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단짝 친구와 함께 둘이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건지..
님들이라면 막장 친구와의 이런 관계...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친구와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이제 10년 가까이 됐네요.
저는 얼마전까지 직장을 다니다가 이직을 하기 위해 잠시 휴식중에 있고요.
친구가 연말이라 휴가를 좀 쓸 수 있다며 저보고 함께 여행을 가자는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여러번 거절했습니다.
친구가 워낙 평소에도 자기 주장이 좀 강한 편이고 고집도 센 편인데
저도 마냥 져주기만 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가서 둘이 괜스레 싸우고만 돌아올까봐 걱정되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와는 대학시절 둘도 없는 단짝 친구로 지내며 알고 지낸지는 오래됐지만
그 동안 함께 여행을 한 적은 없었기에 결국 수락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제가 시간적 여유가 많아 여행 일정은 전적으로 친구 휴가에 맞췄고
장소 또한 친구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길래 그 곳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심정은 어떡해서든 방법이 있다면
여행을 가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여행 제안을 끝까지 거절을 하지 않은 제가 너무나도 후회스럽기만 하고,
제가 우려했던 모든 일들이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친구가 일을 하느라 바쁜걸 알기에 여행 계획은 제가 세웠습니다.
물론 친구가 네가 다해라, 라고 말한적은 없지만 저는 바쁜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 곳의 맛집이며 관광 명소며 종일 찾아보고 검색을 했습니다.
친구가 찾아본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길거리에서 사먹을 수 있는 간식이 뭔지..
그런것들 뿐이었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제가 여행 계획을 메일로 전달해주면서 내가 넣은 곳을 한번씩 찾아서 검색을 해보고
혹시라도 맘에 안드는 곳이 있으면 빼고 네가 넣어도 된다, 라고 말을 했는데
뭐 가타부타 말이 없더군요.
그러더니 막상 여행을 가서는 네가 가는 식당은 어떻게 다 야채밖에 없냐면서 계속
고기를 먹자고 조르는 겁니다. 결국 제가 찾아놓은 맛집은 제대로 검색조차 안해봤던 거죠.
돌아다닐때도 제가 지도 어플로 다 검색해서 길을 찾아보는 동안
친구는 계속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이나 카톡만 하더군요.
그렇게 친구는 길을 걷든 버스를 타든 밥을 먹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 봤습니다.
친구가 최근 어플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는 만나본 적도 없는 그 사람한테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보내며 계속해서 여행에서 일어난 일을 생중계로 알려주더군요.
막상 눈 앞에 있는 저랑은 대화 조차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결국은 제가 "이건 정말 같이 여행하는 사람한테 예의 없는 행동이다."라고
정색하며 몇 번이나 충고를 했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남친에게서 온 문자에 답장을 하거나 전화라도 잠깐 하면 바로 짜증을 내고요.
제가 그 곳 지리를 잘 몰라서 지도 어플을 보다가도
길을 잘못 들어서거나 정류장이라도 잘못 내리면 바로 인상쓰고 화냅니다.
막상 자기는 완전 길치인데다 지도 어플은 쓸 줄도 모르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이제 우리 어디가는거야? 다음 일정은 뭐야?"라며 모든 일정을
다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밖에 돌아다니다가 친구가 춥다, 힘들다 하도 징징 거려서
박물관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정말 뭐 하나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겹다, 빨리 나가자 그러고 제가 좀만 더 보자 하면 옆에서 계속 자기 셀카만 찍습니다.
엄마 손 잡고 온 초등학생들도 안 그러던데 정말 창피했습니다.
그만 좀 찍으라고 얘길해도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밖에 나가서도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막상 찍어주면 여러번 더 찍어야 된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뒤에서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섰는데도 제가 계속해서
여러번 찍어줄때까지 거기 서서 꼼짝않고 있더군요...
어쩌다 한번 제가 사진 좀 찍어달라하면 인상쓰면서 진짜 대충 찍어놓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어찌나 계속 투덜투덜 대던지,
사람들이 있든 없든 말끝마다 혼잣말로 욕을 하고 험한 소리를 합니다.
그렇다고 특정한 상대에게 하는 것은 아니고 말 끝마다 ㅆㅂ을 붙이는 건 기본,
"개 짜증나, 개 추워, 개 힘들어..." 모든 말이 이런 식입니다.
도대체가 30살 가까이 된 여자 사람이 저러고 다니는게 너무 창피해서
"네가 그러고 다니면 너무 창피하다, 적어도 사람들 있는데서는 욕 좀 그만해라."라고
말하면 저보고 할머니 같다며 잔소리 좀 그만 하라는 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
여행 당일 날 밤에도 숙소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그 동안 쓴 돈이 너무 많다며
다음 날 아침을 굶고 아점식으로 때우자는 겁니다.
그러더니 편의점을 들어가서 정말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의 보드카를 먹어야 겠다고
우기더군요. 그 쪼그만 보드카가 한 병에 5~6천원 했는데
제가 그랬죠.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같이 먹을 수 있는 술도 아니고
차라리 이걸 마실 바에야 내일 아침을 같이 챙겨먹자, 했더니
자기는 무조건 이 보드카를 마시고 취해서 자야 된다는 거예요.
제가 화를 내자 결국엔 자기 돈으로 사더군요.
숙소에 돌아와서도
친구가 샤워를 하고 나온 후에 제가 씻으러 들어갔는데 정말 가관이더군요.
비누가 바닥에 나뒹굴고 샘플 화장품 쓴 껍제기는 바닥에 그냥 버려져 있고요.
그래서 제가 씻고 나온 뒤 친구에게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썼냐, 내가 정리하고 나왔다" 라고
하니까 미안해 하기는 커녕 그런건 청소 아줌마가 하는 일인데 저보고 쓸데없이 정리는
왜 했냐고 짜증을 내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거 치우라고 있는 사람들인데 자기가 왜 깨끗이 써야되냐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다음 날, 밖에서 돌아 다니다가 친구가 무언가를 먹고 쓰레기가 생겼는데 막상
버릴만한 쓰레기통이 없어서 계속 안절부절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냥 길 거리에 버려라, 네 논리대로라면 그걸 버려야 청소부 아저씨들이
일을 할 거 아니냐." 했더니 길거리에 버리는건 또 안된다고 고집을 피우더군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만해도
친구는 남은 밥을 아직 먹고 있었고, 저는 다 먹고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깍두기가 다 떨어졌는데 그럼 자기가 직원 불러서 더 달라고 하면 될걸,
자기는 못 부르겠다며 저보고 직원을 불러서 더 달라고 말해달라는 겁니다.
제가 하도 얄미워서 "나는 다 먹었으니 그러기 싫다, 더 먹고싶은 네가 불러라." 라고 하니까
저보고 매너가 없다고 투덜투덜 대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진짜...
여행 중에 잠깐 관광 안내소에 들어가서 지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제게 써보라는 겁니다. 그래서 껴봤더니 하는말이
"넌 진짜 어떻게 어울리는게 하나도 없다~?" 이러면서 막 비웃는 겁니다.
제가 순간 기분이 상해서 "너 진짜 계속 그딴식으로 싸가지 없게 말할래?"라고 화내면서
밖으로 나왔는데 나와서 하는 말이 사람들 많은데서 자기한테 그런식으로 말을 하면
어떡하냐는 겁니다. 아니 자기가 먼저 비웃으면서 무안준건 생각 안한답니까...???
정말 결정적이었던 사건은 여행 마지막에 터졌습니다.
친구가 신용카드를 갖고 있어서 일단은 그걸로 전부 결제를 하고 나중에 반을 나누기로
했었거든요. 그래서 잠시 카페에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시며 이때까지 쓴걸 결산하는데
친구가 계산을 하고 제게 알려준 금액이 1인당 20만원 가까이가 나온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쓴게 별로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호텔 방값은 제 남친이 친구랑 여행 잘 다녀오라고 대신 내줬기 때문에
숙박비는 전혀 들지 않았거든요.
뭐가 그렇게 많이 나왔냐고 따지니까 친구는 원래 여행이라는게 그렇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카드 쓴 내역을 보여달라고 해서 제 수첩에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고
그걸 다시 계산하니까 1인당 8만원밖에 안나오는 겁니다. 제가 그 금액을 보여주니까
친구는 화를 있는대로 내면서 이런것도 계산할 줄 모르냐,
수첩에 똑바로 적은거 맞냐, 하면서 제가 적은 수첩을 의심하며 뺏어가더군요.
그러더니 카드 내역이랑 수첩에 적은것을 비교하며 다시 계산하니까 8만원이 나오는 겁니다.
계산 실수는 자기가 해놓고 정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더군요...
심지어 전날 밤 편의점 가서 맥주랑 안주를 좀 샀었는데 제가 남친이랑 통화를 하고 온 사이에
그걸 자기 혼자 다 먹어 놓고... 저보고 무조건 그걸 같이 나눠서 내야 한다는 겁니다.
같이 먹으려고 산거니까 무조건 반을 내야된다는 거죠.
제가 입이나 대봤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겁니다. 결국 친구가 다 내기로 했지만
얼마 안되는 돈 가지고 눈을 부라리면서 저한테 인상쓰던걸 생각하면 치가 떨리네요.
아니 솔직한 말로,
친구 남친이 호텔 방을 잡아줘서 숙박비가 굳었으면 적어도 밥 한끼라도 사는게 예의 아닌가요?
정말 밥은 커녕 자기가 혼자 다 쳐먹은 술안주 값을 반으로 나눠야 된다고 부득부득 우기는데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오더군요.
막판엔 저도 너무 화가나서 친구한테 터미널까지 알아서 찾아 간 뒤에
서울은 각자 올라가자 했습니다. 길치인데다 지도 어플도 쓸줄 몰라 쩔쩔매는 친구였기에
골탕 좀 먹어보라는 심산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나오니 적잖이 당황하더니 자리를 뜨면서 한다는 말이
제 핸드폰으로 찍은 자기 사진을 보내달라는 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하는데도
거짓말 하는 기분이 드네요...ㅜㅜ 차라리 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뭔가를 배려하고 양보하면 그걸 너무나도 당연한걸로 생각하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인상쓰고 화부터 내고 욕하고 짜증내고....
제가 뭐라고 하면 자기는 원래 이런식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이예요.
이 글을 보시는 어떤 분은 10년 가까이 친했다면서 평소 친구 성격을 몰랐냐,
하시겠지만 대학때까지만 해도 자기 주장이 좀 셌지만 이런 정도는 아니었고
최근 회사에 들어간 뒤로 급격히 변한것 같더군요.
평소 그냥 밥먹고 차마시면서 알고 지낸 성격과
여행하며 하루 종일 붙어다니며 겪은 성격은 정말 천지차이 였구요.
이 친구와의 관계... 정말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