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지난주 월요일. 그리고 바로 어제인 이번 주 월요일 마치 거짓말처럼 저는 이 자리에 앉아
지진속보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화요일에 말씀드렸던
'건넌방의 공포'를 오늘 다시 또 떠올려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폭우 속에 안방이 무너져 내려 건넌방으로 옮겨간 식구들…
건넌방은 괜찮을까… 두려웠던 열세 살 소년의 밤의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공포는 방금 끝난 지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존재하는 공포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거짓말처럼 그 미래는 꼭 일주일 만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공포는 똑같이 살아났습니다.
80배나 개선했다던 홈페이지는 또 다운됐고 문자메시지는 뒷북. '만전을 기하라' 는 총리의 지시 역시 한참이 지나서야 내려졌습니다.
심지어 다급한 맘에 119에 전화를 걸었던 한 시민은 안내의 말 대신 이런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뉴스보세요"
하긴… 119라 해서 그 상황에서 시민들보다 나을 것도 없었겠지요. 그들이라 해서 무슨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닐 테니까요.
정부는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자신이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건너온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정부 발표가 아닌 텔레비전 뉴스와 SNS에서 정보를 얻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재난으로 무너져 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쌓아 올려 질수도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지난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 그 혼돈의 와중에서 빛났던 것은 뉴욕시장 줄리아니의 대처였습니다.
그가 특별한 무언가를 해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되레 기자들의 질문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물붕괴 현장에 가고 소방관을 만나고 매 시간 상황을 직접 발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안심했고. 믿음을 가졌던 것이지요.
"뉴스보세요"
기댈 구석 하나 없는 이 말을 들어야 했던 시민들…
열세 살 소년이 숨죽이며 느껴야 했던 '건넌방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