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EBS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일명 '갓경영'이란 단어 사용으로 인터넷 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가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다들 보시고 널리 퍼뜨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비겁한 행동, 편집을 한 EBS를 규탄합니다.
(페이스북 원글)
안녕하세요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입니다.
얼마 전 EBS의 한 프로그램에 제가 인터뷰한 모습이 방송되었고 커뮤니티에 캡처하여 요약된 글이 올라온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학벌주의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한 것인데 저의 의도와는 무관한 맥락으로 편집되었고 많은 분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속상한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방송이나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으셨을 학우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른 학우분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리고 저에 대한 변론을 하기 위해 결국 글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작가의 주된 질문은 '타대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경영대에 대해 부러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대답은 '막상 대학교에 오면 학과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차피 고시 준비를 할 사람은 고시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할 사람들은 취업을 하지 않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는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가도 10분 단위로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대여섯 차례 물어보았고 그렇게 인터뷰는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1시간 동안 피력한 저의 의견은 매몰되었고 방송 취지에 맞는 멘트들과 저의 얼굴과 학과만 편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방송보다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캡처된 사진들을 통해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캡처를 통한 2차적 편집에 의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생겼고 어떤 부분인지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송에 나온 제 대사는 3마디입니다.
1. "수능이었으면 못왔을텐데"
- 우선 이 대사 다음에 캡쳐된 사진 속의 대사 "내신도 그렇고 모의고사 성적도 별로 안 좋은데 어떻게 저 대학에 붙었지? 그래서 알아보면 아 외국인 전형이래" 는 제가 한 말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띄엄띄엄 캡처를 한 것인데 마치 제가 한 말처럼 나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 EBS작가의 질문은 '본인은 정시로 들어왔는데 수시로 들어온 친구들 보면 억울하죠?'였습니다.
제가 한 말은 '아예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수능이었으면 못왔을텐데 몇단계 올려서 왔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전형이고 수능을 잘 보는 것과 논술을 잘 쓰는 것 중 어느 것이 낫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라는 게 제 말의 요지였고, 이와 상관없이 방송에는 '수능이었으면 못왔을텐데 몇단계 올려서 왔으니까'라는 대사만이 나왔습니다.
2. "얘기하고 싶죠 다르다고, 같은 경쟁이 붙었을 때는 나를 어필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때는 얘기하고 싶죠 그리고 내 능력이 뛰어나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안해요, 그만큼 저도 노력했고 과거에 노력했던 것도 보상심리가 있으니까"
- 질문은 취업이나 다른 경쟁이 붙었을 때에는 경영대생임을 어필할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한 저의 답변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맞고, 다만 개인적으로 아직 취업 준비를 한 적이 없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라 즉흥적으로 답변한 면이 있고, 질문 자체에 원하는 답변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경영대면 좀 다르게 보는 것이 있고, 소위 애들이 말하는 갓경영있잖아요 갓붙이는거 있잖아요 갓-경영이다"
- 가장 논란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작가의 질문은 주변에 타대생 친구들이 다르게 보는 게 있죠?였습니다.
제 대답의 요지는 '경영대면 다르게 보는 것이 있지만 그건 고등학교때 대부분 경영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니까 아쉬운 마음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도 재수까지 한 것 아니겠느냐. 그리고 저도 그렇고 경영대 사람들이 실제로 우월주의에 차서 다른 학과생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차치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우선 제 잘못이 있어 사과드립니다.
- 캡처를 보면 중간에 말한 '소위 애들이 말하는'이라고 한 자막은 생략되었고 마치 제가 지어낸 말처럼 나와 안타까웠습니다.
- 캡처를 보면 제가 웃고 있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갓'이라는 표현을 써서 경영대를 지칭한 것을 주변에서 들은 반응을 전한 것일 뿐이고 제 스스로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웃음이 나온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학벌주의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해 볼 것을 유도하는 방송의 취지에 공감하고 이는 언론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방송이라는 매체 특성상 하나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전달해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고,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편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너무나 잘 편집해주신 덕분에 하나의 주제의식 속에 인터뷰에 응한 개개인들이 모두 그들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포장되고, 구색에 맞게 '취해졌다'는 점은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또한 제 얼굴과 이름 그리고 학교를 걸고 인터뷰를 한 입장에서 민감한 주제에 대해 경솔하게 답변하지는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 혹여나 고려대 학우분들의 전체 의견인 것처럼 일반 대중들이 오해하게 될 일을 만든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방송에 나간 대사 이외에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인터뷰 당시 했던 말들에도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저만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다른 학우분들과는 상관없는 것임을 밝힙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저의 의견에 모두가 공감하고 맞는 말은 아닐 것임을 인정하고,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엄연히 전달과정에서 타자에 의해 의견이 왜곡되었고 포장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뿐만이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다른 분들도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에 대한 오해도 제 글로 인해 풀리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