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원룸에서 있었던 이야기

눅눅한새우깡 작성일 16.09.21 19: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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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뉴스 보니 예전 원룸에서 있었던 일 생각나네요

 

그 당시 대학생이고 여친이랑 원룸에서 동거중이었습니다

한 새벽 3시정도 되었던 거 같네요

여친 먼저 재우고 쥐 죽은듯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쨍 그랑..와작'

 

갑자기 복도 쪽에서 병 깨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대학가 주변 원룸 특성상 술먹고 난리치는 진상들이 많았기 때문에

방에서 술처먹다 빈병을 던졌나? 오늘도 시끄럽겠네..하고 말았습니다

 

'푸콰광 쾅 쾅..'

 

그런데 한 10분정도 지났을까요

야구방망이로 가구를 부시는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가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고 

문열고 복도를 나왔는데..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타일에 주황색 불빛이 반사 되더군요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보이는 주황색 불..

 

처음 겪는 상황이라 설마설마..하면서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가봤습니다

 

진짜..불이 나고 있더군요

불이 나고 있던 층은 원룸주인 부부가 사는 집과 원룸방 세개가 있는데

보일러와 세탁기 도시가스 배관 등이 있던 곳에서 불길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대충 그려본 건물 구조입니다

(신기하게 방1은 문이 두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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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1미터정도 높이를 제외하곤 연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엎드리지 않으면 그대로 질식사하겠더군요..

아마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닫혀있어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거 같았습니다

 

계단 중간에 소화기가 있었지만 솔직히 불을 끌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더군다나 보일러와 가스배관이 있는곳이라 

곧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 가까웠던 주인집 초인종을 미친듯이 눌렀습니다(한 열번 이상 누른듯..)

아무리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더니 한참 뒤에 

"누구세요?"라는 주인 아저씨 인터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바로 "아저씨 불났어요!!"

그말 듣더니 바로 아저씨와 아줌마가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상황을 보곤, 훈련된 분들인줄 알았습니다

 

아저씬 다급하게 소화기 가져와라 하시곤 그 소화기를 들고 

속옷 바람으로 불이 나던 곳으로 뛰어드시고;;;

 

아주머니는 연기 때문에 앞도 안보이는 옥상층 계단으로 

뛰어가시더니 문을 열어 연기를 빼셨습니다;;

 

전 제방으로 돌아가서 119에 신고를 했죠

그리곤 아랫층에 있던 소화기를 가지고 올라갔는데... 엥?

불을 벌써 끄셨더군요

생각보다 작은 불이었나봅니다

 

몇분뒤에,

119대원분들이 근처에 도착하셨다고 길안내 부탁드린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큰 불이었으면 위치가 딱 보일텐데, 이미 불을 꺼버린 뒤라 못 찾으신겁니다..

산소통부터 마스크까지 풀장비를 착용하고 계셔서

뭔가 엄청 민망했지만, 일단 원룸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다시 들어간 원룸은 이제 전기가 나갔는지 복도 불도 안들어오더군요

폰후레시에 의지해 올라갔는데 주인집과 같은층에 살던 사람들이 

뭔일이지 하고 구경을 나와있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방1에 사는 사람만 빼구요

 

불이 났던곳에서 가장 가까운데 살고있던 사람이었죠

소방관이 그 방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더라구요

연기가 방으로 들어가서 의식을 잃었나 싶은 찰나, 반대쪽 문에서 (방1은 문이 두개)

깔깔이에 반바지 츄리닝 차림으로 그 방에서 자고있던 남자가 나왔습니다

멀쩡하더라구요.. 딥슬립 중이었나봅니다

 

이 때가 한 새벽 4시나 됐을겁니다

경찰관들, 소방관들 놀라서 뛰쳐나온 원룸 사람들로 북적대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제가 최초 신고자라 경찰관에게 신상, 연락처를 알려드린 이후 

방으로 돌아와

탄 냄새 나는 옷 다 빨래통에 넣고 씻고 잤습니다

 

다음날,

 

주인 아주머니한테 들은 얘기인데

불난 원인은 담배꽁초 때문이라더군요

 

담배꽁초를 버린놈은 방1에살던 깔깔이구요

요놈이 어제 술 겁나 먹고 꽁초를 대충 버렸는데 그게 신발장을 태워버리면서 큰불이 된겁니다

 

화재장소를 가봤더니 유리로 된 샤시가 다 깨지고

세탁기 1/3이 타고 보일러가 반쯤 그을려 있었습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저 빼고 아무도 안나왔다는게 신기하더라구요

 

가끔 화재뉴스를 보면 이 때 일이 떠오릅니다

제가 그 시간에 깨어 있어서 망정이지... 자고있었다면 어떤일이 벌어졌을까 하고요...

 

 

 

 

 

 

 

 

 

 

이 원룸 살때 참.. 별일이 다 있었는데..

담엔 어떤 미친 놈이 주인아저씨 얼굴 드라이버로 찌르고 도망간 이야기도 써봐야겠네요;;

 

재미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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