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아쿠아리움의 필수요소 중 하나다.
샌드타이거상어, 흑기흉상어, 레몬상어 등 다양한 상어들이
전 세계의 아쿠아리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백상아리는 어느 곳에서도 사육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백상아리를 싫어하기 때문은 아니다.
백상아리는 아주 유명한 동물 중 하나로
오래 전부터 수많은 유명 수족관들이 모두 탐내는 전시품(?)이었다.
하지만 포획된 상태에서는 금새 죽어버리고 말아
가장 사육하기 어려운 동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동경로 파악을 위한 전파 발신기 부착 작업)
이같은 가혹한 상황도 견뎌내기 때문에
성질 급한 다른 어류들처럼 약하지는 않은 듯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제공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하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이동경로)
백상아리는 매일 100km 가량을 이동하며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좁은 수조에 갇히는 자체로도 이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유로운 바다생물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끊임 없이 이어져 왔다.
최초의 사육 시도는 1955년에 캘리포니아의 Marineland of the Pacific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사육 기간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너무 짧아서 사실상 사육을 했다고 하기도 좀 그렇다
두 번째 시도는 6년 후
호놀룰루의 waikiki aquarium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기서도 겨우 이틀 동안 데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이후로 앞서 나왔던 Marineland of the Pacific를 비롯해서
샌디에이고의 씨월드, 시드니의 오션월드 등
여러 곳에서 1980년까지 총 11차례의 사육 시도가 있었지만
전부 열흘을 채 넘기지 못했다.
단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개체가 먹이조차 거부했으며
일부는 죽었고 나머지는 사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방생했다.
1980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Steinhart Aquarium에서
암컷 백상아리를 데려와 이름(Sandy)을 붙여주고 사육을 시도했지만
먹이를 거부하며 지속적으로 수조 벽을 들이받았고
결국 5일 만에 방생했다.
1981년에는 씨월드에서는 16일 동안
"살려 두기"에 성공해서 기록을 세웠고 이후 방생됐다.
1984년에는 몬트레이베이 아쿠아리움에서 열흘 동안 데리고 있었지만 결국 죽었다.
심지어는 어미의 자궁에서 갓 꺼낸
아주 어린 새끼들을 사육하겠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지만 이마저도 하루만에 전부 죽고 말았다.
가두리 양식장처럼 바다에 그물을 쳐서 수용하는 등
몇 차례의 사육 시도가 더 있었지만
장기 사육은 번번히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앞선 2004년 나온 몬트레이베이 수족관에서 총 25차례의 시도 이후
즉 적어도 백상아리 25마리를 포획해서 사육을 시도한 결과
1.4m 길이의 작은 백상아리를 무려 198일간 사육하는 데 성공했다.
백만 갤런(약 370만 리터)의 바닷물이 들어있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수조에
작은 개체를 수용한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이후 몬트레이베이 아쿠아리움에서는
여러 차례 백상아리의 장기 사육에 성공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6마리의 어린 백상아리를 붙잡아
수십 일에서 100일 정도 사육한 후에 몸집이 커졌다 싶으면
전파 발신기를 부착해서 다시 야생으로 방생했다.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상아리의 이동경로는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짧은 사육 기간에도 아쿠아리움의 수익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됐다.
백상아리는 몬트레이베이 수족관의 명물이 됐다.
사람들은 작은 상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으며
상어가 먹이를 물 때마다 탄성을 터뜨렸다.
이어서 2011년에 몬트레이베이 수족관은
작은 수컷을 55일간 사육하고 바다로 돌려보냈고
이후 더 이상 백상아리 사육을 시도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어느 곳에서도 백상아리를 기르려고 하지 않았다.
근데 바로 올해 2016년 1월 5일
일본 남서쪽의 바다에서 3.5m 길이의 수컷 백상아리가 그물에 걸렸다.
이 소식은 곧바로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에 전해졌다
츄라우미(美ら海) 수족관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수족관으로
이미 고래상어나 쥐가오리 같은 대형 어류의 사육으로 유명했다.
물론 백상아리의 사육이 성공한 사례는 전혀 없었지만
무슨 자신감에선지 백상아리를 구입해 수조에 집어넣었고
좀처럼 보기 힘든 백상아리를 손에 넣은 수족관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상어는 모든 먹이를 거부하다가 전시 3일째 되는 날 가라앉아 죽고 말았다.
이 사건은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고
결국 츄라우미 수족관은 돈도 잃고 상어도 잃고 욕만 먹었다.
2016년 4월 기준으로 현재 전세계에서 백상아리를 전시용으로 사육하는 곳은 없다.
다만 캘리포니아 쉐드 수족관에선 미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백상아리의 훈련을 시도하고 있는데
바로 이 백상아리를 무기화하기 위해서다.
백상아리를 멍청하고 사나운 짐승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끝으로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호주의 한 어부는 어느 날 자신의 그물에서 백상아리를 발견했고, 급히 풀어서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주었다.
이후 무려 2년이 지났지만
그 백상아리는 여전히 어부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는 이 백상아리에게 이름도 붙여주었다.
"가끔 내가 배를 멈추면 신디(Cindy)는 내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내가 신디의 배와 목을 쓰다듬도록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쓰다듬어 줄 때는 기분이 좋은 듯 소리를 내며 눈을 돌리고 지느러미를 흔든다."
그는 백상아리 신디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몇 번이나 밀어내고 도망쳤지만 또 쫓아와서
이제는 생계를 걱정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