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너무 어렵죠? 이해를 못한 사람은 졸작 취급하고, 이해를 한 사람은 경이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해를 하고 영화를 다시 한번 감상하시도록, 애니 매트릭스 포함한 1, 2, 3편의 전체 줄거리와 그 깊은 의미를 풀어 보았습니다. 4편이나 되는 영화라 글은 대단히 길지요. 그러나 이것을 다 읽으면, 이 영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리라 확신합니다. 대부분의 난해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주력했습니다.
1. 2199년 경 고도로 발달한 기계 로봇은 인간처럼 자율적 존재로 발전하고 자아의식과 약간의 감정까지 지닌다. 그러나 기계는 수학적, 과학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사랑이라는 감정은 갖지 못한다. (애니 매트릭스) - 기계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신비와 존엄성을 강조.
2. 인간은 기계를 가혹하게 부려먹는데, 자의식을 가진 로봇들은 이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최초의 저항 로봇 B166ER이 주인을 살해하고 인간에게 파괴되며, 이후 로봇에게 위협을 느낀 인간들은 로봇의 수를 줄이고자 대량 파괴(매장)한다. 그러자 로봇들은 인간들을 피해 Zero One이라는 도시를 별도로 건설한다. (애니 매트릭스) - 누군가가 찾아냈듯이, 최초 저항 로봇 B166ER은 최초의 저항 소설이라 할 수 있는 "Native Son"에서 백인을 살해하는 등장인물 Bigger의 이름의 Word Play(말장난). 로봇 도시 제로원은 기계의 수학적 원리 0과 1의 이진법을 암시.
3. 로봇의 나라가 점점 강성해지자, 인간은 위협을 느끼고 로봇과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로봇은 인간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 (애니 매트릭스)
4. 인간은 로봇에게 밀리자, 최후의 수단으로 로봇들의 에너지 원인 태양을 짙은 연막으로 차단하고 , 아마도 3편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구름층에 기계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강력한 전자파(EMP)가 발생하게 만드는 작전을 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전쟁에서 패배하고, 기계들이 찾기 어려운 지하 세계로 도피해서 시온을 건설한다. (애니 매트릭스+매트릭스 1) - 시온은 구약성경에서 세상 마지막 날에 메시야가 그곳에 와서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세상을 통치하는 거룩한 도시이다.
5. 기계와 로봇들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바로 인간의 생체 에너지가 그것이다. 로봇들은 인간을 대량 인공 배양해서 인큐베이터에 가두어 키운다. 기계들의 대장(인공지능인 A.I.이며, 아마 필자 견해로는 매트릭스 내에서는 할아버지 모습의 아키텍트라고 생각한다)은 매트릭스라는 거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든 인큐베이터의 인간들을 각자 프로그램화시켜 각자의 목적대로 1999년도라는 허상의 세계를 살게 만든다.
6. 인간의 모든 활동이 정확한 규칙의 프로그램 속에서 진행된다. 심지어 음식을 먹을 때조차도, 맛있다는 신호를 매트릭스 시스템에서 전해주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인간이 그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기계의 통제 아래 착각 속에 살 뿐인 것이다(애니 매트릭스+매트릭스 1) - 필자의 생각에 굳이 아키텍트가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정신 활동을 해야만 Active하고 강력한 에너지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며, 인간을 완전히 지배하여 기계에 대한 학대를 복수하기 위함이다.
7. 시온의 인간들은 기계들에 맞서 인큐베이터에 갇혀 허상의 세계를 사는 인간들을 해방하려 한다. 그들은 해킹을 통해 매트릭스 내에 몰래 접속해 들어가 사람들에게 이 세상이 허상임을 깨닫도록 가르치고, 깨달은 자들을 매트릭스로부터 탈출시킨다. 현실과 매트릭스 내의 접속과 이동 수단은 전화 통신이다. (매트릭스 1)
8. 매트릭스 내에서 깨달은 자들은 시온의 전사들의 도움으로 현실로 빠져 나오는데, 그 곳은 자신들이 양육되고 있는 현실의 인큐베이터이기에, 깨어나자마자 그 비참한 모습에 놀라고 만다. 이 때 감시 로봇이 즉시 이런 깨달은 자들을 폐기장으로 내려 보내는데, 여기에서 폐기장으로 보내진 인간들은 완전 분해되어 다시 인큐베이터의 양분으로 사용 된다. 현실 세계 속에서 시온의 전사들은 감시를 피해 전함을 타고 다니는데, 그 임무 중 하나가 폐기장으로 옮겨 진 인간들을 분해 되기 전에 재빨리 구출해서 시온에 보내는 것이다.
9. 한편, 현실 세계에서 전함을 추적하고 시온을 찾아내려고 하는 기계 군사들은 센티넬(문어 로봇)이다. 센티넬은 영어로 '감시자'라는 뜻. 시온의 전함은 대단히 위험할 때, 최후의 무기로 EMP라는 전자파를 쏘는데, 이것 한방이면, 사방 수 킬로미터 내의 모든 센티넬 뿐만 아니라 모든 컴퓨터와 기계가 순식간에 멈추고 만다. 이처럼 아군의 피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이 무기를 쓰지 않는다.
10. 2편에서 이 센티넬들은 마침내 시온의 위치를 알아낸 뒤, 거대한 굴착기로 땅을 파고 들어가, 3편에서 결국 수십만의 센티넬과 시온의 시민들이 엄청난 전투를 벌인다. 이 전투 장면이 영화의 거의 1/3인데, 한마디로 영화의 기적이며, 필자는 심지어 매트릭스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불쌍하다고 여길 만큼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11. 사람들의 깨달음과 탈출을 통해 시온의 인구는 점점 늘어나 그만큼 군사력이 강해진다. 영화에서 목덜미에 접속 구멍이 있는 사람들은 인큐베이터에서 깨달아 탈출한 자들이고, 그 구멍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시온을 도망쳐 온 사람들의 후손들이다. 또한 접속 구멍이 없는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접속 구멍을 가진 사람들의 후손들도 있다.
12. 매트릭스 내에서 깨달은 자들은 시온의 전사들의 깨우침을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선각자를 통해서나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 깨닫기도 한다. 이런 깨달음을 종교적으로 해탈, 자각, 혹은 진리의 통달이라고 한다. 깨달음에 이른 자들은 자신들의 세상(아직은 그 세상이 매트릭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이 허상이라는 사실을 안다. 따라서 물리적 한계도 허상일 뿐이며, 마음 먹기에 따라 물리적 통제를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가부좌를 틀어 공중에 뜨기도 하고, 어린 동자승일지라도 숫가락을 염력으로 구부리기도 하고, 각종 신통한 능력을 발휘한다(매트릭스 1). 또한 애니 매트릭스를 보면, 어떤 육상 선수가 자신의 능력 밖으로 달려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데, 이 순간 근육이 파열되면서 이 세상이 허상임을 그 즉시 깨닫게 된다.
13. 그런 초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오라클과 모피어스 일당이 찾고 있던 구원자, 즉 네오일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들로서 오라클은 그들을 자신의 점집으로 불러 네오를 찾아 내기 위한 테스트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4. 이런 기가 막힌 철학적 가정이 있기에 매트릭스의 공중 날기와 초능력은 정말 그럴 듯하면서 슈퍼맨과는 차원이 다르다. 매트릭스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장면을 보고 저게 홍콩영화나 슈퍼맨하고 뭔 차이가 있느냐며, 황당해 한다. 필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놀라운 배경을 수차례 설명해주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들어보려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영화를 평가절하하곤했다. 필자에게 그런 사람들은 아직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지 못한 무지한 이들처럼 생각될 뿐이다.
15. 그런 깨달음은 종교인들만 갖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세상에 대한 의심을 가지며, 그런 각성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애니 매트릭스). 네오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그런 물리적, 생물학적,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트릭스의 에러의 일종이다. 인간이 그 통제를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면, 자칫 매트릭스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어 그는 위험한 존재가 된다. 그들이 통제를 벗어나 원래의 존재 목적을 상실한 불필요한 프로그램이 되어 질서를 어지럽혀 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깨달은 자들은 프로그램 삭제가 된다. 결국 아키텍트 입장에서는 깨달은 자는 버그 내지는 바이러스이므로 삭제해야 하며, 이런 삭제의 임무를 맡은 자들이 스미스를 대장으로 한 검은 선글라스의 요원들로서 일종의 백신 프로그램들이다.
16. 동시에 인간만이 아니라, 매트릭스 시스템 자체도 하드웨어적인 작동 오류가 가끔 발생한다(애니 매트릭스). 그 오류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유령의 집이나, 요정의 숲, 또는 버뮤다 삼각지대, UFO 출현 같은 것이다. 그런 오류 역시 스미스 요원들과 비슷한 임무를 가진 복구 요원들이 발견 즉시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도록 순식간에 복구를 한다. 애니 매트릭스에서 꼬마들이 그런 이상한 폐가를 발견하는데, 물건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몸이 비뚤어지게 서는 등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 몰래 놀러 다닌다. 이 폐가가 요원들에게 알려 지자 즉각 출입 통제한 후 복구시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17. 결국, 깨달은 자들의 초능력은 매트릭스를 만든 A.I.의 메인 시스템, 즉 아키텍트가 만들어 놓은 법칙과 물리적 원리가 허상임을 알고 그 통제를 쉽게 벗어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 능력은 연마할 수록 점점 커진다. 그래서 모피어스나 트리니티가 엄청난 내공으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능력은 매트릭스 내에서는 그런 능력이 프로그램의 주입으로 쉽게 습득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람의 능력마다 그 학습능력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네오의 경우는 경이적일 만큼 모든 학습에 탁월한 습득력을 지녀 금새 초인이 되었다.
18. 그러나 그런 깨달음을 가진 자들이라해도 아직은 세상이 정말로 가짜라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며 또한 매트릭스의 실체를 알게 된 것도 아니다. 다만, 다분히 그럴 가능성이 큰 위험 인물들로서 스미스 요원들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 된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더 나아가 이 세상이 허상이고 진짜 세상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믿고 매트릭스로부터 깨어나게 되며, 그 순간 그들은 매트릭스의 실체를 보고 충격에 빠지는 것이다.
19. 이 때 매트릭스 내에서 진정한 깨우침에 이르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시온의 전사들이 제시하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선택이다. 이러한 약들 역시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빨간 약은 진짜 현실 세계(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게 하는 약이고, 파란 약은 매트릭스 내에서의 삶에 만족하겠다는 선택이 된다. 즉, 모피어스 전사들은 인간에게 강제적 탈출을 강요하지는 않음으로써 끝까지 인간의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해 주는 셈이다. 한편, 이 빨간 약은 동시에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난 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신호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그를 구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20. 그러나 꼭 약의 선택을 통해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종종 어떤 인간들은 스스로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어 매트릭스 밖에서 의식이 깨어나며, 충격에 휩싸이는 동안 즉시 하치장으로 폐기되어 분해된 후, 다른 배양기의 양분으로 사용된다. 이 때는 전함도 이 사람을 구할 길이 없다.
21. 이런 설정의 배경은 철저히 불교적으로서 유심론이 강하게 암시된다. 마음은 현실의 구속을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불교와 같은 뿌리인 강한 인도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 또한 여기에 장자론, 즉 장자의 호접몽 사상(나비꿈-꿈 속의 나비가 진짜 나인가, 꿈꾸는 내가 진짜 나인가?)이 엿보이고, 우리가 인식하는 현상계와 인식을 넘어선 물자체의 세계가 다를 수 있다는 칸트식 이원론이 암시된다.
22. 특히 영화 제작자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한명이 성 전환 수술로 남매가 되었지만-는 이 영화의 이론의 토대가 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을 경전처럼 읽고 다녔다. 이 책의 사상을 요약하자면 위의 사상들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사물의 "실체"는 파악하기 어렵고 단지 "실체가 이미지화(시뮬라시옹)된 복사물(시뮬라크르)"만을 보고 사물을 파악할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는 이효리는 실체적 이효리가 아닌 조작되고 복제되고 이미지화된 이효리일 뿐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조작된 가짜를 진짜로 믿고 살아간다.
23. 한편, 모피어스를 비롯한 일부 전사들은 인류를 구원할 '그(the One)'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가 바로 낮에는 컴퓨터 회사의 평범한 직원이지만, 밤에는 천재 해커로 활동하는 앤더슨이다. 그의 아이디는 네오(Neo)이다. Neo는 One이 재배열된 단어로 '새로운 자'라는 뜻이다. 앤더슨, 즉 네오는 역시 컴퓨터 망을 돌아다니며, 점점 세상에 대한 의심이 짙어 졌고, 싸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혼란을 느끼고 있었으며 나아가 세상 자체가 진짜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네오가 자신의 서랍에서 앞서 언급한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이라는 책을 꺼내는 장면을 통해 알 수 있다. 네오가 이 책에 심취해 있었음이 암시된다.
24. 네오는 근원적 의문을 풀고자 명성이 자자한 해커들(모피어스와 티리니트 등)을 찾아 다녔고, 그런 와중에 그의 놀라운 능력이 전함에서의 해킹 서핑을 통해 모피어스와 트리니티와 접촉하면서 감지되었던 같다. 앤더슨 본인은 자신이 그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스미스와 요원(에이전트)들 역시 앤더슨이 극도의 위험 인물임을 눈치 채고, 제거하려고 찾아간다.
25.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요원들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the One일지도 모를 앤더슨을 극적으로 구한 뒤, 앤더슨에게 이 세상이 허상의 매트릭스 세계라는 깨달음을 가르쳐 준다. 빨간 약을 선택하여 앤더슨은 인큐베이터에서 눈을 뜨고, 참혹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 동시에 즉시 폐기장으로 쓸려 내려가지만, 위치를 파악한 전함이 즉각 그를 구출해 전함 속에 들어오게 된다.
26. 앤더슨은 탁월한 학습 능력을 보인다. 그가 학습 프로그램에 접속된 뒤 그에게 주입되는 모든 고도의 무술과 기능을 즉각 흡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앤더슨 역시 매트릭스 내에서 공중을 날고,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가 the One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으로, 점점 모피어스와 트리니티, 그리고 느부갓네살 전함의 전사들의 믿음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시온의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그런 메시야 사상을 믿지 않는다. 모피어스를 비롯한 느부갓네살 대원들, 그리고 소수의 시온의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믿었던 이유는 '오라클'이라는 여자 예언자 때문이었다. 오라클은 뒤에서 설명된다.
27. 한편, 앤더슨은 매트릭스에서 싸우면서 능력이 점점 커지는데, 자신이 바로 the One이라는 사실을 점점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네오는 스미스와의 결투에서 사망하고 만다. 이때 트리니티의 키스와 더불어 네오가 다시 살아난다. 그의 부활인 셈이다. 여기서 트리니티의 사랑이 그의 부활에 역할했다는 생각이 든다.
28. 여기서 '사랑'이라는 요소가 등장하는데, 바로 A.I.의 메인 시스템, 즉 아키텍트는 최고로 발달한 인공지능 기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를 못한다. 이 대목의 네오의 부활 또한 황당하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나 인간만이 갖고 있는 바로 이 사랑에는 기계와 수학, 물리적 법칙을 초월한 어떤 이성적 이해를 초월한 능력과 신비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참고로 성경에서 신(예수 안에서 활동한 하나님)의 사랑은 죽은 자를 다시 살려 낸다.
29. 동시에 네오의 부활은 그의 능력이 몸은 죽었어도 이미 깨달음을 얻어 마음과 의식의 중요성을 깨우쳤기에, 의식이 육체의 생물학적 정지와 상관 없이 초월적 능력으로 끊기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피어스 역시 네오에게 매트릭스 내에서 몸은 의식의 지배를 받으며 "죽음"이란 몸의 종결이 아닌 사실은 의식의 종결임을 말해준 적이 있다.
30. 또한 '죽음'이란 인간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한계인데, 네오가 이 한계를 뛰어넘었기에, 그가 부활한 후에 갑자기 엄청난 능력을 소유하게 됨은 당연하다. 총알을 피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스피드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스미스의 몸 속을 뚫고 들어가 그를 폭파시키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예수가 부활한 이후 벽을 통과하며 다니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31. 한편, 이미 오라클은 네오가 부활 후에 신적 능력을 가질 것이라는 암시를 준 바 있다. 어떻게 오라클은 그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독자들은 지금은 어리둥절할지 모르나(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네오의 부활과 그 이후의 아키텍트를 직접 만나는 과정까지는 아키텍트가 미리 설정해 놓은 시나리오 속에서 진행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나리오를 아는 오라클은 그것을 예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활 이후, 스미스와의 대결에서 아키텍트마저 예상치 못한 어떤 돌발적 사고(?)가 발생하게 되며, 이것이 매트릭스를 포함한 기계의 세계, 그리고 인간까지, 모두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32. 결국 부활한 네오는 스미스와 엄청난 대결을 하는데, 심지어 총알을 피하며 초스피드로 날아다니다 마침내 스미스의 몸을 관통해서 파괴시킨다. 이렇게 네오의 완벽한 승리로 1편이 대단원의 막을 닫는다.
33. 그러나 이것으로 스미스의 운명이 다한 것으로 생각했던 관객들은 2편에서 스미스의 재등장에 어리둥절해 한다. 별다른 이유도 설명되지 않아 이해불가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2편에 그 이유가 강력히 암시되어 있다. 다름 아닌, 스미스는 1편 막판에 파괴된 순간 프로그램 분해가 아니라, 네오의 소스가 살짝 묻어 들어간 변종 프로그램이 되어 아키텍트의 통제권을 벗어나고 말았다. 일종의 자유로이 활동하는 웜 바이러스나 버그가 되어버린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바로 이것은 아키텍트나 오라클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변수였을 것이다. 즉, 그들이 미리 설정해놓았던 시나리오 속에 없던 상황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이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는 곧 언급될 것이다.
34. 스미스가 갖게 된 새로운 능력은 1편에서 보여준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한 순간 이동이 아니라, 아예 다른 프로그램을 무한히 자기 복제해서 자신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스미스의 존재 목적은 쓸데없는 바이러스나 버그 프로그램 제거인데, 이제는 변종이 되어, 무작정 제거가 그 목적이 되었다. 물론 그 대상에는 아키텍트(A.I. = 기계대왕)까지 포함된다. 즉, 스미스는 매트릭스와 매트릭스 밖의 현실 세계의 모든 시스템을 자기 복제해서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모든 것을 다운 시키는 것! 그래서 결국 자신도 더 이상 활동 못하고 정지되는 것(사실상의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의 죽음)! 이것이 웜 바이러스의 특징 아닌가? 그래서 나중에 그는 오라클을 집어 삼키는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안중에 두지 않고, 그녀까지도 무작정 삼켜 복제 시켜 버린다. 오로지 변종이 된 자신의 프로그램 존재 목적에 충실했던 것이다.
35. 한편, 어쩌면 스미스의 폭파 순간 네오의 소스가 묻어 통제 이탈이 된 것처럼, 네오 역시 스미스의 소스가 묻어 아키텍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칙이 발생하여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필자의 추측이지만, 만일 그게 맞다면, 참으로 절묘하게도 스미스와 네오의 대칭점적 운명은 통제 이탈 후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통제 이탈 후 스미스의 능력이 엄청나게 커갈 수록, 네오도 점점 능력이 커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혹은 네오에게 스미스 소스가 묻어서가 아니라, 네오 자체가 아키텍트가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던 인간이라(기계가 모를 인간의 신비) 점점 통제 불능의 상태의 능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 이것 역시 아키텍트가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변수였을 수 있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결국 이런 엄청난 에러는 아키텍트가 전혀 예상 못한 사태였을 것이다. 그는 막판까지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랐던 것으로 추측된다.
36. 이러한 스미스의 변종은 기독교적으로 볼 때, 천상에서 천사가 하나님께 반란을 일으켜 사탄 루시퍼가 되어 절대악으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사탄의 세력은 예수의 죽음의 희생으로서만 정복되듯이, 스미스는 네오의 희생을 통해 제거되는 것이다.
37. 매트릭스 2편 <리로디드>는 매트릭스 이해를 위한 핵심 코드가 모두 담겨져 있는데, 영화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무지한 비평가들은 2편에 대해 혹평을 내리기에 바빴다. 영화가 물론 무척 어렵긴 하지만, 비평가 정도 된다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의미를 제대로 풀어낸 다음 비판에 들어 가야 한다. 이를테면, 내용은 심오하나 관객이 내용을 소화하긴 어려워 대중성 확보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비판 따위이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비판은 대부분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만 연발했다. 1편에서 끝났어야 한다는 둥, 2편은 액션만 화려하게 발라 놓았다는 둥. 특히 매트릭스가 1편에서 끝났어야 한다는 비평은 정말 가장 어이없고 황당한 비평이었다. 한마디로 전혀 매트릭스를 이해못한 무지에서 나온 용감한 주장이다. 매트릭스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구상된 영화이고, 그것도 부족해 애니 매트릭스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보완해야만한 장대한 서사 드라마였다. 또한 2편에는 매트릭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풀어내야 할 중대한 장치들과 어려운 대화들이 난무한다. 결국 비평가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수수께끼 같은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은 그저 화면상의 액션만 보고 매트릭스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8. 2편에서 네오는 1편에서 이미 만난 바 있던 오라클이라는 여자 예언자를 만나 수수께끼를 풀어 간다. 이후에 오라클의 입에서, 또한 모피어스와 키메이커, 그외 여러 인물들과 마지막의 매트릭스 창조자 아키텍트의 입에서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목적'이라는 말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요지는 매트릭스 내의 모든 인간 존재는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끔, 즉, 목적에 맞게 만들어 져 그대로 살아가며, 심지어 네오마저도 프로그램화된 인간 존재로서 네오로 역할 하게끔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39. 그렇다면, 과연 오라클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녀는 아키텍트가 만들거나 발견한(?) 프로그램으로 세 가지 기능이 있었던 것 같다. 첫째, 인간 심리 분석 및 정보 축적 프로그램, 둘째, 2번째 매트릭스 창설부터 사용된 매트릭스 구축 프로그램, 세째, 적정한 수준에서(이것이 중요) 인간을 도와 매트릭스 시스템에 불안정을 일으키도록 하는 역할이다. 필자의 추측으로 아키텍트와 네오의 대화를 볼 때, 오라클은 원래 아키텍트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프로그램이다. 아마 오라클 프로그램은 본래 인간들이 만든 심리 분석 프로그램이었는데, 아키텍트가 발견해서 프로그램을 최고로 버전엎시켜 오라클을 만든 뒤, 그녀를 두번째 매트릭스의 구축과 이후의 매번의 매트릭스 구축에 사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40. 바로 그런 이유로 아키텍트는 자신이 매트릭스의 아버지, 오라클은 어머니라고 말한 것이다. 심지어 스미스까지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2편에서 스미스가 오라클을 느닷없이 '맘'(엄마)이라고 부른다. 영어에서 이 호칭이 일반적으로 '엄마'가 아닌 단순히 '아줌마'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기에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스미스도 오라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오라클은 모든 프로그램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라클의 후계자 사티가 3편 마지막 장면에서 태양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이유도 바로 오라클의 임무의 하나가 매트릭스 창설이기 때문이다.
41. 동시에 오라클의 임무는 인간 심리를 분석해서 정보를 축적한 뒤 아키텍트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녀는 인간의 심리적 선택의 변수를 측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적 변수는 너무 복잡해서 고도의 메인 시스템인 아키텍트라 할지라도 완벽히 계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42. 오라클은 이토록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떠한 변수나 프로그램이 엉키는 사태, 혹은 실수로 삭제되는 사태, 또한 요원들마저 인간 편을 드는 오라클을 함부로 건들지 못하게 방호벽을 쳐 놓았는데, 애초에는 스미스도 이것을 뚫지 못했다. 그 방호벽 프로그램이 세라프(중국 쿵푸하는 청년)이다. 세라프란 히브리어로서 여호와의 보좌를 지키는 "수호 천사"를 의미한다.
43. 결국 매트릭스는 아키텍트와 오라클의 합작품인 셈인데, 엄밀히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아키텍트가 생성 프로그램인 오라클을 사용하여 환경을 구축한, 거대한 인간 배양 장치(매트릭스의 뜻 "배양체, 자궁")이다. 아키텍트는 처음에 매트릭스를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완벽한 이상적 세상을 재현해 냈다. 그런데, 시스템이 돌아갈 수록 1%의 에러가 발생했다. 인간들이 그 완벽한 세상에 대해 오히려 의문을 품는 일이 속출하면서,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난 인간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또한 아키텍트(=A.I.=기계대왕)는 인간의 의식 활동을 완벽히 프로그램화해서 주입시켰지만, 인간 의식 자체는 프로그램화된 것 이상의 어떤 선택의 자유(심리의 변화) 속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깨달음)를 만들어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키곤 했던 것이었다.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게 인간의 심리와 감정이라는 뜻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키텍트가 얻어낸 한가지 결론은 인간은 완벽한 세상이 아닌 약간의 불완전한 세상일 때, 그것을 현실로 믿고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44. 그런데, 그 완전과 불완전의 정확한 균형이 어느 지점인가? 아마도 아키텍트는 그것을 완벽하게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키텍트는 두번째 매트릭스부터 인간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오라클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아마도 인간의 심리와 감정에 가장 잘 맞는 환경을 새로 구축하기 위해 오라클을 버전 엎 시켜 사용했으며, 그 시대를 인류가 얼마 전에 살았던 1999년으로 설정해 준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오라클로 하여금, 고의적으로 시스템에 불안정한 요소를 일으키도록 임무를 부여했다. 그래서 아키텍트는 2편에서, 자신의 목적은 시스템의 안정시키려하는 것이고, 오라클은 불안정시키려하는 임무를 가졌다고 말한 것이다.
45. 여기서 자연의 두 가지 원리인 질서(코스모스)-무질서(카오스)의 대조가 나타난다. 또한 아키텍트는 이성의 원리, 오라클은 직관의 원리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키텍트는 이성이 우월한 남성성, 오라클은 직관이 우월한 여성성을 의미할 수 있으며, 그래서 각각 남녀의 성을 취해서 등장한다. 즉, 아키텍트는 합리적으로 계산된 사고의 과정을 거치나, 오라클은 감각과 직관으로 짐작한다. 인간은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나, 기계의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아키텍트는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예컨대 인간은 배가 고프면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므로 먹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 결정에 따라 당연히 뭔가를 먹게 된다. 기계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인간은 배가 고픈대도 때로 에너지 충전을 포기하는 경우들이 나타난다. 어쩔땐 화가 나서 또는 희생과 양보의 마음으로, 어떤 경우에는 멀쩡한 몸매를 지녔는데도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굶지를 않나, 심지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먹지 않기도 하고, 단순히 귀찮아서 먹지 않는 등. 기계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간들은 예측이 안되는 해괴한 별종들이다.
46. 하지만, 어쨌든 여기서 오라클이 아키텍트와 대등한 독자적 존재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 오라클을 도입해 시스템에 불안정한 요소를 넣은 설정은 아키텍트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결국 오라클도 아키텍트의 통제권 아래서 움직이게끔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편에서 오라클이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탈출시켰다고 하는데, 이런 배경을 알고 있어야 오라클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된다.
47. 반복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긴장을 유발시키는 설정은 사실 아키텍트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매트릭스란 아마 아키텍트가 스스로 약간의 긴장감을 집어넣은 일종의 게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그렇다고 게임이란 것이 아니다). 컴퓨터 게임에서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할 때, 유저가 쉽게 승리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복잡한 저항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는가?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1:1이 아닌, 1:2, 1:3, 1:4로 올라갈 수록 점점 어려워지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는데, 프로그래머가 그렇게 불균형을 초래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컴퓨터의 전술을 예측하여 데이타화함으로써 가장 최상의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48. "존재의 목적"에 따른 프로그램화된 인간 존재는 신학적으로 신의 예정(혹은 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의지의 문제를 연상케 한다. 매트릭스 전체에 이 주제가 깔려 있다. 모든 존재가 예정되어 목적이 있는 존재가 되었고, 네오도 여기 포함되었지만, 인간의 자유의지는 새로운 변수를 낳아 신(아키텍트)의 예정과 긴장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수학적 물리적, 자연적 법칙 이상의 어떤 신비함을 갖는 인간 존재의 특징이 드러난다.
49. 또한 완벽한 최초의 매트릭스는 에덴 동산을 연상시킨다. 매트릭스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이 창설한 완벽한 에덴 동산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선택 행위(범죄)로 에러가 발생해 버린 셈이다.
50. 아키텍트는 매트릭스 시스템이 안정되어야 인간 생체 에너지를 무한히 뽑아 쓸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의 장애 제거후 재부팅은 필수적이다. 아키텍트는 오라클의 데이타 수집을 통해 인간의 선택에 의한 다양한 변수를 계산한 뒤, 인간의 변칙에 의한 에러를 최소화시키는 수정판 매트릭스를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재부팅(리로리드)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부팅이 이미 5번이나 발생했고, 그때마다 네오라는 변칙의 폭이 대단히 큰 존재를 통해 그 선택의 변수를 관찰하여 데이타를 축적했다. 네오는 모든 인간들을 대표하는 심리적 변수의 총합으로 역할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아키텍트의 관찰 대상이었던 것이다.
51. 2편을 보면, 네오가 결국 아키텍트를 찾아가 대면하게 되는데, 이 때 아키텍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 네오의 예상 가능한 반응이 수십 개의 모니터에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바로 그 모니터들은 네오가 대표가 되어 특정 자극에 대한 인간의 예측 가능한 반응들이 데이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네오에게 특정 자극(이를테면, 고민거리를 던져 반응을 살핀다)을 주고 그것에 대한 모니터상의 여러 예측가능한 반응들 중(이를테면, 가능한 반응들로서 화를 낸다, 머리를 쥐어 뜯는다, 운다, 소리를 친다, 냉정한 표정을 짓는다, 어이없는 표정을 한다, 사방을 둘러 본다 등등)에 네오가 한 가지 반응을 보이면, 그 결과가 선택된 뒤 다음 데이터 결과물로 입력되고 다시 새로운 자극이 주어져 다시 그것에 대한 수 많은 반응 가능성을 모니터들에 올려 놓고 예상하여 엿보는 방식이다. 만일 그가 변칙적인 인간 답게 모니터 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반응을 보이면, 그것은 전혀 새로운 데이터로서 다음부터 그 모니터 상에 예측 가능한 반응의 하나로 올라간다.
52. 추측컨대, 아키텍트는 또한 자신의 A.I.(인공지능)가 인간의 두뇌가 갖는 특징으로 보완되어 완벽하게 만들어질 필요를 느꼈기에 그런 작업을 반복한 것 같으며, 이제는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앤더슨을 6번째 네오로 선택해 그의 정신 속에 네오 프로그램을 주입해서 그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프로그램화 시킨 것 같다.
53. 아키텍트는 의도적으로 네오의 역할을 시스템에 저항하게끔 만들었으며, 모피어스를 비롯하여 접속 구멍이 있는 시온의 전사들 역시 원래 인큐베이터에 있었던 사람들로, 아키텍트가 네오를 돕도록 설정하도록 프로그램이 설정된 존재들이며, 프로그램대로 그들은 매트릭스 탈출 후 네오를 도왔던 것 같다(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비롯한 시온의 전사 자신들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른다).
54. 이 탈출은 오라클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는 강력한 해커들이었는데, 트리니티는 국세청을 해킹한 경력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오라클의 임무 중 하나가, 인간을 도와 매트릭스의 불균형을 고의적으로 만드는 일인데, 오라클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에게 깨달음을 주어 매트릭스를 벗어나게 했으며, 그들에게 the One이 올 것이라고 예언해 준다. 이로써 오라클은 앞서 말한 대로 아키텍트의 통제 범위 내에서(중요한 말이다)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셈이다.
55. 이 부분에서 어떤 사람들은 놀라거나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아키텍트의 프로그램 속에 진행되어 왔던 일이다. 바로 이것이 앞서 말한 아키텍트가 미리 설정한 시나리오다. 결국은 오라클도, 네오도, 스미스도 메로빈지언도, 키메이커도, 나아가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도, 심지어 현실 세계의 시온의 존재 마저도 아키텍트의 통제 속에서 "목적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혹자는 현실의 시온을 매트릭스의 일부라고 추론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시온은 매트릭스 밖의 현실 속에 존재하나 다만 그 시온 마저도 사실은 아키텍트의 통제 속에 있을 뿐이다. 결국 네오와 모피어스를 비롯한 네오 주변의 깨달은 전사들은 다른 깨달은 인간들과 달리 아키텍트에 의해 위험성을 간직한 채 유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키텍트의 통제는 기계적 통제가 아닌 자율권이 부여된 통제였다. 앞으로 보겠지만, 문제는 바로 이 적절한 자율이 부여된 통제가 아키텍트 조차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하나씩 풀려 버려 아키텍트 본인이 위기에 처하게 되어 네오와 협상해서 인간과의 평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56.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활동은 프로그램화된 것 이상의 잠재력이 있어서, 모피어스와 매트릭스 접속 가능한 인간들의 활약, 즉 네오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활동은 아키텍트와 오라클도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바로 그런 변수들이 오라클에게 데이타화되어 수집된 뒤, 그 모든 정보가 소스로 가게 될 목적을 지닌 네오라는 인간 총합의 매체를 통해 아키텍트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도록 짜여져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오라클은 네오를 찾아내 아키텍트에게 보내는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57. 아키텍트는 이렇게 설정된 네오가 너무 강해지는 일이 없도록 견제하기 위해, 스미스를 비롯한 에이전트들을 만들었으며, 그래서 네오와 스미스는 운명적으로 대칭점이 된다. 따라서 스미스와 그의 요원들의 유일한 존재 목적은 네오와 그 일당(깨달은 자들)의 제거에 있다.
58. 아키텍트는 네오와 시온의 힘이 위험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판단되면, 정보를 모두 입수한 뒤 전부 파멸시켜 매트릭스를 재가동한다. 그러나 5번을 반복할 때마다 매번 여자 16명과 남자 7명을 남겨두어, 시온이 재창설되도록 허용했다(살아남은 인간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다시 번창해서 시온을 재건설해 다시 기계들에 저항한다). 아키텍트는 네오에게 반복될 수록 시온의 제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고 말해준다. 즉, 지금의 시온도 파괴는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다. 참고로, 16명과 7명은 창세기 7장 16절의 노아 가족이 살아남은 성경 구절을 나타낸다.
59. 최초의 시온은 기계와의 전쟁에서 패한 인간들이 지하로 피신해서 구축한 지하 도시였다. 그러나 기계들은 이미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그 위치를 파악하여 따라서 언제든지 마음 만 먹으면 시온을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계왕(혹은 아키텍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시온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인공 지능과 매트릭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시온의 인간들로 하여금 기계에 저항하도록 일부러 방치해 둠으로써 저항군으로 활동하는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여 실험하는 방편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시온의 용도가 다하면 멸망시키고 소수의 인간들만 남겨두어 다시 다음 버전의 매트릭스의 리로드와 더불어 시온이 재건의 가능하게 만들었다. 현재 이미 이 일은 다섯 번이나 반복되었다.
60. 아키텍트가 인큐베이터에 수십억의 인간이 배양되고 있음에도 시온의 사람들을 항상 그렇게 남겨두어 다시 번성하게 하는 이유는 어쩌면 매트릭스가 만에 하나 완전히 고장날 경우를 대비해서 백업 용으로 남겨놓은 것일 수도 있고(김중태 문화원에 있는 글의 주장대로), 혹은 그가 의도적으로 인간이 기계에 대항하도록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허용함으로써, 인간의 심리적 행동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인공 지능을 완성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61. 앞서 누차 말한대로 또 하나 아키텍트와 기계들이 예상하기 어려웠던 심리적 변수는 바로 '사랑'이다. 아키텍트는 계속해서 트리니티와 같은 네오들의 연인, 곧 사랑의 대상들을 보내 사랑의 실험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들은 사랑을 아직 완전히 모른다. 결국 인간에게는 기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특징 두 가지가 있는 셈이다. 그것은 기계론적 결정론으로 설명하지 못할 인간의 자유의지(이성적 자율, 선택의 자유)와 사랑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풀기 어려운 신비한 존재라는 것이 이 영화 여기저기에서 말해주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62. 오라클은 6번째의 현재의 네오가 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존재해 왔기에, 당연히 앞으로 되어질 일을 미리 아는 것이고, 오라클(신탁)은 그 이름 뜻대로 예언자가 되는 것이다. 이 오라클의 존재가 프로그램된 대로 모피어스 일원에게 알려졌고(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이 목적과 섭리대로 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전혀 모른다), 모피어스는 오라클을 통해 네오가 구원자로 올 것임을 이미 알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궁극적으로 볼 때, 모피어스는 네오를 돕도록 프로그램되었기에 믿게끔 되어 있었고, 자연히 시온의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만일 모피어스가 믿지 않을 수도 있는 변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확률상 모피어스는 믿도록 되어있을 뿐이며, 따라서 오라클은 항상 인간의 변칙성을 계산한 그런 확률을 가지고 예언을 하지만,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예정된 진행(섭리)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놓는다. 특별히 후반부에 네오의 선택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오라클이 막판을 위험한 도박을 했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63. 이런 가변성 때문에 네오로 선택된 앤더슨과 그를 돕던 모피어스를 중심한 시온의 전사들은 언제든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즉, 네오는 아키텍트를 찾아가는데 실패할 확률도 존재했다. 아키텍트는 매번의 매트릭스를 리셋할 때마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성공을 거두도록 프로그램을 해 놓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실패의 가능성마저 프로그램해 놓아 전적으로 그 결과를 네오의 역량에 맡겨두었던 것이다. 만일 네오가 아키텍트 앞에 성공적으로 오게 되면, 그는 네오로 부터 인간의 엄청난 변칙적 사고 방식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확률은 낫았지만, 만일 아키텍트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실패해서 네오가 죽거나 치명상을 입는다면, 그는 성공을 거둘 때까지 또 다른 네오들을 탄생시켜 자신을 찾아오게 하는 실험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단 성공을 거두면, 모든 데이타를 흡수한 뒤 비로소 매트릭스를 리셋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64. 다섯번 매트릭스가 재부팅되고 시온이 망했다는 것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류를 거듭 심판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인간과 우주를 창조후 하나님이 보시기에 완벽할만큼 좋았다고 했으나, 뱀의 유혹으로 타락(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함), 가인의 살인 사건, 노아 홍수로 모두 전멸, 그후 다시 바벨탑 사건으로 심판, 소돔과 고모라 심판 등이 등장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변수를 신의 존재가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것처럼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서 하나님이란 존재는 완전한 신이고, 에덴이라는 유토피아의 상실은 전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책임인 것으로 나오기에 성경의 창조주와 아키텍트가 완전히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65. 현재의 6번째 네오는 이전의 모든 네오들과 조금 달랐다. 일단 네오는 선배 네오들 처럼, 결국 키메이커를 찾아내 결국 아키텍트에게까지가는데 극적으로 성공한다(사실은 이것 역시 넓게는 아키텍트의 예정과 목적대로 된 것이다). 거기서 아키텍트가 제시한 시온의 존속과 트니리티의 목숨 사이에서, 네오는 사랑을 택한다. 이전의 네오들은 모두 시온의 존속을 택했다. 그러나 네오의 선택은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었다.
66. 왜 네오는 인류를 버리고 한 여자를 택했을까? 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진정한 인류애가 나온다는 데레사 수녀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에 정답은 바로 트리니티에 대한 강한 사랑과 더불어 네오의 자신감이다. 그는 자신의 연인과 인류를 동시에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은 앞으로 구원이 불확실한 인류를 일단 내버려두고 한 여자를 선택하는 도박을 감행한 것이 사랑의 행위로 정당화되기는 어렵기에 필자는 이 대목이 설득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어색하지만은 않다.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67. 아마도 아키텍트는 5번의 재부팅을 통해 인간 심리 분석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에서 이제 '사랑'이라는 가장 신비한 변수와 감정을 현재의 네오를 통해 마지막으로 측정하여 그 값을 산출한 뒤 매트릭스를 완성하고서, 이제 백업용 안전장치로 마련해둔 시온을 용도가 다한 이유로 영원히 멸망시키려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트리니티 역시 궁극적으로 아키텍트 계획 속에, 네오를 통해 사랑이란 것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그램되었던 인간 여자였다. 그리고 네오가 트리니티를 선택한 행위는 아직 아키텍트의 통계 자료에 입수되지 않은 가장 큰 변칙에 속했을 것이다.
68. 아키텍트는 사랑의 매카니즘을 파악하고자 그 동안 다섯번의 재부팅에 이르기까지 반복해서 '시온'과 '네오의 사랑' 중 하나의 선택이라는 자극을 던져왔다. 이 때 인류를 희생시킨 '사랑의 선택'이라는 반응은 엄청난 변칙이다. 그런 반응은 아키텍트 입장에서는 대단히 비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키텍트는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극단적 사랑의 반응을 접해 보아야만 하는데, 현재의 네오가 드디어 그런 극단적인 변칙적 선택을 해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만일 그런 선택이 발생한다면, 아키텍트는 참된 사랑이라는 엄청난 변칙적 데이타를 입수하게 된다. 결국 아키텍트는 이런 방식을 통해 네오가 사랑을 선택할 때 그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 이유를 파악함으로써 정확한 사랑의 매카니즘을 알고자 했을 것이다.
69. 아마 매번 여자와 시온의 선택이 선배 네오들에게 제시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앞서 말한 대로 선배 네오들의 사랑의 대상은 계속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6번째 네오가 트리니티, 즉 사랑을 택하면, 시온은 이제 영원히 망하고 만다. 아마도 실험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 즉 시온의 존속을 택하면, 시온은 완전한 멸망은 피한 뒤 17명과 6명으로 다시 존속하고 네오는 삭제된 후 새로운 the One이 다시 등장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렇게 해서 사랑의 실험은 계속되는 것이다.
70. 그러나 기계들도 인간의 사랑의 감정을 거의 파악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3편에서 사티는 매트릭스 밖에서 인도인 아버지(프로그램)과 어머니(프로그래머 프로그램) 사이의 사랑의 결과 예상치 못하게 탄생한 일종의 사생아 프로그램이 되어, 목적 없는 까닭에 삭제될 위기에 처했으나 부모에 의해 중간계를 거쳐 매트릭스 내로 피신해 오라클의 후계자로 바뀌어 목적을 갖게 된다. 또한 거대한 레스토랑 주인으로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마피아 두목같은 메로빈지언(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다)의 섹시한 아내(역시 프로그램)가 네오에게서 거의 비슷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오라클도 또한 그런 사랑의 감정을 어느 정도 지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의 사랑은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키텍트는 그 사랑의 감정의 완전한 산술화를 6번째 네오를 통해 완성하려 했을까?
71. 참고로, 오라클이 자꾸 네오와 모피어스 전사들을 돕는데, 언급했듯이, 원래 그렇게 역할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이 과정에서 오라클 역시 인간의 사고와 감정, 특히 사랑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습득하면서, 인간의 완전한 파멸을 원치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일종의 아키텍트의 통제를 벗어난 활동을 하는 셈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 역시 아키텍트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72. 그러나 오라클은 원치 않았지만, 당장 시온은 이제 완전히 파멸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왜냐하면, 이번 6번째의 네오를 끝으로 아키텍트의 모든 프로젝트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아키텍트가 네오에게 인간이 아닌 대체 에너지를 이미 개발했다고 언급하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반복하지만, 오라클은 인간에게 습득한 감정과 사랑의 데이타로 어느 정도 그런 인간적인 감정을 배워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가진듯 하다. 이러한 사실은 오라클이 사티에게 쿠키 굽는 법(핵심 데이타베이스)를 전수하면서, '쿠키는 사랑으로 굽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강력하게 암시된다.
73. 한편, 6번째 네오란 것은 성경의 하나님의 6일 창조를 상기시킨다. 6일째에 모든 것을 완성하고 7일째에 안식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6번째 네오를 통해 매트릭스의 불안정성이 모두 해결되고, 이제 매트릭스는 영속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대체 에너지가 개발 되었지만, 아마 대체 에너지가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서 안정성을 확보하여 완성된 매트릭스를 비상용으로 계속 보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74. 2편에서부터 스미스는 무한 복제 능력으로 세력을 키우는데, 메인 시스템(아키텍트=기계대왕)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아마도 아키텍트(기계왕)가 모르고 있었던 이유는, 이제 매트릭스 시스템 실험이 이번 네오로 끝나서 완벽한 매트릭스 재부팅과 시온 멸절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마치 컴퓨터 사용자가 어떤 작업에 집중하면, 바이러스가 어느 수준까지 활동해도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75. 네오는 스미스를 즉시 제거하지 않으면 곧 시스템이 완전 다운되므로, 이대로 두면 머지 않아 기계(컴퓨터)와 인간이 모두 공멸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아키텍트가 수십만의 센티넬의 공격으로 시온을 멸망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나 아키텍트 자신도 스미스에게 잡아 먹히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네오가 인류를 구할 방법은 딱 하나. 아키텍트(기계대왕)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는 것이다. 당신을 구할 테니, 인류를 멸망시키지 말아라!
76. 네오는 이제 현실의 통로를 통해 아키텍트(기계왕)를 만나러갈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2편에서 나오듯 아키텍트에게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던 매트릭스내의 통로(메로빈지언이 통제하고 키메이커만이 안내할 수 있던 통로)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그 통로가 이미 완전히 다 붕괴된 상태였고, 결정적으로 이미 키메이커마저 죽었기 때문이다.
77. 3편 막판에, 오라클 역시 모든 상황이 선택의 변수로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위협적이 되어, 시스템이 올 스톱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번도 감행해보지 않았던 최종적 도박을 한다. 그래서 나중에 아키텍트가 그것을 두고 '위험한 게임을 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이 스미스에게 고의로 복제 당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아마도 오라클은 스미스의 소스를 분석해서 데이타화 한 뒤, 메인 시스템(아키텍트)에게 전송하려는 모험을 한 것 같다. 왜냐하면, 아키텍트(기계왕)은 데이타베이스인 오라클의 도움 없이는 변종된 프로그램의 소스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78. 오라클은 예언자답지 않게, 여기서 자신도 인간처럼, 믿음의 선택을 한다. 한낱 프로그램이 사실상 거의 인간에 가깝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오라클은 네오가 스미스에게 일부러 복제당할 것이라 믿고 세상이 걸린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왜 모험인가? 만일 자신의 믿음대로 네오가 스미스에게 복제되어 주지 않으면, 자신의 계획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뒤에 설명된다.
79. 수 십만의 센티넬 군단이 시온을 거의 멸망시키려고 하기 직전에, 네오는 트리니티와 함선을 타고 기계 도시의 근원인 A.I.(기계대왕=아키텍트)를 찾아간다. 네오는 자신의 능력과 하늘의 구름층으로 날아오르는 지혜를 이용하여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고 막강한 기계 군단의 수비를 뚫고 마침내 기계의 근원인 메인 시스템을 만나게 된다.
80.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트리니티는 죽음으로 네오와 이별한다. 여기서 왜 센티넬이 햇볕 근처의 구름층에 이르자 모조리 작동불능이 되어 떨어졌을까? 바로 서두에서 말한 대로 인간이 구름 층과 더불어 거기에 강력한 전자파(EMP)가 계속해서 발생하게끔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네오가 탄 전함도 구름층을 뚫고 올라갔으나 역시 EMP를 맞고 시스템 스톱이 되어 추락하고 만다. 그 충격으로 트리니티가 날카로운 철에 찔려 죽는다. 그리고 아마도 네오는 자신의 초능력이 그의 생존에 역할을 했을 것이다.
81. 이 부분에서 왜 네오는 매트릭스 밖에서도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우선 면밀하게 살피면, 네오는 현실 세계에서는 단지 기계와의 관계에서만 초능력이 발휘된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네오는 매트릭스내에서는 트리니티를 살려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는 오직 기계들만을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고 파괴한다. 눈을 잃은 네오가 기계를 특수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미 기계의 원리를 다 꿰뚫었기에 현실에서도 기계의 복잡한 전기장과 코드를 초능력으로 감지해 인식하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초능력은 기계의 열, 자기장, 전자파를 인식하고 나아가 기계의 코드를 파악한 뒤 순간적으로 전류 장애를 일으켜 강력한 과부하로 기계를 파괴하는 방식이었다.
82. 혹자는 네오가 중간계에 우연히 가게 되어 그곳에서 기계 세계와 현실 세계의 양쪽의 원리를 체득했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그러나 필자는 네오의 이런 능력이 이전의 네오들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현재의 네오만의 특출한 변칙적 능력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83. 기계왕, 곧 기계의 근원 앞에선 네오, 아이러니컬하게도, 결국 오라클이 말한 네오의 목적대로 다시 근원(소스)으로 돌아간 셈이 되었는데, 그것은 매트릭스 내가 아닌 현실에서의 소스였다. 하지만, 그 목적이 이제 달라졌다. 그것은 스미스의 제거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다. 네오는 스미스의 현 실체를 전해주며, 스미스가 당신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경고한다. 네오는 자신이 그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며, 조건으로 인류에게 평화를 달라고 제안한다. 처음에 믿지 않던 그 메인 시스템(A.I.=아키텍트)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네오를 매트릭스에 접속시켜 스미스와 대결하게 한다.
84. 둘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대결을 하는데, 결국 네오는 스미스에게 고의적으로 복제당하는 선택을 한다. 처음에는 네오도 일단 스미스와 맞대결해서 승부를 내려했다. 그런데, 막판에 네오는 스미스의 목소리에서 오라클이 했던 예전의 말("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지")을 듣고 순간적으로 오라클이 복제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네오는 오라클이 믿었던대로, 오라클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즉각 깨닫고 스미스에게 자신을 일부러 복제당해 준 것이다.
85. 왜 네오는 스미스의 몸에 있던 오라클의 목소리를 듣고 순순히 복제당해주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스미스에게 복제되어 스미스 속으로 덮어쓰기가 된 오라클은 이미 그의 안에서 이미 스미스의 모든 소스를 분석해 놓았다. 따라서 이제 네오 자신이 스미스로 변하면, 메인 시스템에 네오가 아닌 스미스가 접속이 되어 있는 셈이 되기에, 오라클이 그 순간 메인 시스템(아키텍트=기계왕)에 스미스의 소스를 전송해주어(혹은 기계왕이 읽어서), 즉각 스미스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오라클이 스미스에게 복제당한 이유가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된다.
86. 생각해보라. 스미스가 오라클을 복제하면, 이제 가장 강한 스미스는 오라클-스미스가 된다. 그러면, 당연히 오라클-스미스와 네오가 맞붙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오라클은 계산했으며, 또한 오라클 프로그램 특성상 복제되어도 그 안에 잠복되어 살아있는 채 소스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순순히 복제되어준 것이다.
87. 혹자는 오라클이 스미스에게 복제되어주어 그의 힘을 일부러 강력하게 만들어 더 이상 아키텍트(메인시스템)가 네오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한다. 설득력있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아닌 듯 하다. 왜냐하면, 오라클은 단순히 오라클-스미스와 네오가 맞대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복제당해 준것이고, 또한 자신의 목적은 스미스 소스 분석 후 기계왕에게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88. 또한, 이미 스미스는 오라클 없이도 충분히 강력해졌다. 따라서 스미스가 오라클을 먹은 이유는 더욱 강력해지기 위해서도 있지만, 스미스의 목적 자체가 모든 것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오라클이 왜 순순히 복제되어주었는지 한번쯤 신중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복제부터하는데, 그는 무한 복제라는 단순한 목적에 충실할 뿐이다. 아키텍트는 오라클의 도움 없이는 소스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기에, 오라클은 이 목적을 위해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네오가 스미스에게 복제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9. 여기서 한번 재미있는 상상을 한번 해보자. 만일 네오가 오라클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복제당해주지 않은 채 오라클-스미스와 계속 대결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만일 네오가 이긴다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 따라서 네오도 살고 문제도 해결되는 최상의 결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마 네오와 스미스의 프로그램의 특징상 그 싸움은 결코 쉽게 결말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 사이 구경만 하고 있던 다른 스미스 복제품들은 더 이상의 구경을 중단한 뒤, 사방으로 흩어져 다시 본연의 활동, 곧 바이러스 활동을 재개했을 것이다. 허겁지겁 모든 것을 먹어치워 스미스화하는 작업을 말이다. 물론 둘의 대결에서 만일 네오가 지면 그가 스미스로 복제되므로, 그 순간 스미스는 기계왕에 의해 프로그램 삭제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설사 네오가 진다해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네오의 패배와 더불어 그가 스미스로 복제될 때에는 이미 메인 시스템(기계왕) 마저 다른 스미스들의 활동으로 끝장이 나 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이것은 이미 스미스로 변한 기계왕이 스미스를 삭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완전한 스미스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오가 오라클-스미스에게 빠른 시간 내에 복제되어주는 것이 최상인 것이다. 이상은 필자 스스로 영화의 다른 상황을 가정해본 것이다.
90. 또한, 혹자는 스미스와 네오는 대칭점(음, 양)이기 때문에, 한쪽의 존재 소멸은 자동적으로 다른 쪽의 소멸을 가져와 결국 네오의 소멸로 스미스도 자동 소멸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극적인 효과 면에서는 결과론적인 멋진 설명이지만, 대칭점이라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없어도 존재한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없으면, 기능은 남아있으나 '목적'이 없어진다. '목적'이 없어지면, 매트릭스 내에서는 통제자에 의해 삭제되지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즉, 대칭점이라해서 한쪽의 소멸과 더불어 자동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3편 마지막에 분명히 기계왕이 네오가 스미스화 한 순간, 강력한 조치(일종의 고압 전류 주입)를 취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스미스가 대칭점의 소멸과 더불어 자동 소멸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91.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스미스가 네오와의 대결 중에 네오가 구덩이 안에 쓰러지자, 스미스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의 의미이다. “잠깐, 이걸 본 적 있어. 이거야. 이게 끝이야. 그래, 넌 그렇게 누워 있었어. 그리고 난 여기 서서 이렇게 말하기로 돼 있지.” 필자의 생각은 이러하다. 우선 분명한 것은 이전의 네오들은 스미스와 이런 최종 대결을 벌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직 현재의 네오가 처음이다. 왜냐하면 이전의 네오들은 모두 인류의 생존을 선택해 스미스와 최종 담판을 지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미스의 그 말을 이전의 네오들이 이미 겪었고 현재의 네오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동일한 최종 싸움의 순환적 반복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3편의 원 제목인 'Revolutions'이 "혁명들" 보다는 "순환들"로 번역되는 이유로, 그런 추론을 했다. 하지만 이 제목의 의미는 단순히 매트릭스가 지금까지 반복적인 "리로리드"에 의한 "순환들"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마침내 여러 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완전히 새롭게 "순환"된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92. 그렇다면, 스미스가 중얼거렸던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스미스 속에 오라클이 혼재해 있어 오라클이 기대하며 상상하여 그린 그림이 스미스의 눈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미스와 네오의 맞대결 상황이다. 결국 오라클의 그런 예상과 계획이 스미스의 머리 속에 데자뷰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참고로 데자뷰는 매트릭스 내에서 시스템의 오류의 한 가지로 가끔 나타난다. 특히 매우 위험한 강력한 프로그램이 주변에 나타나면 일종의 간섭 현상이 발생되어 방금 보았던 장면이 다시 재현되는 일시적 오류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데자뷰다.
93. 그리고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는 무슨 의미인가? 우선 번역이 잘못되어 있다. "Everything that has a beginning has the end"이다.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즉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의도적인 신비주의적 오역은 온갖 심오한 추론이 난무하게 했다. 가장 가능한 것으로 이것은 이 모든 상황의 종결을 지시하는 것 같다. 즉, 스미스로 인한 파멸의 위험의 끝, 혹은 인간과 기계의 오랜 전쟁의 끝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단순하게 네오를 통한 스미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즉, "넌 이제 끝이야!" 프로그램도 인간도 이렇게 시작(탄생)이 있으면 끝(소멸, 죽음)도 있는 것이다.
94. 아무튼 네오는 스미스에게 복제(희생)당함으로써, 인류와 기계를 구원한다. 여기서 기독교적 색채가 강력히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 죽은 네오가 십자가 모양으로 메인 시스템 위에 두 손을 뻗어 누워 있다. 네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류와 기계가 구원을 받은 것이다.
95. 여기서 몇 가지 추가적인 인물들에 대해 말하자면, 3편의 사티는 오라클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자신의 기능을 넘겨 준 복제 프로그램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티는 목적 없이 인도인 모습의 부부에게서 태어난 프로그램이다. 사티의 부모는 둘 다 인간이 아닌 프로그램이다. 남편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램, 즉 프로그래머, 엄마는 프로그램. 그런데 기계 간의 사랑으로 우발적으로 태어났다. 이것은 기계가 거의 사랑이란 것을 완성하는 시점까지 왔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처럼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사티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중재하는 강력한 존재로서 역할한다. 사티는 프로그램 부모에게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 삭제될 운명이었으나, 메로빈지언과의 흥정을 통해 사티가 오라클에게 건네지고, 오라클의 후계자로서 목적을 갖게 된다. 오라클이 사티에게 쿠키 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쿠키'가 중요한 컴퓨터 용어이기에 핵심 데이터베이스의 전수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96. 한편, 프로그램도 수명이 다하고 버전업되는 법이라 아마 새로운 오라클 버전인 사티에게 데이타 빽업을 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3편의 마지막 장면에 오라클 후계자인 사티가 평화의 상징인 태양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도 우연이 아닌 의도적인 장치라고 생각한다. 사티가 어리듯이 인간과 기계의 공존도 이제 시작이라는 암시를 준다. 즉, 사티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가능성과 당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97. 레스토랑 사장이자 조폭 두목같은 밀거래꾼 메로빈지언은 통제를 벗어나 매트릭스 내에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프로그램으로 보이지만, 넓게는 역시 아키텍트의 예정 속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혹자는 메로빈지언이 구 버전의 오라클일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건 전혀 아닌 것 같다. 아키텍트는 두번째 매트릭스 버전에서부터 메로빈지언이라는 골머리 아픈 자율 프로그램을 일부러 만들어, 거기에 키메이커를 감춰 놓고 네오가 찾게끔 프로그램화 해 놓았다. 일종의 프로그램화된 게임인 것이고, 메로빈지언은 그 게임의 규칙에 충실할 뿐이다. 그 자신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통제 범위 내의 자율성을 가지고 단순히 키메이커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키는 목적에 충실할 뿐이다. 이것은 메로빈지언이 네오에게 "넌 네 선배들보다는 좀 낫네"라고 말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메로빈지언은 여러번에 걸쳐 네오들을 만나온 것이다.
98. 더불어 메로빈지언은 대충 다음과 같은 매우 의미있는 말들을 던진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떤 원인과 이유가 있다. 네오 네가 여기 온 것도 우연은 아니다." 혹자는 이 말을 메로빈지언이 구 버전의 오라클일 수 있다는 단서로 지적하는데, 사실은 그도 오라클과 마찬가지로 여러 번 재부팅된 매트릭스 내에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상주해왔기 때문에 설계자의 어떤 목적대로 움직이는 네오와 해방군들의 행보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즉, 네오 또한 거기에 온 이유가 우연이 아닌 아키텍트에 의해 의도된 필연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웃기는 것은 정작 메로빈지언 자신은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율권이 어느 정도 주어졌지만, 사실은 그 자신도 아키텍트의 통제 하에 놓여 임무 수행 중인데도 말이다.
98. 또 다른 재미있는 견해로 혹자는 메로빈지언이 구 버전의 네오라는 주장을 한다. 즉, 오늘날 프랑스의 메로빈지언 지방이 예수가 죽지 않고 프랑스로 도망가 태어난 후손들이 사는 지역이라는 설이 있는데, 메로빈지언이란 이름은 제작자가 이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붙인 것이란 추론이다. 다시 말해, 이전의 네오가 이전 매트릭스 버전에서 아키텍트와 흥정을 할 때 사랑을 택하지 않고 시온을 택하여 매트릭스를 리로리드하게 만들고 자신은 생명을 부지하여 구석의 암흑가로 피신해 와 여전히 살아있는 데 그가 바로 구버전 네오인 메로빈지언이라는 것이다.
99. 위의 견해는 매우 그럴 듯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앞서 말한대로 필자가 볼 때 메로빈지언은 오라클처럼 매트릭스 두번째 버전부터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서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며 그 임무, 즉 목적은 키메이커를 감춰놓고 네오를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그 동안 여러차례 여러 네오를 매번 만났기에 네오에게 "그 전 너의 선배들은 어쩌고 저쩌고"라는 말을 내뱉는 것이다. 오히려 단순하게 프랑스의 악명 높은 메로빙조 왕조를 연상하는 역할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즉 메로빈지언이란 단지 이름 그대로 악당을 의미한다.
100. 동시에 아키텍트는 고의적인 불완전(악, 불의)의 요소의 하나로 메로빈지언을 만든 것 같다. 즉, 최초의 매트릭스가 인간에게 완벽했으나, 그 완벽성을 의심하는 인간들이 자꾸 에러를 일으키자, 아키텍트가 불완전성의 요소로 메로빈지언이란 악의 요소, 즉 사기, 매춘, 향락, 밀거래라는 불의와 부조한 존재로 역할하도록 해, 인간들이 매트릭스의 허상을 완전한 현실로 착각하여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통제권 내의 자율성이 부여된 메로빈지언은 그러나 언제든 메인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은 가진 듯 하다.
101. 재미있게도 구버전의 매트릭스가 리로드될 때마다 도망쳐 살아남은 많은 구 버전의 프로그램들이 메로빈지언 주변에 바글거린다. 그들은 이전 프로그램의 잔해들로서 이미 목적을 잃은 채 이런저런 에러(주로 범죄행위)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불법 프로그램들도 매매가 되면서 그의 주변에 바글 거린다. 메로빈지언은 그런 밀거래를 통해 자신의 세력을 확대하는 것에 몰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은 모두 특별한 목적이 없는 프로그램들로 시스템 장애를 일으키곤 한다. 쉽게 말하면 인생 포기한자들(목적 없는 인생?)이라할까. 그런 구 버전 프로그램의 잔재나 불법 프로그램들 중에는 뱀파이어나 유령같은 자들도 있는데, 초반에 언급했듯 그런 것들은 일종의 시스템 상의 에러다. 매트릭스 내에서 인간들이 목격하는 귀신이나 뱀파이어 등은 바로 이런 존재들이다. 아마 메로빈지언이 총애하는 두 마리의 보디가드 유령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102. 아키텍트는 항상 그런 프로그램들을 요원들을 통해 완전히 삭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트릭스를 리로리드 해왔다. 또한 그런 프로그램들이 도망을 다니기 때문에 쉽게 제거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카텍트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시스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어느 정도까지는 그냥 내버려둬도 큰 상관은 없다. 우리도 컴퓨터를 하드 포맷을 하지 않는 이상 정기적으로 하드를 깨끗이 정리해도 여러 프로그램 찌꺼기들이 남아 컴퓨터 구동에 약간의 장애를 일으키는데,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용하곤한다. 아키텍트도 매트릭스를 완전 포맷을 시키지 않고(포맷을 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이 허사가 되므로), 버그를 제거하고 버전을 업그레이드를 시킨 뒤, 거듭 리로리드(재부팅)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구 버전의 프로그램의 찌꺼기들이 남게 되는 것이다.
103. 3편의 마지막 장면에 아키텍트와 오라클이 대화한다. 아키텍트는 갇힌 사람들(원문은 '풀려나길 원하는 사람들'이라 논란이 있다. 모든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만 해당될 수도 있기에)은 자유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평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아키텍트는 인간을 비꼰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약속을 지킨다.' 이 발언은 아키텍트가 기계들의 최고 권위자로서 현실의 기계대왕의 아바타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즉, A.I.의 현실의 모습은 기계 대왕, 매트릭스 내부에서의 모습은 아키텍트로 추론되어, 결국 기계 대왕 = 아키텍트인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아키텍트가 네오와 결별할 때, "네가 다시 내게 나타나면 죽을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사실을 강력히 암시한다. 하지만, 양자가 서로 다른 객체인 듯 보이기도 하여 워쇼스키 형제에게 직접 물어 보고 싶은 질문이다.
104. 이어서 오라클과 사티가 등장한다. 오라클은 프로그램의 수명이 다했다(혹 구버전으로 폐기)는 것을 암시해주고, 사티가 그 기능을 이어받아 점점 키운다. 그래서 사티는 네오를 위해 태양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105. 아키텍트는 인간의 해방을 약속했지만, 그렇다면, 기계와 인간은 어떻게 공존할까? 관객들의 상상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여기 그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았다.
1) 아마도 대체 에너지를 이미 개발한 메인 시스템은 매트릭스 인큐베이터에 있는 사람들을 풀어 주어, 시온에 가서 살게 하고, 시온의 사람들은 더 이상 기계에 대한 저항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2) 혹은, 현실보다는 인큐베이터에서 매트릭스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대로 두고, 원하는 사람들만 시온에 가서 살게 하는 수도 있다.
3) 그것도 아니면, 필자의 생각인데,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풍선기구 등을 이용해서 EMP로 가득 찬 구름층에 올라갈 수 있기에 인간과 기계는 협력하여 이 구름 층을 제거한 뒤 인간과 기계가 모두 평화롭게 궁극의 에너지원인 햇볕 아래서 함께 살 수도 있다.
4) 마지막 장면(오라클과 아키텍트의 대화, 오라클과 사티의 대화)을 보면, 도시 건물만 있고, 인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스미스들의 폭파가 도시 전체에서 확산되는 장면에서 보듯이, 대다수의 인간들이 이미 스미스로 복제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스미스들의 폭파와 더불어 인큐베이터의 대다수 인간들이 다 죽은 것이다. 물론 오라클과 세라프와 같은 기계들과 프로그램들은 악성코드의 제거(스미스의 사망)와 더불어 복원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스미스로 변한 인간인 네오가 죽었기 때문이다. 인간인 네오가 죽었다면 동일한 이유로 다른 스미스로 변한 다른 인간들도 죽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여전히 아직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고, 그런데도 마지막 장면에 인간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아키텍트가 이미 매트릭스 시스템에서 인간의 활동을 중지 시킨 것일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아키텍트가 인간을 풀어 주러 가는 것이고, 이 인간은 기계와 화해하는 것이고.
106. 마지막으로, 사티가 새롭게 태양을 만들어 새로이 매트릭스를 보완했다는 것은, 어쩌면 매트릭스가 이미 한번 더 리로디드 된 상황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 매트릭스에는 스미스 요원이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오도 더 이상 불필요 할 것이고. 또한 네오를 위해 태양을 만들었다는 사티의 말은 그런 공헌을 한 네오에 대한 기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물론 인간의 본성에 따라 기계와 공존을 거부하면, 7번째 네오가 또 다시 필요하겠지만. 그러면 사티의 참여로 새로 만들어진 매트릭스 세상 역시 사실상 새로운 네오를 대상으로 한 시험 장치가 되는 것인가? 스미스도 다시 만들어지고. . . 이 공존이 불안하다는 말은 그런 의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영화 결말 에서는 일단 인간은 더 이상 기계를 위협하지 않으니까 매트릭스에는 스미스가 없는 듯 하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매트릭스 내에서 살고, 현실을 택한 사람은 매트릭스 바깥에서 살면 되는 것인가? 어떤 삶을 택하든 사람들은 서로 상관치 않고...어찌되었든 그냥 행복하면 되니까?
107. 언젠가 펄벅의 명저 <구약성경 이야기>에서 읽은 바로는, 구약성경의 출애굽기가 바로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노예 상태의 이집트에서 모세의 인도로 탈출한다. 해방된 것이다. 그러나 광야에서 40년을 지내며, 그들은 만나라는 특별 식량 외에 고기와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해 급기야 모세에게 반역을 저지른다. 이때 그들이 내놓은 요구가 이것이다. "이집트로 돌아가자. 비록 우리가 노예였지만, 그래도 고기도 먹고 과일도 언제든 먹을 수 있었다." 다름아닌 자유냐 빵이냐의 문제다. 비록 풍부하지 못해도 자유를 선택하겠느냐, 아니면 노예의 삶이라도 빵만 풍족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느냐는 것이다. 자유도 빵도 있는 삶이라면 최상이겠지만, 양자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까. 구약성경의 가르침은 바로 "자유"와 "해방"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고기와 야채, 과일이 없다고 이집트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배고픈 인간이 될 것인가,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인가. 대통령이 부패했어도 경제만 일으키면 되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먹고 살게만 해준다면 상관없는 것일까? 난 그것은 "빵"을 위해 "영혼"을 파는 행위라고 본다. 따라서 필자의 선택도 구약성경의 정신을 따라 차라리 "빵"보다는 "자유"이며, 차라리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됨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108. 총정리 해보자면, 왜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전능한 아키텍트(기계대왕)가 이런 위기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필자의 추측으로, 아마 6번째의 변수들이 예상치 못하게 너무 컸고, 그것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인 듯하다. 아키텍트는 네오가 예상 밖의 잠재력이나 혹은 스미스와의 소스 교환으로 결국 통제를 벗어나게 된 셈인데, 그것을 예측 못했던 것 같고, 스미스 역시 그렇게 변종이 되리라 전혀 예측을 못했던 것 같으며, 또한 자신의 의도 속에 움직이던 오라클이 인간 심리 분석 과정에서 '사랑'이란 것을 배워, 어느 정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적극 인간 편에 서게 된 것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1%의 에러가 유난히 심각하게, 그리고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 결국 시스템 올 스톱의 위기에 봉착한 A.I.가 네오의 제의를 받아들여, 평화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109. 이 영화의 메시지는 '공존' '평화' '사랑' '인간의 가치', 또한 기계 문명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믿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비꼬며 교훈해 준다. 나아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인간의 여러 이해 집단이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 수탈과 학대를 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교훈을 전달해 준다. 결국 이 영화에는 희생을 통해 진정한 구원과 희망이 있다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두드러지지만, 다분히 다양한 종교와 철학, 세계관이 어우러진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종교 다원적 틀 속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가 듬뿍 담겨 있다.
110. 기타
1) 이름 뜻과 방 번호, 사물 하나 하나 까지 모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테면, 모피어스는 그리스 신화의 꿈의 신, 트리니티는 성경의 삼위일체, 느부갓네살 함선은 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바벨론 왕 등등 모두 생략하지만, 알면 알 수록 흥미롭다.
2) 한편, 메로빈지언의 심부름꾼인 트레인맨이 지배하고 있는(엄밀히 아키텍트의 통제하에 있음) 현실과 매트릭스 세계의 중간 지대란 현실의 기계들과 프로그램들이 매트릭스에 출입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그 출입 수단은 열차이다. 따라서 열차 없이는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이 중간 지대는 컴퓨터로 빗대자면, 일종의 CMOS가 아닐까? 아니면 누구 말대로 버퍼링 상태의 세계?
3) 기타 좋은 해석으로 이 영화를 프로이드의 심리학으로 해석하자는 제안이 딴지일보에 있다. 즉, 매트릭스와 현실 세계를 표층 자아와 심층 자아의 구도, 혹은 자아와 초자아의 구도로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맞을 뿐 전체적인 맥락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하다.
4) 매트릭스의 통제를 세계를 장악한 미국의 패권주의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연이어 나타나는 네오들과 시온의 전사들로서, 아마 빈라덴, 김정일, 후세인, 체게바라 등등 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견해인데, 매트릭스 영화 자체가 지배와 피지배 구도를 가진 모든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기에, 역시 가능한 적용이라고 본다.
111.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아무 것도 모르면서 비판을 가하는 분들에게 말씀 드린다. 먼저, 영화를 정확히 이해를 하고 비판하기를 부탁한다.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슈퍼맨 식 액션(설명했듯이, 정말 그럴듯한 영화의 설정이 있다)만 보고 내리는 평가는 하지 말기 바란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영화가 즉시 이해가 되어야지 난해하게 만들어 놓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그런 분들이 제대로 평가해 주는 매트릭스 1도 사실 개봉되었을 때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다. 즉, 이 영화는 묘하게도 극장에서는 사실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역시 제대로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매트릭스 1은 비디오 시장을 강타하여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왜냐하면, 이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한번 봐서 가치를 평가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112. 심오하고 뛰어난 책은 무협지와 다르다. 그런 책은 두 번 세 번 읽을 수록 그 심오함에 헤어나지를 못한다. 매트릭스가 바로 그런 영화다. 내가 볼 때 이 영화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는 믿기 어려운 천재들이다. 따라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만도 하다. 이러한 '관객과 영화의 괴리감'은 2편에서 극심해 졌는데, 2편이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철학적, 종교적 메시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2편을 이해 못한 관객들은 그래서 3편에 대한 이해를 상당수 포기하고 액션에만 열광했다. 그러니 매트릭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5%도 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3편 역시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분명 이 영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추신 <1> 이 글은 처음 글에 150개에 달하는 리플 달린 토론의 결과들을 반영하여 2007년도에 일차 수정된 것임을 밝힙니다. 해석의 오류를 지적해 주시고 의견 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토론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리고 지속적인 리플 토론이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글에 나오는 표현 중 매트릭스 이해를 못한 분들에 대한 불편한 표현은 예전 매트릭스를 전혀 알지 못하고 무작정 비판하던 분들을 설득시킬 때 하도 답답해서 나온 표현입니다. 수정해야 하지만 그냥 그대로 두고 싶습니다.
추신 <2> 2007년도에 한번 수정된 본 글은 2010년 4월 3일에 3년 만에 다시 내용을 보완하고 오타를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4월 28일에 몇 군데 문장의 오류를 더 고치게 되었습니다. 실로 3년 만에 제가 글을 열어 보니 그 후에도 이미 수많은 리플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미흡한 내용을 보완하고 오타를 수정할 필요를 느껴 작업했습니다. 새로 들어간 내용은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야기, 네오가 인류를 버리고 사랑(트리니티)을 선택한 이유, 네오의 현실에서의 초능력에 대해, 아키텍트와 네오가 대면할 때 주변의 수많은 모니터들이 말해주는 것, 빵과 인간의 자유의 문제, 마지막 스미스가 죽기 전 이 장면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이유,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는 말의 의미, 네오가 스미스에게 복제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 등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글이 더더욱 길어져, 이제는 정말 조그만 책 한권 분량이 될 정도가 되었군요. 글은 길어졌으나, 내용의 완성도는 한층 완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잘못된 해석들이 많긴 하겠지만요. 이토록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nid=9969&code=12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