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이 한강을 건너면 나라가 바뀐다'
의혈 중앙대학교의 졸업생 인사드립니다.
과연 저의 후배들은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 또다시 한강을 건넜을 지 궁금하네요.
저는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소위 말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고자 오늘의 총궐기에 다녀왔습니다.
2008년 광우병 집회, 2011년 FTA 집회를 비롯한
오늘의 총궐기까지 대여섯번 가량의 집회에 참가해 제 한 목소리 보탰던 경험.
2012년부터 2014년 동안 의무경찰로서 서울청 기동대에 속해
서울 및 인천 아산 밀양 경주 등에서 벌어진 수많은 집회 현장을 관리한 경험.
이를 토대로 자신있게 말씀드리는 바,
오늘의 총궐기는 근 지난 10여년간 있었던 집회 중
가장 대규모이며 절제된 분노와 열기가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두 여자와 문고리 삼인방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부패와 비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분노와 공감을 여실히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당장의 인적성 검사와 면접을 앞 둔 취준생의 입장이라 느즈막히 출발하여
밤에 있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돌아온 점 죄송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나라의 주인된 도리를 다하시는 분들과
비록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리하지 못하였지만 마음만은 함께한 분들께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자리에서 벌어진 술판과 질서없이 버려진 쓰레기들입니다.
(물론 특정 종교와 단체의 논점을 흐리는 행태도 있었지만요.)
누군가의 잘못을 규탄하기 위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무질서는 그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노와 허탈감을 한 잔 술로 달래고 싶은 심정,
그 감정을 손에 든 피켓을 찢고 뿌림으로써 달래고 싶은 심정,
밀어나오는 한숨을 한모금의 담배로 우겨넣는 안타까운 심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질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임에 분명합니다.
지금 벌어진 잘못을 바로잡고 되풀이 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이들의 힘과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것에 희망을 엿봅니다.
쉬이 식어버리는 열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또한 우리의 후대가 살아갈
앞날을 비추는 꺼지지 않는 촛불이 계속해서 타오르길 바랍니다.
분노하시되 허탈해하지 마시기 부탁드리며
형님들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감사하고,
늦게가서 빨리 돌아온 것에 다시 한 번 죄송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