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인문학

말라카오 작성일 17.01.31 00: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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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나라 태조 주원장과 대머리

 

모발은 인상을 좌우하고,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항산화제와 성장인자 도입으로 탈모 치료에서 한 획을 긋고 있는 홍성재 박사가 동서고금의 모발 문화 산책을 연재한다.

 

 

 

 

<16> 명(明)나라 태조 주원장과 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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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대머리였을까.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초상화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인자하고 온화한 얼굴이고, 또 하나는 추악하고 음험한 모습이다. 모두 어모를 쓰고 있어 모발의 다소 여부는 확인이 안 된다. 그런데 탈모 가능성이 이야기되는 것은 문자의 옥(文字-獄)과 관련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의 군주가 행한 정적 숙청 방식 중 하나가 문자의 옥이다. 문서의 내용이나 단어가 군주를 경멸한다는 트집을 잡아 눈엣가시인 사람을 벌했다. 주원장은 열등감이 많았다. 그는 중국 역사상 가장 비천한 집안에서 최고 위치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아버지와 큰 형이 굶주려 죽은 빈농 출신으로, 승려로 살다가 홍건적에 가담해 끝내는 황제에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원나라에서 소외된 양자강 주변 유학자 등의 협조를 얻었다.


그러나 황제가 된 뒤에는 정권안정을 위해 건국의 핵심 세력을 지속적으로 제거했다. 이때 많은 문인과 관리들이 문자의 옥으로 사라졌다. 젊은날 배움이 부족했던 주원장은 관료가 글로써 자신을 비방한다는 의심을 했다.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나오면 크게 분노했다. 상소문이나 공문 등에 ‘광(光)’, ‘승(僧)’, ‘적(賊)’, ‘칙(則)', ‘도(道)’를 쓰면 임금을 비방했다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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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길을 뜻하는 천도(天道)의 도(道)에서는 도둑인 도(盜)를 연상했다. 한 문인은 ‘빛나는 하늘 아래에 하늘이 위대한 사람을 보내 세상을 위한 도리를 세웠다(光天之下, 天生聖人, 爲世作則)’고 칭송했다. 그러나 주원장은 빛의 의미인 광(光)을 승려로 해석했다. 또 칙(則)은 발음이 같은 적(賊)으로 풀이했다. 자신이 한때 승려와 도둑(홍건적)이었음을 조롱한 것으로 보았다. 승려인 승(僧)은 물론이고 승과 발음이 같은 생(生)도 쓰면 처형장으로 보내곤 했다.


이에 따라 주원장에 대한 글에서는 광(光), 칙(則), 적(賊), 승(僧), 도(盜)는 물론이고 연상되는 단어도 금기어가 되었다. 빛 광(光)은 흔히 대머리가 연상된다. 머리카락이 두상에 거의 없는 사람에게 광(光)으로 된 조어 사용도 한다. 또 독수리를 뜻하는 독(禿)도 대머리를 의미한다. 주원장에게 광(光)이나 독(禿)이 금기어인 것은 대머리 콤플렉스 탓으로도 풀이하는 이유다.  

 

하지만 주원장이 대머리였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문자의 옥은 그의 출생과 성장 콤플렉스, 그리고 정권 수성의지가 얽힌 비극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주원장의 탈모 여부는 확인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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