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백무현, 그림은 박순찬
만화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는 그냥 많은 정보를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각 사건을 다룬 컷마다 상당한 양의 설명이 대사와 설명글이 붙어있고, 만화 자체의 개성을 살린 컷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내용의 충실도는 딱히 아쉽진 않지만 책이 얇은걸 보니 차라리 더 두껍게 만들어서 만화 자체의 개성을 살리는것도 괜찮았을것 같다. 비슷한 기획의 더 두꺼운 '만화 전두환'은 YES24의 미리보기만 봐도 만화 자체의 개성을 살린 것 같은 컷들이 꽤 보이는걸 보니 좀 아쉽다.
그림을 그린 박순찬은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파시즘’과의 싸움이죠. 박정희 개인을 폄훼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냉정히 평가하자는 겁니다."(경향일보 2005년5월17일자) 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다. 만화는 박정희의 탄생부터 암살당하기까지의 행적들과 주요 사건들을 연대기순으로 꼼꼼히 배치해서 그의 삶을 구성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를 인격없이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견인진 모르겠지만 박정희를 옹호하는 측의 글은 그를 너무나도 인간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그 반대측은 그를 인간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 만화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형 박상희에게 만주육사를 가서 어쩔수 없이 창씨개명을 하게 되어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늦은 나이에 육사에 입학해서 동기들에게 얻어맞으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 형의 죽음에 슬퍼하는 장면 등 그의 감정을 묘사하는 컷들이 상당수 있다. 이 만화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는데, 대통령 선거때 윤보선 후보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나, 김형욱의 죽음의 원인에 대한 다른 해석같은건 놀라웠다. 조용수 사장이 생전에 '민족의 비애를 영속화하려는 무리들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읽은지 좀 되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라고 말했다는 사실이나, 제2차 인혁당 사건의 피고들이 처형당하기 전에 무죄를 울부짖는 장면 같이 마음을 치는 컷들도 있다. 만화의 재미가 없다고 썼는데, 잘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