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친구와 만났습니다. 친구 자취방에서 하루 묵기로 했거든요.
올해 성인이 된 모태쏠로 남자 둘이 할게 마땅치 않고 해서 그냥 자취방에서 요리나 해먹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기분좀 내보자고 맥주나 크루져만 마시는 소심한 녀석들이 큰맘먹고 보드카를 샀지요
닭가슴살로 만든 돈가스입니다. 서툴러서 태워먹었네요.
보드카는 이마트에서 산 9900원짜리 프린스 이고르 입니다.
칵테일로 먹을 만 하다고 해서 샀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냉동고에 넣었다가 체커라고 하나요?
하여튼 입구를 봉하는 그게 얼어버렸습니다.
잡아 뜯었더니 부숴졌습니다.
줘도 못먹는 총각들 ㅜㅡ
그래서 만물의 영장답게 도구를 동원했습니다.
체커가 안에 둥둥 떠다니네요ㅋㅋㅋ
한 잔씩 나눠 마셨는데 기침이 나는 군요
독합니다...!
칵테일 조합법을 이리저리 뒤져보았지만 재료도 마땅치 않고
요리초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색다른 시도가 땡기기도 해서
저만의 혼합법으로 몇가지의 칵테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Lonely mountain
외로운 산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솔의 눈
보드카를 삼분지 일 정도 붓고 솔의 눈을 첨가합니다.
아침안개에 파묻인 침엽수림을 보는 듯한 은은한 색채가 나타납니다.
평
소나무 향기가 비강을 감돌며 혀에는 빳빳한 보드카 맛이 알싸하게 올라온다.
투박한 바위산에 외롭고 으쓱하게 듬성이 자라난 소나무를 보는 듯 하다.
☆☆
Delight of harvest
수확의 기쁨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비락 식혜
잔의 둥근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보드카를 붓고 비락식혜를 첨가합니다.
평
달다. 달디 달다. 동산처럼 쌓아올린 수확물을 바라보는 농부의 함박웃음이 이렇게 달까?
보드카의 쓴 맛은 수확을 맞이할때까지 농부의 단단한 어깨에 알박인 근육통이다.
쌀이 한톨 한톨 묵직하게 씹힌다.
☆
Double flower bomb
쌍화폭탄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쌍화원 골드
쌍화차와 보드카를 반반의 비율로 뒤섞습니다.
절대 휘젓지 않습니다.
평
마호가니색 꽃밭에 지뢰가 숨어있다.
★
고향의 장독대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동치미 국물
동치미 국물을 붓고 보드카를 대충 붓습니다.
평
고향의 장독에서 떠 먹는 김치국물의 맛
어머니께 등짝을 얻어 맞다.
☆★
아래는 루리웹을 위한 칵테일입니다.
빈 잔에 아몬드 두개를 넣습니다.
Boorarikeun dry
부라리큰 드라이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아몬드
여기에 사이다를 첨가합니다.
아몬드가 기포에 의해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묵직하게 내려앉고 맙니다.
Boorarikeun splash
부라리큰 스플래쉬
재료
프린스 이고르 보드카
아몬드 두개
사이다
평
아몬드가 묵직하게 내려 앉았습니다.
아몬드를 먹기 위해선 술을 전부 마셔야 합니다.
남자의 묵직함에 어울리는 깊은 인내와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사나이의 칵테일입니다.
☆☆☆☆☆
수확의 기쁨을 마시며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