 하는데

그 때 그분이 안 판다고...됐다며. 한마디 하셨어요.

' 저 여기서 한달 내내 이거 팔아도 그쪽이 입은 옷 못사요.. 있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가시죠 그냥'

 

남친이 뭐라 하려고 하는걸 제가 죄송합니다. 하고 나와서

그때도 싸웠던 것 같아요.

 

 

다시 최근일로 돌아와서..

식사자리 이후, 제 눈치를 많이 보더라구요. 주말에 날이 더워 입을 옷이 없다며

같이 가자는 말에

또 가서 흥정하거나 서비스달란 소리하면

앞으로 두번 다시 같이 쇼핑하는 일 없을 거라고. 말하고선 백화점에 갔어요.

 

네...

역시나...........

무의식적으로 카드 내밀며

이렇게 샀는데 양말이라도 하나 안줘요?

 

그 말 하는 순간..

 

저 옆에서 보고 있다가 뒤 돌아 왔습니다..

 

남친은 당황해서 아 아 잠시만요 하며 절 붙잡더라구요.

손 놓으라고 악을 빽 지르고 싶었으나 꾹 참고

조용히 손 뿌리치며

차에서 기다린다고 계산하고 오라고 했죠.

 

허겁지겁 계산하고 뛰어 오는데

엘리베이터 내릴 때까지 한마디도 안하다가

택시타고 가겠다, 시간 좀 흐른뒤에 이야기하자 했더니

알았다고..

세상 근심 걱정 혼자 다 짊어진듯한 시무룩한 눈으로 절 쳐다보는데

무시하고 집에 왔어요.

 

 

그리곤  오늘 출근했는데..밥도 먹기 싫고..

점심시간에 이러고 있네요..

 

 

결혼 앞두고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지,

에휴... 주절 주절 거려봤습니다..

혹시 비슷한 성향의 남친이나 남편 분 계시면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

 

 

 

점심시간에 글 써 놓고 너무 바빠 확인 못하다가  이제야 댓글들 모두 다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예민한 것이 아니네요.

 

연애 초반에는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어요.

편의점에서 커피랑 과자 몇개 사면서 할인을 받았었는데

제가 오~ 이런 모습도 있었네? 오빠 정말 알뜰하다, 라는 말을 했어요.

 

으쓱해하면서

나 이런 남자야, 하며 우쭐해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그후는.. 대놓고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더 진상으로....

제 앞에서 서비스 서비스 깎아주세요 깎아주세요 이 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더라구요.

 

어떻게 일년을 만났냐, 군밤 사건 있을 때 바로 헤어졌겠다, 하시는데

네.. 심각하게 이야기했죠..

제가 너무 싸늘하게 쳐다보니

총무인 모임도 많고 형님들도 다 잘한다고 칭찬하고 주변 상가 아주머니들도 넉살좋다

생활력 강하다 칭찬해서 깎고 서비스달라는게 

습관이 되서 내가 미쳤나보다라고, 군밤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화내실지 몰랐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사죄하고 오겠다 용서해라 다신 이런일 없다 막 빌었구요.

 

그 이후에는 길거리 노점에서 군것질거리 살 때 깎아주세요 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더 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 안절부절 못 하더라구요. 약속한게 있으니 차마 말은 못하겠는지..

제 눈치만 계속 보고..

나중에 입 근질거렸지? 물으면 헤헤헤 하고 웃고........ 그래도 조금씩 변하나 보다 했는데..

 

 

최근에 결혼준비로 이것저것 사면서 다시 터진거구요.

몇 번 잘 이야기하며 참으니

이젠 이 여자가 받아주는구나, 상견례도 했고 날도 다 잡았는데 뭐 어쩌겠나 싶은 마음인지

아주 아주 거침없이 선을 넘은거죠. 한계를.

 

 

전화오는건 받지 않고 있고

문자는 서로 하는데

본인도 느낌이 쎄- 한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오바하며

애교섞인 말투와 이모티콘을 보내는데

 

제가 눈치 없냐 그만 오바해라  

했더니 또 풀죽은 이모티콘...

 

 

파혼하자니

이미 신혼 여행, 예식장,  집, 기타 자잘한 스드메등..  

다 되어 있는데 취소하고 정리하려니 머리가 아프네요.

 

 

평생 살자니...

핵............핵............. 노 답... 일 것 같구요..

 

 

평일엔 서로 바쁘기도 하고

주말에 만나 정리할 겁니다.

부모님께 이렇게 불효하나 싶어서 마음은 무겁지만

평생 같이 살 자신이 없네요....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 감사합니다.

 

 

 

뿌야몬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