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원만 넣으면 콘돔 2개가 나오는,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광주광역시 충장로에 설치됐다.
15일 광주 충장로의 개방형 성인용품 판매장 '스팟라이트' 업주는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의 제안으로 이 자판기를 지난 2월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자판기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자판기에 100원을 넣은 뒤 레버를 돌리면 콘돔 2개가 나온다. 이 콘돔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도 진행하지 않은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콘돔 가격을 100원으로 정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작은 책임감'이라도 주자는 뜻이 담겨 있다.
업체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여 이 이 자판기에서 콘돔을 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판기를 이용하려는 성인들에게 '청소년 전용 자판기'임을 알리고 사용을 제지한다고 전했다.
이 자판기는 청소년들이 콘돔 구매에 연령 제한이 없음에도 어려워하는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설치됐다.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설치된 곳은 광주를 비롯해 서울 2곳, 충남 홍성 1곳 등 모두 4곳이다.
2016년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절반가량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그중 21.4%는 임신을 하거나 9.1%는 성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앞서 인스팅터스는 직접 개발한 콘돔을 청소년에게 무료로 배달해주는 '프렌치레터(콘돔의 영어식 은어)' 사업을 진행했지만,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 역시 청소년들이 꺼린다는 것을 알게 돼 자판기 보급에 나섰다.
이들은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콘돔을 공급하면서도 100원씩 받은 돈은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전액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오히려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장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진아 인스팅터스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콘돔이 필요한데 구할 수 없어서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는 사실”이라며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왜곡된 인식 탓에 자판기 꺼리는 곳이 많았지만, 이제는 학교에도 설치해달라는 제안이 접수될 만큼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