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16년 정규 시즌 9위 삼성은 지난달 15일 김한수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전력 향상과 구단의 변화·혁신을 동시에 리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게 임명의 변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신임 김 감독에게 삼성이 지불하는 돈은 3년 9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2억원)이다. 전임 류중일 감독은 3년 21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5억원)이었다. 연평균 4억원, 3년으론 12억원이 절약된다.
당초 구단은 류 전 감독과 재계약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구단의 요청을 거부해 재계약은 무산됐다. “나이 든 코치들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국식 문화에서 젊은 감독 아래 선배 코치들이 있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왕 젊은 감독에게 지휘봉을 쥐여 준 이상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비용도 절감된다. 삼성은 김성래 수석코치를 비롯해 장태수 2군 감독 등 기존 코치 7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올해 삼성에서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코치는 김한수 신임 감독을 제외하면 10명이었다. 이 중 5명이 이번에 옷을 벗었다.
삼성은 올해 제일기획 이관 이후 경영합리화를 목표로 했다. 과거처럼 선수단 운영에 돈을 펑펑 쓰지 않는다는 기조를 세웠다. 가외 수당인 메리트도 없앴다. 이 때문에 선수단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삼성이 올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 전력의 총체적인 실패였다. 역시 이유는 ‘절약’이었다. 2014~15년 79홈런을 친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변이었지만 실제 이유는 나바로가 200만 달러 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몸값은 적당하지만 약점이 뚜렷한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불운이 겹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체 선수를 영입하느라 더 큰 돈이 들었다.
삼성 그룹은 프로야구단뿐 아니라 산하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으로 넘기고 일부 종목 선수단은 해체하는 등 구조 조정을 진행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나치게 높은 모기업 의존도가 한국 프로야구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그러나 비용 절감 외에 제일기획 차원에서 혁신적인 마케팅이나 경영개선안이 발표된 적은 없다. 구단 관계자들조차 구단 운영에서 제일기획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삼성의 ‘절약’은 권력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미르와 K스포츠라는 재단의 실체가 드러나며 촉발됐다. 삼성그룹은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에 79억원을 지원했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5억원을 냈다. 여기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 활동을 거액을 들여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 배임·횡령죄 처벌도 가능한 사안이다.
물론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기업은 약해진다. 한 소식통은 삼성그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순실씨 측에서 원래 삼성그룹 조직을 동원해 정유라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버틴 끝에 돈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2010년 회장사에서 물러났던 대한승마협회를 2014년 다시 맡은 것도 최순실씨의 압력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같은 스포츠인데, 한쪽에선 경영합리화를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음습한 ‘상납’이 이뤄졌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 점에서 한국 스포츠산업 종사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ㅊㅊ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