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탄 후기

재지팩트 작성일 16.12.16 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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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는 28살이다. 

 

27살 승승장구하던 인생 가장 큰 좌절을 맛보고,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1억이 넘던 통장잔고는 1억이 넘는 빚이 되어있었고,

 

내가 타고 다니던 bmw는 낡은 운동화가 되었고, 

 

내 주변은 술이며 계집질 한번이라도 얻어먹을려던 친구라던 놈들 대신 빚쟁이들만 가득했다, 

 

인생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구직란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원양어선' 인생끝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결심은 의외로 쉽게 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 원양어선 취업후기를 살펴봤다, 

 

최신글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10년 가까이 된 글들이었다.

 

10년 전에 이 정도 대우에 이 정도 페이를 받았으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우도 좋아지고, 페이도 높아졌겠지 라고 생각하니,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까지 되었다.

 

삼XX운, 인터넷으로 찾아본 곳 중 조건이 가장 좋아보이는 한 곳으로 전화를 했다. 

 

 

-배를 타려고 하는데요,

 

-등본2통, 예비군이면 초본 1통, 속옷등 짐 들고 부산역으로 오셔서 전화하시면 됩니다.

 

 

바로 가족들에게 결심을 알리고, 3일 정도 주변 정리를 하고부산으로 내려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풍채좋은 사장이 앉아 있었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숙소를 잡아줄테니 내일 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궁금했던 점들을 묻기 시작했고 풍채좋은 사장은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었다.

 

 

-급여는 어느 정도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본급 200만원이고, 3개월마다 보합료(배에서 3개월간 잡은 것을 판 돈)를 정산한다.

 

-그 보합료의 수준은 얼마 정도입니까?

 

-봄철 3개월이면 거의 천만원 정도 된다, 가을철은 그것의 두 배 정도 생각하면된다.

 

-한번 출항하면 육지는 언제 들어옵니까?

 

-배마다 틀리다, 하루마다 왔다갔다 하는 연안선도 있고, 한달마다 들어오는 배도 있다.

 

 

대충 계산을 해도 12개월 기본급 200만원이면 연봉 2400에, 

 

보합료 3개월마다 정산 1년이면 4번 정산 적어도 4천만원, 

 

그렇게 계산하면 연봉은 6400, 이 정도면 할만하다, 

 

배위에서 생활하면 돈쓸 일도 거의 없고, 2년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 

 

 

-저는 한달마다 들어오는 배를 타겠습니다. 요즘에 잘잡히는 배로 하나 추천해주십쇼

 

 

-봄철은 꽃게나 문어를 잡는 통발어선이 괜찮다, 거기로 알아봐주겠다, 

 

숙소를 잡아줄테니 숙소에서 쉬고 내일 오전 사무실로 와라 

 

 

 

숙소의 위치를 설명듣고 걸어갔다, 상당히 오래된 낡은 호텔이었다. (말만 호텔 여관수준)

 

착잡한 마음에 누워서 줄담배를 태웠다, 마음정리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냥 고생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가족,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나니 정리됐다고 생각했는 마음은 다시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불안한 마음에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아침에 사무실로가 사무장과 함께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마치고, 

 

자갈치시장 한 상점에서 선원용 가방을 하나 구매했다. 

 

작업할 때 입는 작업복, 세면도구, 장화등 배위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담겨있는 가방이었다.

 

 

검진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니 40대 중반쯤 되보이는 분 두 분이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사장은 역시 해병출신은 어쩌고라며 필요도 없는 소리를 해대며 나에게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으라고 얘기하고, XXX은 매달 X일에 기본급 200만원을 지급받으며, 

 

모든 임금계산은 보합제로 한다. 라는 계약서에 이름을 적고나니 처음 보는 40대 중반 남성이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 가방을 매고 들어가니, 이곳은 해X수산이라고 했다. 

 

오늘 오후쯤에 통영으로가서 선주와 선장을 만나게되고, 내일 새벽에는 출항을 한다고 했다.

 

이제야 진짜 실감이 나는듯 했다. 

 

2시간 정도가 걸리고 통영에 도착했다. 

 

배에서는 해X수산 사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자신을 배를 탔던 이야기를 쉴세없이 얘기했다. 

 

힘은 들지만 배라는게 새로운 출발을 할수있는 계기이며 발판이 된다며, 

 

자신도 배를 타고 지금은 사무실을 하고있다고 얘기했다, 

 

내가 잘만 하면 3개월 뒤에 갑판장, 1년 뒤에는 사무장,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선장도 할 수 있다며 희망을 계속 얘기해주었다. 

 

 

통영에 도착하고 선착장앞 허름한 가게에서 노인들이 카드를 치고 있었고, 

 

해X수산 사장은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한노인은 앞에 나와서 나에게 자신을 선주라고 소개하고 준비된 서류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배를 타기에는 곱상해보인다며, 마음에 든다던 선주. 

 

곧 선장과 갑판장 사무장이 오니 같이 저녁을 먹자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선착장에는 닭장같이 철창이 되어있는 배가 보였다. 

 

저 배가 내가 내일 타고 나가면 1달정도는 생활해야 될 배라고 했다. 

 

잠시 후 누가 봐도 선장으로 보이는 뚱뚱한 사람이 나타났다. 역시나 선장이라고 했다. 

 

상당히 우락부락하게 생겼고, 몹시 뚱뚱했고, 싸우면 무조건 질 거 같았다. 

 

늙은 아오르꺼러 같은 느낌이었다. 

 

이어서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뱃사람처럼 안보이게 곱상해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을 사무장이라고 소개했으며, 

 

배에는  승선하지 않으며 육지에서 선주와 함께 사무적인 일을 보고, 임금을 관리한다고 했다. 

 

이어서 몹시 외소한 체격에 할아버지같은 분이 한 분과 40대 정도에 상당히 나쁜놈처럼 생긴 마른 남자가 같이 나타났다. 

 

외소한 체격의 할아버지는 조리장이라고 했고, 나쁜놈은 갑판장이라고 했다. 

 

다른 선원들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했지만 일반 선원들은 대부분 전화를 안받던가, 받아도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선원가방과 개인가방을 선주의 차에 싣고, 사무장을 따라 돼지갈비집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마쳤다. 

 

술은 먹지 않았고 고기와 밥만을 먹고, 통영에 허름한 모텔로 안내를 받았다.

 

아침 5시에 깨우러 올테니 편하게 쉬라고 얘기하고 사무장은 떠났다.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끌려다닌 하루에 피곤함이 밀려와서 금방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 5시, 문이 쿵 하고 열리고 사무장이 들어와서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대충 샤워를 하고 사무장 차에 올라타서 선착장으로 갔다. 

 

선주는 부산하게 준비를 하고있었고, 하나둘 사람들이 나타났다. 

 

뱃사람들은 하나같이 앞니가 없었다. 

 

출발에 앞서 배안에서의 침대를 배정받았다. 

 

배의 구조는 중심에 선장실이 높은 곳에 위치해있고 배의 앞쪽은 갑판과 작업대가 있었다. 

 

양옆 작은 복도를 따라가면 뒤쪽에 조리실이 있었고, 조리실 옆에 판자를 타고 올라가면 2층에 통발을 재는 곳, 

 

조리실 앞에 바닥뚜껑을 열면 사다리를 통해 침대와 짐을 둘 수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좁은 방안에는 2층짜리 침대 5개가 빼곡하게 들어서있고 가운데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허름한 비주얼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사다리 정면 1층침대에 짐을 풀고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좁은 사다리를 타고 다시 올라가보니 배는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의 총 인원은 선장과, 갑판장, 조리장, 기관장, 선원 다섯 총 9명의 인원이었다. 

 

그 중에는 베트남에서 돈을 벌러온 젊은 외노자도 한 명 있었다. 

 

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철창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 밧줄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선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2층 닭장안에 앉아서 거침없이 달리는 배에 앉아 3시간 동안 밧줄을 정비했다. 

 

3시간만에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2층에 올라가 3시간동안 밧줄정비를 했다.

 

멀어지던 육지는 이제 아예 보이지 않았고, 

 

달리는 배안에서는 멀리 희미하게 이름모를 작은섬들만 간간히 보일 뿐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행히 배멀미를 하지 않았다. 

 

밧줄작업이 다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쯤 되었을 때 갑판장은 다들 들어가서 낮잠이라도 한숨 자라고 했다. 

 

그리 힘들지 않은 밧줄작업을 끝마치자마자 낮잠이라니... 

 

나는 이 정도면 버틸만 하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다. 

 

낮잠을 자다가 오후 5시쯤 되었을 때 벨이 울렸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벨소리에 일어나서 허겁지겁 갑판으로 나갔다. 

 

선장은 이제 작업을 시작할테니 다들 준비하라고 방송했다.

 

 

37살의 나와 나이차이가 가장 적게나는 형님과 나는 2층에서 올라오는 통발을 쌓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정확히는 내가 부여받은 업무지만 처음해보는 업무이기에 3일 정도는 둘이서 같이 하라고 지시받았다.

 

배에서의 업무는 컨프레셔가 돌아가면서 뿌려놓은 통발을 하나씩 하나씩 건져올리면 

 

젤 앞에 위치한 사람이 통발을 빼서 작업대에 올려주고, 

 

두번째 위치한 사람은 통발을 밑으로 털고, 

 

세번쨰 위치한 사람은 안에 있는 미끼통을 새걸로 바꾸고, 

 

네번째 위치한 사람은 미끼가 빠지지 않게 고리를 걸어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준다, 

 

그러면 2층에 대기하고 있던 내가 올라오는 통발을 순서데로 쌓는 작업이다. 

 

이 단순 반복작업은 통발 2200개 정도를 쌓으면 한 어장이 끝났다고 표현한다. 

 

한 어장의 작업이 끝나고나면 앞쪽 작업대에 있던 사람들은 조리실 앞쪽에 위치한 통발을 다시 뿌리는 곳에 위치하게 되고, 

 

2층에 쌓아둔 통발을 1층으로 통하는 구멍으로 마구마구 내려주게되는데, 

 

밑에서는 그 통발을 하나씩 하나씩 밧줄에 걸어 달리는 배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다에 다시 뿌려지게 된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올라오는 통발을 9,10층으로 쌓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200개의 통발이 쌓이기 위해서는 공간하나없이 빼곡하게, 

 

컨베이어벨트위에 판자까지 대고 그위에까지 쌓아야 다 채울 수 있었다. 

 

보통 이작업은 하루기준으로 4개의 어장을 하게된다. 

 

통발을 쌓으며 거친숨을 내쉬면서, 이거는 진짜 힘들다.. 이래서 돈을 많이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통발을 쌓았다. 

 

배를 타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진정한 남자, 거침없는 남자,바다를 가슴에 품을만큼 넓은 가슴 등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속은 정말 참새 x 만하다, 힘든 일 자신이 손해보는 일을 정말 싫어하고, 못배우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몹시 많다. 

 

통발을 쌓으면서 처음해보는일에 조금 버벅이자, 같이 일하던 형은 몹시 짜증을 내고 사람을 나무랐다. 

 

일을 가르쳐준다 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듯 했다. 

 

그냥 너와 내가 같이 일을 하면 니가 처음하던 오래하던 간에 우리는 5:5의 일을 똑같이 해야된다

 

라는 생각이 박혀있는듯 했다. 

 

그래도 묵묵히 참으면서 통발을 쌓았다. 

 

그렇게 첫날 두 개의 어장을 작업하고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작업이 끝나고 잠을 잘수가 있었다. 

 

배에서 물론 씻을수는 있었다. 

 

작은 통에 정수된 물이 담겨있고, 대야가 바닥에 있었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씻을수는 있었다. 

 

하지만 정말 힘든 노동이 끝나고 온몸이 바닷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다 젖은 상황에서, 

 

육지에서처럼 깨끗이 씻고 잔다는 건 몹시 힘든 일이었다. 

 

다들 옷을 벗어던지고 대충 손과 발 얼굴을 물로 행구고, 침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 바빴다. 

 

나도 정신없이 들어와서 눕자마자 폰을 잠시 확인하고, 

 

(카톡, 문자등 간간히 신호가 잡힐 때 들어와있는 것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답장은 거의 안됨) 바로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작업 시작 벨소리가 울렸다. 

 

졸린 눈을 비비고 갑판에 올라가서 작업을 준비했다. 

 

두번째 날도 첫날과 마찬가지로 일의 반복이었다, 

 

어장에서 어장으로 이동할 때는 밧줄과 미끼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어장에 도착하면 통발을 쌓는일을 무한히 반복했다. 

 

 

사고는 두번째 날에 발생했다. 

 

첫번째 어장일을 다 끝내고, 미끼를 손질하고, 두번째 어장에 도착했는데 정말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파도가 높게 쳤다. 

 

통발을 쌓는 족족 통발은 엎어지고, 두사람이 올라오는 통발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파도가 높게 쳤다. 

 

몇번이고 넘어지면서 올라오는 통발을 감당하면서 겨우 모든 통발을 쌓을 수 있었다.

 

문제는 통발을 내릴 때 발생했다. 

 

쌓아져있는 통발을 빨리 내리려면 통발을 쓰러뜨리면서 뚫린 구멍으로 1층으로 내려야되는데 

 

쌓여져있는 통발을 하나씩 넘어뜨리기 시작하자 

 

파도에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서 버티지 못하고 쌓여있던 통발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나는 통발을 정리하던 중 통발에 뒤통수와 허리를 심하게 부딪히며 깔리고 말았다. 

 

급한데로 통발을 치우고 겨우 일어났는데, 뒤통수에 맞은 통발때문인지 

 

배멀미를 하지 않았던 나도 계속 어지러움증이 느껴지고, 속이 거북했으며, 온몸이 아팠다. 

 

일단 하던 작업을 모두 끝마치고 나는 갑판에 주저앉았다. 

 

깔린 통발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 

 

선원들은 다친 나를 보고 걱정보다는 조롱을 했다.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하루해보니 힘들어서 엄살피우는 거 아이가? 

 

-깔린 건 맞나?? ㅋㅋ 얼른 일나가 작업해라 

 

 

미끼작업이 끝나고 잠깐의 짬이 났다. 

 

쉬는 시간 앉아서 바로 위 37살 형과 담배를 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배를 타게 되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금 느낌이 어떤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임금의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내가 들은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였다. 

 

할 말을 잃었다. 

 

무엇인가 너무도 많이 잘못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임금과는 너무 달랐다. 

 

기본금이라고 지급하기로 한 200만원은 일종의 가불 형식의 임금이었고,

 

3개월에 적어도 천만원은 된다던 보합금은 봄철 통발 어선은 8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쉽게 얘기하자면 내가 들은 임금은 3개월간 200만원의 기본금과 3개월의 보합금 1000만원 , 

 

총 3달에 1600만원 못해도 15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이해를 한 것이다. 

 

평균 급여로 생각한다면 월500 정도, 

 

일을 하면서도 월 500 정도니까 이렇게 힘든 일도 버티면서 하는 거구나 라고 이해하면서 버티기 힘든 노동을 참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배에서 형님에게 들은 정확한 임금체계는 너무나 심하게 달랐다, 

 

 

애초에 기본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3달해서 그냥 보합금800만원 + @ 수준인것이다. 

 

내가 앞선 2달에 기본금이라는 명목으로 200만원을 2번 받게 되면 

 

3개월 째에 나올 보합금 800만원에서 400만원을 제하고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믿을수가 없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이틀을 중노동하면서도 요동치는 배위에서 뒹구르고 넘어지면서도 버텼던 이유, 그 이유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통발에 깔려서 몸도 정상이 아닌 상태에 고립된 배위에서 멘탈은 순식간에 산산히 박살나버렸다. 

 

허리를 부여잡고 쩔뚝거리며 선장실로 향했다. 

 

선장실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늙은아오르꺼러가 신경질적으로 날 쳐다보며 얘기했다.

 

 

-무슨일이고 ? 

 

-제가 들은 임금방식이랑 여기서 직접들은 임금방식이랑 너무 다릅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쩌라고? 문닫고 내려가서 잇감(미끼,먹잇감)만드는거나 도와라

 

-저는 사무장과 통화해봐야 될 거 같습니다. 

 

-바쁜데 무슨 통화고, 통화해서 어쩔껀데

 

-그래도 통화해서 확인해야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문을 닫고 조리실과 갑판 사이에 있는 통로에서 사무장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신호가 잡히는 해역이었고 통화는 완전 매끄럽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으로 할 수 있었다.

 

 

-사무장님, 제가 여기서 임금이나 보합금 금액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는데 애초에 들은 것과 너무 다릅니다.

 

-니가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뭐가 문제냐?

 

 

-제가 받기로 한 돈은 기본금과 보합금 두개였습니다. 

 

저는 하루먹고 살기위해 여기에 배를 타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빚이있고, 그 빚을 해결하기 위해 배를 타러 온 것입니다. 

 

 

-니가 뭘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선장이랑 갑판장한테 정확히 얘기해주라 연락할테니 선장과 갑판장한테 설명을 들어라. 

 

지금 니가 뭐라는지 잘 들리지도 않고 설명도 힘들다. 

 

 

우선 통화를 끝내고 통로에 주저앉았다. 

 

왠지 나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속은것 같다는.  

 

시스템부터, 임금지급까지 모든 것이 내가 속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눈물이 쏟아질 거 같지만 작은 희망을 품고, 진정하자고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나서 선장실의 문을 열었다.

 

 

-사무장님이 선장님과 얘기하라고 연락하신다고 했는데 언제 얘기하면 되겠습니까?

 

-지금은 작업을 해야되니까, 시마이하고나면 저녁에 선장실로 온나

 

 

-제가 아까 위에서 작업하다가 통발에 깔려서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에 힘이 안들어가서 그러는데

 

오늘 작업만 좀 바꿔주십시요.

 

 

-어린놈이 니 힘들다고 바꿔달라고 하면 배가 어찌 돌아가노, 퍼뜩 올라가서 작업도와라 

 

-정말 다른 작업 다 할 수 있는데 지금 상태로 통발쌓는 건 너무 힘듭니다. 

 

-해병대라는 새끼가 조금 아프다고 엄살부리고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하고 장난치나 시@놈아 

 

 

더이상 얘기 나눠봤자 남을 건 없을 거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2층으로 다시 기어올라갔다. 

 

작업을 할 때는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정도의 악취가 난다. 

 

내가 볼 수 있던 건 미끼를 바꿔끼운 빈통발이기 때문에 뭐가 잡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통발을 쌓고나면 바닥에 생선비늘이며 뭐라 설명하기 힘든 찌꺼기가 바닥에 가득 쌓였는데 

 

그것의 냄새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지독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쌓인 찌꺼기 냄새에, 멘탈은 지금 거의 다 부서진 상태. 

 

정말 넋을 놓고 바다만 바라봤다.

 

다시 작업이 시작되고 줄지어 끝없이 올라오는 통발을 차례로 쌓기 시작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잡으면서 통발을 쌓아올렸다. 

 

아닐 거라고 몇번이고 되뇌이면서 통발을 쌓아올렸다.

 

끝날 거 같지 않는 작업을 다 끝내고 나니 저녁 10시 무렵이 되었다. 

 

(한번 작업은 거의 3, 4시간 정도가 걸리고, 새벽 3시쯤부터 7시까지 - 아침 - 8시부터 12시까지 -

 

 점심 1시부터 5시까지 - 저녁 - 6시부터 10시 - 야식 - 잠 거의 이런 시스템이다.) 

 

 

나는 대충 물로 몸을 행구고, 옷을 갈아입고 선장실로 향했다. 

 

선장실에는 갑판장이 있었다.

 

선장실안에 들어가서 얘기하기는 먼가가 협소해 보여서, 

 

선장과 갑판장은 선장실 안에서 나는 선장실 문앞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갑판장이 먼저 말을 했다.

 

 

-뭐가 문젠데? 

 

 

-저는 처음 들었던 것과 돈문제가 너무 달라서 지금 충격이 너무 큽니다. 

 

전 보합료가 1000만원은 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캤나, 니 데리고온 소개소에서 캤는거 아이가?

 

-삼xx운 말입니까? 

 

-니는 해x수산 소개받고 왔다매?

 

-일단 중요한거만 설명해주십쇼... 제가 돈을 어떻게 받는지만 설명해주십쇼

 

 

여기서 선장과 갑판장이 설명을 해주는데 설명을 듣는 중에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나마 800만원이라는 것도 통상적인 평균이고, 평균보다 안잡히게 되면 그보다 작을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애초에 뱃사람들의 삯을 계산하는 방법은 육지에서 공장이나, 건설현장등에서 계산하는 방법과는 완전 달랐고, 

 

삼xx운은 교묘하게 말을 짜집기해서 오해하기 좋게해서 나를 팔았는것이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직접 판 것도 아니고, 다른 소개소 사무실을 통해서 2중으로 팔았는것이다. 

 

나 하나를 배에 태우고 사무실에서 챙겨가는 돈은 100만원 정도가 되며, 

 

그 중 50만원 정도는 내 임금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근근히 버티던 멘탈은 완전 박살이 나버렸다.

 

 

설명을 듣고 침실에 누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요동치는 배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폰에 저장해놓은 돌도 안된 조카사진과 가족사진을 보면서 소리없이 끅끅 울었다. 

 

니가 반드시 다시 일어서서 멋있는 삼촌이될거라는 걸 믿는다는 누나의 문자와

 

우리 처남 믿는다는 자형의 문자 언제든지 전화나 문자되면 연락하라는 엄마의 문자까지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렇게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났다. 

 

밤새 한숨잠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새벽3시 다시 벨이 울렸다. 

 

나는 나가자마자 선장실로 향했다. 

 

 

-저는 이 돈 받고는 일 못합니다. 저는 배에서 내리겠습니다. 

 

-뭐임마?? 이새끼가 장난치나, 뭘 내려 어찌내려?

 

 

-해경을 불러서라도 나가야겠습니다. 

 

아니면 오늘 운반선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몸도 안좋고 임금문제도 해결하고 다시 타던지 결정해야될 거 같습니다. 

 

 

-해경? 니가 해경불러서 우리 작업못해서 피해보는 돈 다 물려줄거면 해경을 불러라 쌍놈에새끼야

 

 

대화가 끝나서 갑판위에 서있으니 갑판장이 와서 통발쌓는게 아닌 다른 작업을 지시했다. 

 

통발에서 털어낸 해산물을 분류하는 작업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통발을 끌어올리면 통발터는 사람이 작은컨베이어 벨트위에 털어내게 되고, 

 

작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값어치가 있는 해산물을 분류해서 어창에 보관하게되고 

 

값어치가 없는 해산물은 그대로 알루미늄 바닥에 떨어져 틀어져있는 물살을 타고 배밖으로 다시 버려지게 된다.

 

 

문어, 게, 붉은생선들, 바다장어, 오징어등 만 어창에 보관하고 그외에 것들은 대부분 버리게된다.

 

삼일 째 되는 날 갑판에서 처음 분류작업을 하게된 날, 이날은 파도가 정말 심하게 쳤다. 

 

(아마도 너무 파도가 심하게 치니 갑판장이 통발작업을 직접하고 아래쪽에서 작업을 지시한 것 같다.)

 

분류작업을 하는데 정말 바닷물이 배위를 촥 하고 덮으면 갑빠에 모자까지 덮어쓰고 있어도 

 

온몸이 물에젖고 눈도 못뜰 정도로 힘이 든다. 

 

바닷물이 눈에 들어오면 정말 눈이 안떠진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서 눈을 마음데로 닦을수도 없다. 

 

겨우 실눈을 떠서 어종을 확인하고 분류작업을 한다. 

 

문어나 붉은생선들은 정말 옮기기 쉽다. 

 

게도 집게때문에 조금 까다롭긴해도 어창에 바로 넣는게 아니라 

 

큰 다라이에 보관하다가 어창으로 옮기기 때문에 옮기는데 힘이 들진 않는다. 

 

문제는 바다 장어인데 이놈들은 맨손으로 잡을수도 없고, 그물을 이용해서 잡아야되는데, 크기도 크기고, 힘도 엄청 좋다. 

 

그리고 어창입구가 너무 좁아서 힘들다. 

 

만약에라도 놓치게되면 장어가 발광하다가 배밖으로 흘러나갈수도 있다. 

 

그게 다 돈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하게되면 정말 심한 욕을 먹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마리도 놓치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정말 마음으로는 임금문제에 속았다는 사실때문에 정말 일하기 싫은데 

 

그래도 하는 동안에는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한번 미끄러진 장어를 잡기위해 배밖으로 흘러나가는 수로를 몸으로 막고 장어를 주워담으면서

 

나는 오늘 운반선이 들어올 때 육지로 나갈 것이라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바다에 흘러가는 장어를 잡기위해 몸을 던지고 겨우 잡아서 어창에 넣고나니 , 선장이 방송으로 얘기했다

 

 

 '자 머하노? '

 

 

갑판장이 얘기했다. 

 

 

'장어 잡지마라 ~ 아 잡는다,' 

 

 

선원들이 조롱섞인 웃음을 짓는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냥 다 죽여버리고싶다.

 

이미 그들에게는 나는 이미 떠날 사람이며, 이미 그들의 동료는 절대 아니였다. 

 

그래도 묵묵히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선장이 갑판에 내려와 갑판장과 대화를 나눈다

 

-아무래도 뭍에 들어가야될 거 같노

 

-비도 잡혀있고, 진도로 드가는게 낫겠는데예, 

 

 

안듣는 척 일하면서 속으로 내심 다행이라고 몇번이고 외쳤다. 

 

운송선이 온다고해도 안태워주면 그만이고, 해경을 부른다고하면 이들은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육지로 들어간다니 이건 정말 다행이다. 

 

속으로 내심 다행이라고 외치며  생선들을 분류하고 있을때 선장이 날 부른다. 

 

 

-니 사무장이랑 통화했는데, 니는 작업 시마이하고 옷갈아입고 드가라 ,

 

-예? 작업안끝났는데 들어가도됩니까? 

 

 

-일못하겠다고 했다매, 일시키지 마라카니까 걍 드가고, 

 

우리 육지드가면 내리든지, 운송선을 타고 내리든지 알아서해라

 

 

-예

 

 

속으로는 정말 쾌재를 불렀다. 

 

이 미친 노동을 그만할 수 있다는 것이, 

 

그때 마음은 솔직히 삼일 일했던 거 돈 안받아도 내려만주면 감사하게 내리겠다는 마음이었다. 

 

적어도 그때 마음은 그랬다. 

 

육지를 밟을수만 있다면, 그냥 이 미친 배에서 내릴수만 있다면,

 

건설현장이든 공장이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선장의 지시를 받고 나는 작업복과 장화를 벗고 조리실앞에 방뚜껑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들이 일하고있는데 쉬는 마음이란 이런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자퇴를 확정짓고 땡땡이를 치는 고등학생의 마음이랄까, 

 

갇혀있는 곳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해방감과 알 수 없는 걱정들이 섞인 미묘한 감정. 

 

서랍같은 침실에 혼자 몸을 구겨넣고 휴대폰을 잠시 보다가 이내 문을 닫고 심하게 요동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한시간여가 흐르고 작업중이던 선원들이 밥을 들고 방으로 내려왔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당장에 급한 작업이 없을 경우는 식사를 방으로 옮겨서 한다. 

 

배가 안정적이고 급한 작업이 있을 경우에는 조리실 바로 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밥은 개인 밥그릇과 국그릇만이 주어지며, 밑반찬은 군대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식판을 이용하게 된다.

 

방에서 먹는 경우는 조금 덜하지만 조리실바로 앞에서 밥을 먹을 때는 정말 더러운 꼴을 많이 보게된다. 

 

왜 뱃놈 뱃놈이라고 하는지....이들은 예절도 없으며, 공동체의 의식도 전혀 없었다. 

 

물론 다른배는 어떨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탔는 이배에서만큼은 확실히 그랬다. 

 

밥을 먹다가 일어나서 두 걸음 정도 걸어가 오줌을 누고, 밥을 먹는 와중에 선장이 바로 옆에서 똥을 싸기도 한다. 

 

먹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그냥 참고 먹는다. 

 

선장은 선장실에서 따로 식사를 하게되며 식탁은 따로 없지만 

 

쟁반에 밥과 국 반찬을 따로 담아서 배에 막내들이 선장실로 직접 가져다준다. 

 

영화 해무를 보면 조금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남는 음식은 바다에 그대로 버리게 된다.)

 

 

선원들이 밥을 들고 내려왔지만 작업중에 열외되서 내려와 누워있는 나에게 누구하나 식사를 권하는 이는 없었다. 

 

나 또한 전혀 먹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에 그 열악한 식사에 입조차 대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냥 침대문을 닫아둔 채로 계속 잠을 청했다. 

 

파도 때문에 작업이 불가했는지 식사를 한 선원들도 음식을 치우고 다들 침실에서 쉬고 있었다. 

 

두시간여가 더 흐르고 갑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짐싸서 나온나, 

 

-예? 저요? 

 

-그래 니 짐싸가 나온나 운송선 들어왔다니까 니 저거 타고 나가라 

 

-예

 

 

헐레벌떡 내짐을 싸기 시작한다. 

 

깔아놓은 이불, 벗어놓은 작업복은 다시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왜냐면 다시는 나는 이 미친일을 하지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입었던 옷들만 가방에 구겨넣기 시작했다. 

 

갑판에 나가니 갑판장과 선장, 갑판장과 붙어지내는 선원 셋만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통발어선보다 작아보이는 어선이 과자와 담배등 박스 몇 개를 싣고와서 나르기 시작하고, 

 

두 명의 짐을 든 사람들이 이쪽배로 옮겨탔다. 

 

내가 내려서 타게된 사람들인지, 아니면 늦게라도 합류하게 된 사람들인지 나는 알길이 없었다. 

 

다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내짐을 저배로 옮기고 나는 오늘 육지로 나가야된다는 것이었다. 

 

운송선에서 옮겨실어야 될 짐을 다 옮겨실은 뒤 선장이 방송으로 빨리 나보고 옮겨타라고 얘기했다.

 

꽤 먼거리였지만 짐을 둘러매고 나는 뛰어넘어서 배를 옮겨탈 수 있었다. 

 

옮겨탄 배에는 선장 1명과 기관장 1명의 늙은 어르신 두분만이 타고있는 배였다. 

 

옮겨탄 배에 갑판에 앉아 담배를 피면서 멀어져가는 운x호, 내가 탔었던 배를 지켜봤다. 

 

(1에 첨부했던 통발어선의 사진은 제가 운송선에 옮겨타서 찍은 사진입니다.) 

 

 

갑판에 앉아 멍하니 멀어지는 배를 보고있으니 기관장이 다가와서 나에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타고있던 배처럼 방이 있거나, 따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기관실의 작은 공간을 나에게 내어주었다. 

 

많이 시끄럽긴 했지만 춥지는 않았으며 누구도 나에게 머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마음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때 해x 수산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니 배 내렸다매, 니 진도로 들어오니까 내가 그 그천에 있으니까 데릴러갈게 

 

-언제 말입니까? 몇시에 내릴지 확실히 모르겠는데요

 

 

-형이 니 운송선 탔다는거 듣고 진도로 가고있으니까, 

 

니 내릴 때쯤이면 형이 진도 도착할거다, 형이랑 만나서 얘기하자

 

 

-예, 내리면 전화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그냥 하염없이 바다만을 쳐다봤다. 

 

파도가 높긴했지만 무사하게 탈출했다는 해방감에 마음이 놓였다. 

 

두어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운송선 기관장에게 도착시간을 물어봤는데 오후 3시에 탑승한 운송선은 저녁 11시,12시는 되야 진도에 도착한다고 했다. 

 

두어시간 멍하게 있다가 기관실로 가서 잠을 청했다, 

 

따뜻해서였을까, 마음이 놓여서 였을까 스르륵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8시쯤 잠에서 깨어 주는 밥을 먹고,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진도에 도착했다. 

 

항구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그 밤에 해x수산 사장이 앞에 서있었다는 것뿐이다. 

 

 

육지에 붙은 배에서 짐을 들고 내리고 해x수산 사장앞에 서게 되었다. 

 

사장은 일단은 차에 타라고 얘기했다. 

 

차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앞으로 어떡할 것인지 물었다. 

 

시간이 늦어서 니가 고향에 갈 방법도 없을텐데 형이 어짜피 내일 진도에서 일을 봐야되서 방을 잡아야되니 

 

형이랑 방을 잡고 얘기를 나누자고 했다. 

 

 

당장에 터미널에 버스도 없고,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던 나는 알겠다고 얘기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임금에 대해서 속았던 부분을 얘기했고, 해x수산 사장은 그게 삼xx운 에서 잘 모르고 얘기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내가 내렸다는 얘기는 삼xx운 사장도 지금 들은 상태고 

 

나에게 처음 승선할 때의 가방값을 물어내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 금액을 물어봤는데 그 금액은 35만원이라고 했다. 

 

나는 당장에 이곳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얼마가 됐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었다.

 

 

-네 고향 드가는데로 금액 송금하도록하겠습니다.

 

-어 형 xx은행에서 형 폰번호 치면 그게 형 계좌니까 글로 35만원 넣으면된다.

 

 

알겠다고 얘기하고, 들어가는길에 편의점에서 소주피쳐 한 병,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고 모텔방으로 향했다. 

 

아직까진 내가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텔방에 따라 들어가서 최대한 비위를 맞췄다. 

 

그래야 내가 완전한 탈출을 할수 있기 때문에, 방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사장은 계속 다른 배를 타볼 것을 권했다. 

 

그 배는 원래 잘 못잡는 배여서 그런거다. 

 

이번에 소개해주는 배는 정말 잘 잡는 배고, 육지도 자주 들어오는 배다. 니가 원하는데로 할 수 있다. 

 

애초에 잘못잡는 배에 팔아놓고 할소린가 싶기도 했지만, 굳이 이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보여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앞에서는 우선 고향가서 해결할 일 좀 해결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둘러대고, 잠을 청했다. 

 

아침 6시가 되어서 나는 내 짐을 들고 모텔을 나섰다. 

 

일단은 당장 들고있는 현금이 없기 때문에 집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터미널까지 한참을 걸으면서 한참을 어머니와 통화했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통장으로 차비를 송금해주셨다. 

 

진도에서 고향까지 직통으로 가는 차는 없었고, 대도시를 한군데 경유해서 들어가는 방법 밖에없었다. 

 

터미널에서라도 그 사람에게 잡히면 일이 꼬일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근처에서 숨어있다가 버스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쯤에야 터미널로 급하게 들어가 버스를 탔다. 

 

나는 9시간이 걸려서야 고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나의 길었던 원양어선의 후기이다. 

 

 

오늘은 4월15일 내가 배에서 탈출해서 고향에 온 지 이틀이 지났다. 

 

내가 고향에 돌아온 시간은 4월13일 밤 11시쯤이었다. 

 

나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몇번이고 다짐했었다. 

 

내가 집에 돌아가면 꼭 내가 겪었던 일을 글로 남겨서, 나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13일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가 어제가 되어서야 첫 글을 남길수가 있었다. 

 

 

빚이 생기고 인생에서 한번 주저앉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모든 순간에서 내가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육지에 돌아와서는 배에서도 하지않았던 멀미를 하고있다. 

 

가만서있으면 배에서 배가 흔들리던 것처럼 육지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은 상당히 불쾌하며 가만 서있다가 오바이트까지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죽는다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탔었던 마음부터, 

 

절망에 떨어진 사람의 마지막 희망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느낀 경멸까지. 

 

 

지금도 나처럼 절망에 빠지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구인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배타는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그사람들에게 주의해야될 사실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만일 내가 타기 전에 이런 글을 봤더라면, 나는 절대 배를 안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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