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남자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낸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26)는 결승선에 도달하며 두 팔을 엇갈려 ‘X’를 그렸다. 그는 시상식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X자를 그렸다.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에티오피아 정부를 비판하는 세리머니였다.
릴레사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을 2시간9분54초에 달렸다. 릴레사는 “올림픽을 에티오피아 상황을 알릴 기회로 생각했다”며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 출신이다.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약 9600만명) 중 3분의 1이 사는 곳이다. dpa통신은 “최근 몇 주 동안 오로미아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인 1000명 이상이 죽거나 감옥에 갇혔다”고 설명했다.
릴레사는 어눌한 영어로 “정부가 오로미아 사람들을 죽였고 땅과 자원도 빼앗았다. 내 친척들도 감옥에 갇혔다”며 “우리는 단지 우리 권리와 평화, 민주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에티오피아로 돌아가면 그들은 나를 죽이거나, 감옥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티오피아 국영 방송은 릴레사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삭제한 채 방영했다.
릴레사는 은메달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정치적·종교적·상업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는 시상식에서 검정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리며 인종 차별에 항의하다가 메달을 박탈당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동메달을 따낸 한국 박종우도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가 IOC로부터 시상식 불참을 권고당했다.
금메달은 마라톤으로 전향한지 3년 밖에 안 된 엘루이드 킵초게(32·케냐)에게 돌아갔다. 킵초게는 2시간8분44초로 우승했다. 5000m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건 킵초게는 2013년 마라톤으로 전향한 뒤 꿈에 그린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ㅊㅊ 이종격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