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6포병 여단 예하 대대를 전역했음.
보직은 처음에 갈때 155mm 견인포(KH-179)를 받았으나
나랑 논산 훈련소 동기 두명이 거기갔는데
마침 비전포(행정(HQ),수송(MOT),FDC(Fire Direction Center),통신(Sig))
인원이 부족해서 뽑는 시기에 내가 가게된거임 물론 수송 주특기를 받아간게 아니라서 수송은 안되는데
나머지는 주특기가 뭐 어떤 보직이든 골라가면된다고 나름 신세계 였음. 골라먹는 보직..이라니
그것도 힘든일은 하지않는 비전포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기에 뭐든 상관없단 생각으로 기분좋게 기다렸음.
그래서 나랑 앉아있던 내 동기는 행정반에 앉아 총기함 앞에서 의자두개놓고 기다리는데
행정반을 출입하는 병사들이 "신병이래 신병, 이번에 비전포 간다던데, 꿀쟁이들 왔네,야 이번에 통신 꼭 와야되는데"
등등 동물원 원숭이도 받지못하는 취급을 받으면서 기다림.
그러다가 전포대장(흔히말해 소대장 소위) / 행정관 (상사(진) / 통신반장(짬중사) 가 왔는데.
간부들 앞에 앉아있는데 내 동기는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를 나온 똘똘이 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노리고있었음.
나는 대구 지잡대 관광학과 였기 때문에 이새기가 골라먹으면 난 아무대나 남는데 가도 군생활 편하겠구나
라는 생각 뿐이었고, 포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알바 면접볼때 마냥 아주 곧은자세로 있었음
근데 내 동기새@끼도 "어딜가든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를 시전하는 바람에
간부들이 서로 그새@끼가 필요한 이유를 대기 시작함.
신병이 몇개월동안 없어서 지금 분대장 짬이 없다부터 해서, 신병이 없어서 우리 서무계 휴가 못간지 1년째라는둥
옆에서 각 통신분대장 행정분대장 FDC분대장도 불려와서 거들기 시작함
그래서 첫날부터 되게 좋은 대접을 받는것 같아 기분이 좋았음,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그딴 망상을 갖기 시작했음
근데 FDC를 맡고있는 전포대장이 1:1 면담좀 하자면서 내 동기새끼를 끌고갔음
난 뻘줌하게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제서야 "넌 어디서 왔냐? 몇살이냐? 누나있냐?"는 예의상 묻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면서 기다렸음,
근데 포대장(중대장)실에서 면담하던 전포대장과 동기새끼가 불과 5분만에 서로 웃으면서
전포대장은 동기 왼쪽 어깨를 감싸고 나오는게 아니겠음?
그러더니 " 얘는 FDC가 자기랑 딱 맡는것 같대요 " 하더니
전세계 만국 답정너 " 그치? " 후 옆구리 쑤시기를 시전했음.
정말 지어내는게아니라 딱보였음, 근데 다들 간절히 원했고 다들 대놓고 속보이게 그
고학력 똘똘이를 원했기때문에 그래도 장교는 장교라고 행정관이랑 통신반장이 크게 따지지않고
내 동기한테"그럼 넌 FDC 하는거다?" 하더니 행정관이 나한테 " 넌 그럼 행정 " 하더니 행정관실로 들어가버림
통신반장은 07군번, 행정관은 03군번 이었기에 "아 행정관님 그러는게 어딧슴까" 하면서
둘이 행정관실로 들어가더니 불과 3분도 채안되서 둘다 웃으면서 나오는거임
첨엔 군대라는게 둘이 어디 들어갔다오면 친해지는 그런곳인줄알았음.
그리곤 통신반장이 " 넌 행정 " 하는거임
물론 본인은 계륵 취급을 받았지만, 그래도 비전포가 어디냐, 난 포수가 아니고
땅 팔 일도 없고, 삽질 할 일 도 없고, 짬만 먹으면 내 세상 이구나 라는건
"포대(중대)"행정병의 특징을 전혀 몰랐던 내 과오는 여기서 시작이었음.
이렇게 내 행정병으로써 군생활이 시작됬었음.
물론 처음엔 적응하느라 정신없어서 이등병은 어떻게 간지도 모름
부조리가 남아있던 부대라 처음에 혼나기도 엄청 혼났고, 그와중에 업무도 알아야되고
분대장이었던 내 사수는 다행히 엄청 착한형이라 업무적으로 모르는걸 정말 상세히 잘 설명해줬음.
그래서 평소에 컴퓨터 자격증도 좀 있었고, 타자나 단축기, 암기에 자신있던 나는 생각보다 빨리 "A급"소리를 들음
(A급 관심병사 아님) 진짜 A급이다 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시기였는데
이때 내가 일병 3~4호봉쯤 되었을땐데, 선임급이 거의 전역을했고, 내밑에는 후임도 3명 들어왔음.
이 시기에 포대장이 바꼈음.
아주 파릇파릇한 포대장이었음, 초임 포대장
난 초임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 몰랐음.
바뀐다는 말 나오고 초임이 온다는 얘기가 돌때부터 말년들은 " 아이고,, 얘들아 고생해라, 형은 먼저 가께"
할떄도 " 왜 그러지? "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왜 밖에서도 그런말이 있잖슴
" 무식한사람이 신념을 가지는게 가장 무섭다 ' 라는 말
근데 " 조@또 모르는 사람이 군인정신을 가지면 이건 씨@팔 거의 호러 " 라는 말이 있잖슴 다들 들어보셨을거라 생각함
물론 온 첫날부터 마취총맞은 유명한 마냥 " 아! 이거 좆됬구나 " 라는 생각을 한건아님
근데 이게 한 1주일부터 느껴짐,
뭔가 업무를 다른 포대장들한테 짬맞아왔는데 뭔진모르겠고
몰라서 물어보려니 쪽팔리니까 걍 아는척하고 시키는데
작업병이든 포병이든 보병이든 전포든 비전포든 운전병이든 "작업지시"만 정확하게 이뤄지면
대한민국 똥물 된장국에 내 닉네임 정도 먹어봤다 하는 군인은 어떻게든 일과시간내에 그일을 마침.
근데 이게 지휘해야하는 지휘관이 똥멍@청이다 보니까 이새@끼는 도대체 소위 중위때 뭘한건지
의구심도 들고, 대한민국은 이런사람을 장기에 합격시켜주나 싶기도하고
아무튼 아는게 하나도 없는데, 진짜 무서운건 이사람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었음
" 너희는 국가의 노예다 "
" 노예들아 일을해라 전투체육 할 시간이 어딨냐 "
" 포대장이 ~~때는 ... "
이게 막 근엄하고 진지하게가 아니라, 옆에서 누가 작업하고있으면
장난식으로 막 얘기하는데
보통 작업지시가 잘못되서 똑같은일 두번 다시 하고 그럴때 옆에서 저런말하면
다들 분통이 터지고, 이게 총 지시자가 포대장이고 작업하면 간부들도 항상 같이 붙으니까
해놓고 다시하라는게 많으니까 포대장 , 포대간부 할거없이 불만이 조금씩 쌓였음
근데 난 포대 교육계 직책이었는데, 이게 다른말로 " 포대장의 개 "
서무계는 " 행정관의 개 " 라는 말이있는데
포대장의 개 였던 나는 새벽 3~4까지 야근은 기본이었음.
처음엔 그냥 한두번일려니 하고 넘어가길 수십번이었음
심지어 그렇게 작업시키고 다음날 근무취침 이런건절대없음
짬이 후잡할때는 꿀빤다고 놀리던 선임들도 나보면 " 야 괜찮냐? 자살하지마라 "
" 야 너 안재워준대 ? " 등등 조금씩 날걱정하며 " 행정병 존@나불쌍하다 " 라는 말을 자주 듣게됨
어차피 포수들은 야간에 작업이 안되니까, 일과때 빡세더라도 체력적인 부분들이 눈에 띄니까
휴식이라는게 주어지는데 행정병들은 실내에서 작업하니까
아주 밝은곳에서 오랫동안 일할수있는 장점이 있음
그렇다고 포대장한테 인정을받아 휴가를 자주가는것 아님
야간 다음날 와서 " 그거 하는데 왜 새벽 3시까지 하냐 " 이런 말들 뿐임
이게 슬슬 한계치에 다다를때쯔음 사건이 터짐
본인이 상병 3호봉 쯤 될때 였던것 같음. (나름 실세)
새벽에 군단명령으로 전투준비태세(화스트페이스)가 쳤는데
대대장이 검열왔는데 아주 개판이었음
전부 비몽사몽으로 보통 위험하니까 새벽에 잘안친다고 했는데
이게 새벽에 치니까 전투복 대충입고 활동화신고 간새끼부터 해서
무슨 총을 8개씩 어깨에 들러메고 분대짐은 막내 막내1 막내2 이렇게 메고 오고있고
무튼 개판이었음
근데 대대장이 그런 공포의 장면을 보고만거임
포대장 바로 지휘통제실 불려올려가서 당직사령이고 뭐고 다있는데서 내리갈굼 때리는데
내가 대대 교육장교랑 친하게 지내서 나중에 들었는데
포대 전투력이 이정도일줄 몰라서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면서 울었다더라고
아무튼 그새기가 내려와서 강평을 하는데 한숨을 쉬더니
"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막사에서 잘 자격이 없는 놈들이라며 포상에서 서서자든 기대서 자든 알아서 자라 "
라고했음.
당시 우리대대가 진지공사 기간이기도했고 다들 피곤에 쩔어있는데 다들 1차 딥빡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등기댈곳만 주면 잘수있는 우리 군인들은 포상에서 잠들기 시작했는데
( 난 이와중에 당직사관한테 연대행정업무에 부대운영일지 라는게있는데 그거 쓰라고 계속불려감 진짜 개빢쳤음
그거 간부가 쓰면되긴한데, 포대장이 날 좀 신뢰하는건 있었음, 내가 좀 당연한 단어도 좀
그럴듯하게 쓸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부대운영일지를 내가 남긴날이랑 안남긴날은 내용상 좀 차이가 있음)
포대장이 포상 순찰을 갔는데 " 반성하는 기미 없이 모두 자는 모습에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 며
포대원 휴가 외출박 통제를 걸었음
진지공사고 뭐고 죶빠지게 하는 이유는 다 휴가때문이며
군인의 모든 유일한 낙을 짓밟아 버린 이 한마디때문에 다들 터져버린거임.
[ 상병 3호봉이 되기 전까지 너무나 힘들었음,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그때는 집에 전화해서 힘들단 말이 도저히 안나와서 아무말 안하고 끊어버린 바람에
너무 놀라서 그다음날 새벽에 부대앞에 오셨음, 불침번이 나깨우길래 근무갔다왔는데 왜깨우냐니까
새벽 5시에 엄마 면회왔다그래서 아직도 부대에 전설로남음 5시에 면회온 어머니로
준비해서 여섯시쯤 가니까 우리집 개랑 주임원사랑 엄마랑 연병장 걷고계시더라 ]
내가 총대를 멘다기 보다는 진짜 내가 정말 이러다 뒤질것 같아서 행정보급관 한테 가서 잠시 시간좀 내달라 했음
그리고 내가 한참을 망설이니까. 괜찮으니까 말해보라고 하길래
"도저히 못참겠습니다, 제가 터져버릴것 같습니다"
딱 이런식으로 얘기했었음
그러니까 뭐떄문인지 뭐가 힘든지 물어보지도않음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하게?" 이랬었음
행정병 생활을 하다보니까 흔히 알고있는 마음의 편지나, 국방헬프콜, 여단장과의 대화나 이런게 정답이 아니라는걸
좀만 지나보면 알수있음, 좀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함
그걸로 조질수도 있겠지만 군대는 아주 병@신같은 제도가있음
바로 보고체계위반 이라는건데
당장 포대장도 엿맥일수 있지만, 조질라면 충분히 나도 조질수있음
포대장을 완전 조~옷 되지 않는이상 내가 조~옷 되는거고
생각해보니 별거아니다 뭐 근신이나 이래 되버리면 조~옷됨
내가 들은얘기로는 장교끼리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가 대대장한테 정말 진심어린 편지를 써도 얘가 완전 조~옷이 안된다는거임.
그러다가 뭐 내가 다른곳으로 전출되면 난 전출된 낙마 인생이 되는거임.
그래서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해오다가 내가 완벽한 방법을알아냈음
[군대가는사람 필독해라, 나름 최근 군생활 꿀팁임 간부 조같을때, 근데 그게 나만 조같은게 아닐때 쓰면됨]
" 저 주임원사님이랑 상담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 "
행정보급관이 그렇게 해주겠다고함. 행정보급관이 주임원사한테 찾아가서 " 부대에 주임원사님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
병사가 있습니다" 라고 하는게 되게 크게 나쁜건 아닌가봄, 병력관리에 힘쓴다는 느낌도 있으니까
그럼 일단 오늘은 자고, 말씀드려놓을테니까 내일 아침에 가자 , 하고
우리 행정 분대원 한명이랑 다음날 주임원사님을 찾아갔음
딱 들어가니 " 응. 그래 잘왔어~ 잠시만~ " 하시더니 커피태워주시면서
"담배피냐? " 하시더니 에쎄 순을 주시면서 피라고 하심
그래서 주임원사님 실에서 같이 담배를 피면서 운을 떼려고 하는데
" 대충 알고는 있다 " 라고 먼저 말씀을 해주심
행정보급관이랑 주임원사라는게 평소에 이런저런얘기를 많이 하고
장교 욕도하고, 부대 상황을 얘기하는데, 어느정도 간부들과 포대장과의 불화에 대해서 몇번 말도 했었고
병사들의 사기문제에 대해서 종종 말을 하셨나봄 행정보급관이
그래서 이제껏 있었던일을 막 설명드리면서 정중하게 말씀드렸음
그러니 " 군대니까, 내가 예전에 ~~ 일이 잇었는데, " 을 말씀하시면서 나를 회유하려는 듯 보엿음
물론 그게 흔히말하는 틀딱이나, 꼰대식으로 말한게 아니라
문제를 일으켜서 좋을게 없다, 어차피 총 결정권은 대대장이지 않냐, 포대장도 장교고 대대장도 장교다
는 식의 뉘앙스였음. 이해한다는 식으로, 아니 이해해 줄려고 노력하는모습이 보였으나
진짜 우리 포대의 심각성, 진짜 이러다가 내가됬든 누가됬든 누가 뒤져도 이상할게 없다는 걸 표현하고싶었음.
그래서 내가 " 정말 딱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 라고 함
뭐냐고 물으시길래 " 주임원사님이 꼭 저희 포대에 설문조사(마음의편지)를 한번 접수받아 주십시오 "
물론 이 포대장밑에서 마음의편지를 접수받을때도 많았지만
그때는 " 포대장에게 얘기해라, 포대장이 해결해준다, 상급부대 마음의 편지를 쓰면 보고체계 위반으로
또한 처벌받는다, 행정관이나 포대장 마음의편지에 써라 " 라는 얘기에 항상 적나라 하게 모든걸 쓰지 못했었음
설문조사할때 꼭 사전교육하면 저런말 많이 들을꺼임.
그래서 주임원사님이 좀 고민하시더니 " 알겠다, 근데 차리포대(3포대) 만 설문조사를 받으면
너희 포대장이 의심을 할수있으니, 3개 포대 전부 받는걸로 해서 시행하겠다 "
해주시는데, 주임원사님이 그래도 뭔가 해결해주려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좋았음.
군대의 시스템을 지키되, 그새기를 조옷되게 할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었음
이게 이런식으로 보고를 해버리면, 행정보급관, 주임원사 라는 합리적인 체계를 통해서
어떤 조치가 안된다? 그럼 그때 국방헬프콜이나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해버려도
"난 보고체계를 위반하지 않았다, 보고를 했는데 조치가 안되어서 했다 " 라는 내 보험이 생기는거임
그리고 포대로 돌아와 각 분대 분대장들한테 일일히 찾아가 말했음.
무슨무슨 법.. 이 아니라 어제 오늘 무슨무슨 일이 있었고, 방금 주임원사님과 얘기를 하고와서
이번주 중에 하루가 " 부대특별진단의 날 "로 선정이되서 하루종일 설문만 받는 날이 있을거다.
내가 말할테니 점심먹고 분대원들 어디가지말고 대기좀 시켜달라
하니까 시큰둥한 병장도 있었으나, 다들 적극적으로 날 지지해줫음
그래서 점심먹고 와서 비장한 표정으로 일일히 분대 찾아가서 얘기를 해줌
" 이번주에 주임원사님 설문이 있을거다, 정말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다
너희도 요즘 힘들지 않냐, 있는대로 다써라, 처벌없고, 니가당한거, 부당한거, 다 적어라 "
이게 간부가 조같으니 병사들사이에 불만은 서로 없었음.
그래서 뭐든지 다쓰라고 할수 있었음, 부대에 있는 모든것,
온지 얼마 안된 신병들 한테는 너희는 특별히 느낀게 없을거니 원하는걸 적어 내라 고 말을 했고
그렇게 모든 분대를 돌아다니며 같은 얘기를 반복해 말함
물론 여론은 굉장히 좋았음, 진짜 다 써도 되냐고 묻는 애들이랑
진짜 저새기 조@ㅈ될수 있는건지, 다들 나의 의견에 동조해주었음
그리고 대망의 날이 왔는데, 포대장은 순진한 얼굴로 " 오늘은 부대 설문이 잡혀있다, 주임원사님이 설문 받으실꺼고
늘 말했듯이, 불만사항과 애로사항이 있으면 포대장과 행정보급관이 해결해주지 이런데 쓰면 안된다 " 는 식의 말을 했음
우린 "알겠습니다"를 복창했고, 난 부대원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비장한 표정이 얼굴에 비춰질만큼, 평소 설문을 받을때와는 사뭇 다른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포대에서 받는것이 아니라 (포대장이 있기때문에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었던것 같다) 대대 취사반에 가서
오롯이 다들 앉아 주임원사를 기다렸다.
주임원사 한명만 와서 " 얘기를 들었겠지만, 난 너희를 도와주러 왔다, 써라! " 딱 이랬다
무슨 영웅이 온마냥 빛나보였고, 우리는 피터지게.. 아니 펜 터지게 글을 썼다
정말 끝나고나서 잉크터져서 새끼손가락 밑으로는 검은색 잉크가 번져 가득했고
쓰는내내 "뒷면도 써도 되냐. 한장 더 줄수 없냐"는 질문이 솟구쳤다.
보통 설문을 받으면 " 다썼냐? " 라고 물어보면 10분도 채 안되 다쓰는게 설문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설문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주임원사가 " 다 쓴 사람은 종이를 내고 쉬고 있어라 " 라고 했으나
몇몇 신병들과 병장들을 제외하고는 " 닥@쳐 집중 안되니까 " 는 표정을 가득 안고 진심어린 (마음의)편지를 썼다.
그렇게 설문이 끝나고 우리는 훈련이 끝난 전우마냥 서로의 검은손을 보여주며 '끄덕' 하며 전우애를 다짐했고
설문이 끝나고 돌아가는길은 어느 때 보다 질서정연했다
포대로 돌아오니 포대장은 " 자자~ 왜이렇게 오래걸렸냐고, 포대장 욕 적은거 아니지 ? "라는 농담을 했고
수많은 병사들은 똥꼬가 가려운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곤 그날은 부대 자체가 한가로이 족구를 하거나 말통을 놓고 말통축구를 하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3일 쯤이 지났을까 아침먹고 일과를 시작하려는데
포대장이 인원을 집합시켜놓고는 " 대대장님이 오신다 " 라고 하고는 대대로 올라갔고 그뒤론 한번도 본적 없었다.
대대장님이 오시고는
" 차리(3) 포대원들이 고생한것을 생각하니 대대장이 몇일간 내내 마음이 아팠다. "
" 자질이라는것은 위치에따라 다른것이다, 신병들이 못하면 분대장은 신병들을 이끌어 가고 가르쳐 주어야한다
포대 부사관들이 못하면 행정보급관이 이끌어가야하는것이고, 책임져야한다.
행정보급관도 마찬가지다. 행정보급관이 못하면 주임원사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
이번 일은 포대장의 잘못을 모르고 지나쳤던 내가 문제가있다고 판단했다.
대대장이 포대에 소홀했나 싶기도 했고, 좀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을 했다
중대장의 잘못은 전적으로 대대장에게 있다. 대대장이 이번에 포대장을 오늘자로 보직해임 시켰다. "
딱 보직해임 듣는데, 난 너무 울컥했다.
여기에 적기에는 모든걸 다 적을수 없었기에, 너무나 힘든 생활이 눈앞을 스쳐갔다.
아직도 저때의 대대장이 한말을 똑똑히 기억할수 있다.
"병@신같은 군대 내가 떠나야지" 라는 선임들의 말과
"에효~ 난 먼저갈게 니들은 저 병신밑에서 좀더 고생해라" 라는 말을 들을때면
아.. 그런갑다.. 하는게 일상이었는데, 병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20~24세 꽃다운 나이에
거지같은 취급을 받는 이 시스템을 뚫고 우리의 발버둥이 닿았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거 같았음..
무튼 대대장이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대대 군수과장이 내려와서 "내가 임시 포대장이다" 라고 하는데
늘 포대장 교체시기나, 파견갈때 이 군수과장님이 오셔서 익숙한 분이었고
대대에서 최고의 장교로 불리는 아주 최고의 대위였다 (지금은 소령진이라 하시더라)
그리고 꿀같은 시간이 지났고, 뒤에 온 짬대위 (대위중 최고짬이었음) 포대장이 왔는데
작성자는 아주 편하고 꽃같은 시간만 보냈다가 전역 했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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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마다 다를수 있겠지요, 행정관 주임원사 대대장에 따라서요
물론 인간적인 부분에서 와 닿아 해결해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군대라는곳이 책임전가가 아주 빠르게 이루어 집니다.
제일 마지막을 제외하곤 어떤 사람에게든 누구에게든 책임전가 하지요
설문또한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행정관한테 말했을때 해결이 안됬다면 나중에 좃되는게 본인이니 주임원사와 연결시켜준것이고
주임원사또한 마찬가지였겠지요, 대대장또한 이런 수순을 밟고 올라온 고충을
수많은 편지들을 읽고 해결이 안되었다면 " 국방부 " 나 " (민간업체) 생명의 전화 " 로 접수되었을때는
본인 목숨도 파리목숨보다 못한것이 되겠지요
어느정도 군대에서 참아야 하는 부분들도 있겠지만은
힘들땐 절때 혼자 앓지마시고, 이건 아니다 싶을땐 자살이나 다른 멍청한 생각은 하지마시고
해결해 나가셨으면 좋겠슴다..
3줄요약
읽어 주신분들 감사하고
너무 길어 읽지 않으신분들은 너무길어 죄송하고
군대 안가신분들 화이팅입니다.
웃대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