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4개 부처 차관회의가 무기 연기됐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인 경유값 인상을 놓고 부처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유 사용을 줄이기 위해 경유값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세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산업계와 국민 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25일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당초 자유로운 논의를 위해 미세먼지 종합대책 차관회의를 비공개로 열 예정이었지만 회의 개최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자유 토론이 어렵게 됐다”며 “실무작업을 좀 더 거쳐 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이 회의를 연기한 것은 경유값 인상 논의가 갖는 파장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유 차량은 대중교통과 농어민, 운송업체 등 서민 계층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 논의 결과에 따라 여론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당초 환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리거나 휘발유 가격을 내려 두 유류간 가격차를 좁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한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차이가 큰 편에 속한다. 5월 셋째주 기준 한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은 83.18%로 24개국 중에서 16위다. 한국의 경유 가격이 싸다 보니 소비자들이 경유 차량을 많이 몰고, 이 때문에 미세먼지도 많아졌다는 것이 환경부의 논리다.
환경부는 휘발유 세금은 낮추고 경유 세금을 올리면 두 유류 간 가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펄쩍 뛰고 있다. 증세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세 불가’는 박근혜 정부의 건드릴 수 없는 국정목표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가격을 조정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때려잡자고 바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경유값 인상에 따른 실효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주장도 편다.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운송 사업자는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유가보조금을 많이 받고, 가격이 떨어지면 보조금도 적게 받게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경유값을 올려도 경유 차량의 절반인 화물운송차량이 줄어들 유인은 거의 없고 일반 경유승용차를 모는 사람들에게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가습기 사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미세먼지 사안을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불만도 갖고 있다.
<박병률·윤승민·조형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