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두뇌 절정기는 언제?

연주홍 작성일 16.07.25 18: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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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까.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그 사람의 전성기를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이나 심폐 기능과 같은 신체기관이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그 때가 그 사람의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존재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나이와 상황에 맞게 적절히 두뇌를 개발하면 인생 전체에 걸쳐 두뇌의 전성기를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20대 / 가장 왕성한 두뇌활동의 시대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두뇌를 자극하라”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육체의 전성기는 20대로 밝혀졌다. 도쿄대 체력연구실의 발표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근력을 나타내는 손아귀 힘과 허리힘은 26세와 30세, 여자는 25세와 20세에 최고에 이른다. 지구력은 남녀 모두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절정을 이뤘다가 3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며 순발력도 20대 초반에 절정을 이뤘다가 20대 중반부터 떨어진다.

그렇다면 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20대 전후로 파악된다. 인간의 두뇌는 3세 때 이미 핵심적인 구조를 갖춰 8~12세까지는 완전히 성숙한다는 통설과는 달리 두뇌는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다. 미국정신건강연구소 제이 기드는 “두뇌 성숙은 10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10대 시절과 20대에도 계속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망인 뇌량도 20대까지 계속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천재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20대에 이미 위대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아인슈타인은 “30세 이전에 위대한 과학적 공헌을 하지 못하면 평생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 자신도 26세의 나이에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아이작 뉴턴은 22~23세를 ‘내 발명에 있어서 최고의 시기’라고 했고, 26세 때 케임브리지대 수학 교수가 됐다. 제임스 왓슨은 25세 때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했고 20세기 천재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도 같은 나이에 양자역학에서 유명한 이론인 불확정성의 원리를 내놓았다.

굳이 천재적인 과학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20대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때이다.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20대에 어떻게 뇌의 전성기를 맞을 것인가.

20대에는 체력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최고조에 이르러 있는 왕성한 두뇌 활동을 최대한 자극해 인생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두뇌 기반을 닦을 일이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의 저자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재능에 자신이 없으면 양으로 승부하라’는 말을 실천에 옮겨 4년 동안 4천 편의 영화와 4천 권의 소설을 섭렵해 스물아홉 살부터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낼 정도로 왕성한 집필을 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두뇌는 20대까지는 기억 재편성을 위해 유연하게 움직이다가 서른 살이 지나면 숙성된 와인처럼 안정돼 간다. 30대는 새로운 것을 투입하는 때가 아니라 이미 구축된 두뇌 네트워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20대는 두뇌에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부여해 두뇌의 연결망을 가능한 한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체험하는 것으로 20대를 보내라.


30대 / 생산성과 창조성의 최고 절정기

“목표를 높게 잡고 실현가능한 것을 추진하라”
뉴질랜드 캔터버리대 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 교수는 유명 과학자 2백80 명의 일대기를 추적했는데, 그 결과 남성의 경우 65% 이상이 30대 중반 이전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한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예술가들도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맞아 재즈 뮤지션은 38세, 화가는 35세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가나자와 교수는 “과학적 생산성은 나이와 함께 쇠퇴한다. 이들 중 3분의 2는 자신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30대 중반 이전에 남겼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과학자들의 창조성의 고갈 원인 중 하나가 결혼이라는 것. 조사 대상 과학자 중 약 4분의 1이 결혼 후 5년 내에 마지막 논문을 발표했다. 가나자와 교수는 “미혼인 과학자들은 인생의 후반부에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결혼 이후에는 남성호르몬의 감소와 더불어 비교적 빨리 체념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윤곽을 드러낸 시기는 영국 군함 비글호의 해양탐사 항해 때였는데, 그는 항해 후 결혼을 결심한다. 자유롭지만 외로운 삶과 풍요롭지만 얽매인 삶 가운데 갈등하던 그는 “행복한 노예들도 얼마든지 있다”며 결혼을 선택했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쿄대학 이케가야 유지는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똑똑해진다”고 했다. 두뇌의 하부구조는 20대 후반부터 정비되기 시작해서 서른 이후 촘촘한 연결망을 갖춘다. 단순 암기와 같은 능력은 두뇌의 활동력이 왕성한 20대가 유리할 수 있지만 30대에는 이전에 학습한 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테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언뜻 보기에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실들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향상된다는 것.
어쨌든 30대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일치되기 어려운 시기이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현실적으로 재조정할 필요를 느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생 목표를 계획하고 실현가능한 인생 후반기를 준비한다.



40대 이후 /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하는 뇌력

“효율성을 극대화하라”
채근담에는 ‘사람을 보려거든 그 후반생을 살피라’는 말이 있다. 40대 이후의 두뇌는 인생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삶을 영위해 나간다. 더이상 세속적인 싸움에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법도 터득한다.

〈마흔의 의미〉를 쓴 릿교대 정신의학과 마치자와 시즈오 교수는 “만 스무 살에 성인식을 치르지만 사실 40세 전후가 돼야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진정한 성인’이 된다”고 보았다. 중국 역사에 뒤늦게 인생을 꽃피운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진나라의 왕자로 태어난 중이는 예순 두 살에 왕위에 올랐고, 공자도 쉰한 살에 비로소 벼슬길에 올랐다. 오나라 사람 주매신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노래를 불렀다 한다. 이를 한심하게 여긴 아내는 그를 떠났지만, 그는 춘추와 초사에 해박한 지식과 식견으로 한무제의 눈에 들어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벼슬길에 올랐다. 이들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나이에 한계를 긋지 않고 꾸준히 두뇌를 훈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40대 이후에는 두뇌의 퇴화를 당연하게 여기고 더 이상 두뇌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40대 이후에도 두뇌의 전성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성인이 된 후 뇌세포는 평균 1초에 하나씩 사라진다. 따라서 80년을 사는 사람의 경우 20세 이후 60년 동안 평생 18억 개 정도의 뇌세포가 소멸되는 셈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세포는 약 1천억 개. 인간이 평생 사용하는 뇌세포 숫자 또한 10억~20억 개 정도여서 1천억 개 중 10억 개의 손실이 그다지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미국국립노화연구소 노화신경심리학 몰리왝스터 박사는 〈사이언스〉 지를 통해 “사람의 뇌세포는 평생 꾸준히 생성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실제 줄어드는 뇌세포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며 “나이가 들수록 두뇌 활동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40대 이후에는 발전 가능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국립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박동호 박사는 “근력과 지구력은 30, 40대에도 충분히 전성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순발력은 나이를 먹으면서 저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근력은 20대 전성기 때와 30, 40대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순발력은 30, 40대가 되면 20대 전성기에 비해 70%까지 떨어진다. 따라서 순발력보다 근력과 지구력을 요구하는 분야일수록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바둑에서도 40이 넘으면 아무리 훈련을 해도 수를 빨리 보는 순발력에서는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대신 정확성은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퇴화하는 능력을 붙잡고 매달리기 보다는 발전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능력’을 기르는 데 효율적이라는 것.

결론적으로 뇌력이 가장 왕성한 전성기는 분명 있지만, 그 능력과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훈련했을 때, 뇌력은 꾸준히 개발되고, 연령에 상관없이 두뇌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1981년 56세의 나이로 일본 바둑 랭킹 1위 기세이전 5연패를 이룬 후지사와 슈코 9단의 인터뷰는 나이 드는 것을 초조해 하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것 같다.

“나의 두뇌는 50이 넘어 더 명민해졌다. 판을 짜는 안목은 바다처럼 넓어졌고, 수를 읽는 능력은 계산기처럼 정교해졌다. 두고 보라. 내 지적 능력은 앞으로도 황야를 달리는 들소처럼 거침없이 발전할 것이다.”



<출처 : 브레인 미디어, 뇌 2003년 9월호, 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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