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역사 수정하면, 결국 우리가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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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왼쪽)가 30일(현지시간) 덴마크 오덴세에 위치한 오덴세 타운홀에서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이날 무라카미에 상을 수여한 프레드릭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의 모습. 2016.10.31.
소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7)가 30일(현지시간) 덴마크에서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 중부도시 오덴세에서 열린 '안데르센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무라카미는 프레드릭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로부터 상금 50만 크로네(약 7000만 원)와 함께 안데르센의 작품 '미운 오리 새끼'를 본딴 동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현대사회의 빛 뿐 아니라 그림자와 함께 살아갈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데르센의 '그림자'라는 작품을 인용, '그림자의 의미'라는 제목의 수상 소감을 영어로 발표했다. 안데르센의 '그림자'는 주인을 떠난 그림자가 더 강한 존재가 되어 주인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무라카미는 이 작품의 내용을 거론하면서 "인간 개개인에 그림자가 있듯이 모든 사회와 국가에도 그림자가 있다. 밝고 눈부신 면이 있으면 그것에 어울리는 어두운 측면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가끔 그림자에서 눈을 돌리려고 한다. 혹은 일부러 배제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높은 담을 쌓고 밖에서 오는 사람을 쫓아내더라도, 아무리 힘들게 외부인을 배제하려고 해도, 혹은 역사를 편리한 대로 고쳤다고 해도, 결국 자기자신이 상처 입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맨 왼쪽)가 30일(현지시간) 덴마크 오덴세에 위치한 오덴세 타운홀에서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2016.10.31.
그는 연설에서 그림자가 무엇인지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무라카미는 그간에도 일본의 주변국 침략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인식을 비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역사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아베 내각 및,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는 자신들의 그림자를 마주해야 한다. 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그림자는 더 강한 존재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문학상은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인어공주' 등 주옥같은 명작을 남긴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려 2007년 창설됐으며, '해리포터' 시리즈 영국 작가 조앤 K.롤링이 수상한 바 있다.
무라카미는 '고전적인 이야기와 팝 문화, 일본적 전통과 몽상적 리얼리즘, 그리고 철학적인 고찰을 대담하게 혼합하는 역량'등을 인정받아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는 그간 일본 내의 다양한 문학상 외에 2006년에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2009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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