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을 보지 않는 이유기사입력2015.04.04 오전 11:41http://static.news.naver.net/image/entertain/2016/04/sp_ico.png");background-repeat:no-repeat;display:block;width:1px;height:9px;">최종수정2015.04.04 오전 11:45기사원문http://static.news.naver.net/image/entertain/2016/04/sp_ico.png");background-repeat:no-repeat;display:block;width:1px;height:9px;">http://static.news.naver.net/image/entertain/2017/02/22/sp_entertain.png");background-repeat:no-repeat;display:inline-block;vertical-align:top;width:14px;height:14px;margin:1px 5px 0px 0px;">댓글64 이미지 원본보기 ⓒJtbc 화면 갈무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위)는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 편 1회에 평가단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는 고발보다는 ‘모범’에 강조점을 두었다. 나는 이영돈씨를 만난 적이 없다. 그의 방송에 딱 한 번 출연한 적이 있을 뿐이다. 채널A의 <먹거리 X파일> '착한 식당' 편 1회에 평가단으로 참여했다. <먹거리 X파일>이 기획 단계에 있을 때 PD와 작가가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착한 식당' 포맷을 말하며 의견을 물었다. 나는 고발보다는 모범에 강조점을 두며 말했다. 여느 식당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개선될 일을 지적한 후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따라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평가단도 신뢰할 만한 이들로 꾸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첫 회 주제가 밥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밥이 가장 중요하니 그렇게 한 것이다. 모범이 될 착한 식당은 내가 선정해주었다. 이 식당은 반찬으로 보자면 그다지 맛있는 편이 아니다. MSG도 쓴다. 허름하여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집을 선택한 까닭은 밥솥을 대여섯 개 놓고 그때그때 갓 지은 밥을 손님에게 제공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스테인리스 공기에 밥을 보관하는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개선점(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첫 회 녹화가 마무리될 즈음 김재환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JTBC에서 <미각 스캔들>을 하게 되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김 감독과는 <트루맛쇼>에서 처음 보았고 이 다큐멘터리를 확장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이미 한 적이 있었다. 나와의 접촉을 보자면 <미각 스캔들>이 먼저였다. 그래서 <먹거리 X파일> 제작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평가단에서 빠졌다. 대신에 자문에는 언제든 응하겠다고 했다. 이후 <먹거리 X파일> 작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전화를 했고 나도 정성껏 정보를 주었다. 방송 내용에 조금 미흡한 점이 보여도 사정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다 메밀국수 편에서 사건이 터졌다. 작가가 전화를 해 100% 메밀로 만든 국수를 찾아 착한 식당으로 선정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 일이 의미 없음을 설명했다. "메밀은 원래 끈기와 찰기가 없어 밀가루나 전분을 조금 섞는 게 보통의 일이며, 또한 이게 더 맛있다. 전통적 방법으로 보아도 메밀국수에 녹말을 섞는다고 조선 문헌에 나온다. 메밀국수는 일본이 발달해 있는데, 여기서도 밀가루를 20~30% 섞는 게 일반적이다. 100% 메밀국수야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맛으로 보자면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니 100% 메밀국수는 착한 식당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100% 메밀국수 식당을 찾아내 '착하다'고 딱지를 붙였다. 밀가루 등을 섞는 메밀국수집은 사기를 치는 곳인 양 다루었다.
그때 평가단 중 한 명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일간지 음식전문 기자였으며, 일본 특파원까지 지내 메밀국수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방송이었다. 나는 제작진에게 항의하고 자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후 인연을 끊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시청률이 터졌다. 착한 식당이 100% 메밀국수 방송으로 크게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식당도 대박을 쳤다. JTBC <미각 스캔들>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100% 메밀국수가 의미 없음을 찬찬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오히려 <미각 스캔들>의 방송을 의미 없다고 보았다.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방송에서 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실감했다.
이미지 원본보기 ⓒ시사IN 신선영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이 ‘착한 식당’ 명패를 달고 있다. <먹거리 X파일>이 선정한 착한 식당이 화제가 되면서 선정된 식당들도 이른바 ‘대박’을 쳤다. 이후 비슷한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미각 스캔들>에서 '조미료 냉면 육수'를 다루었다. 인간의 미각은 허술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수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거리 X파일>에서도 이를 다시 다루었다. MSG를 악의 축으로 몰았다. <미각 스캔들>에서 도가니 없는 도가니탕을 취재하다 닫았다. '진짜 도가니탕'을 찾아서 이를 확인하니 소 한 마리에 달랑 네 쪽 나오는 도가니를 두고 이게 들었네 어쩌네 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로 보였다. 소힘줄탕을 도가니탕이라 잘못 부르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먹거리 X파일>은 '진짜 도가니탕'을 찾아내어 여기에 '착하다'는 딱지를 붙였다. 도가니탕이라는 이름의 소힘줄탕을 파는 식당들은 졸지에 나쁜 식당이 되었다.
반찬 재활용해도 '착한 식당'이 될 수 있다?
조작 방송이건 억지 방송이건 간에 <먹거리 X파일>은 시청률이 높았고, 이 시청률 덕에 이영돈씨는 '착하지 않은' 식당의 죄를 사면해주는 권력까지 쥐게 되었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한 김치찌개집이 반찬을 재활용하다가 손님에게 걸렸다. 이는 법을 어긴 것이고 행정처분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이영돈씨는 이 식당에 친히 왕림하여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는 훈시를 하고 착한 식당 명패를 계속 달게 두었다. 법 위에 이영돈씨가 군림하게 된 것이다.
나는 여러 방법으로 꾸준히 <먹거리 X파일>의 제작 행태를 문제 삼았다. 그러다 이래서 얻는 게 뭔가 싶어 이영돈씨가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시청자가 안 보면 이영돈씨도 사라질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릭 요구르트를 들고 음식문화 판에 돌아왔고, <먹거리 X파일> 때와 유사한 일이 또 벌어졌다.
그는 국내 그릭 요구르트 식당의 메뉴판 하나 살피지 못하는 눈으로 그리스에 날아가 그릭 요구르트 운운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살피지 못하는 눈'이라 했으나 의도적으로 보지 않고 조작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 가게의 메뉴판을 보면 안다. 탐사보도의 1인자라는 이가 어찌 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가당과 무가당 요구르트를 자신에게 필요한 하나만 찍어서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와 같이 일하는 PD와 작가, 그리고 평가단도 이 일에 대해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방송은 시청자 수준에 맞춰 제작될 수밖에 없다. 이영돈씨의 방송이 먹히는 것은 시청자의 수준이 딱 거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조작의 의심이 가든 억지든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면 이영돈씨는 언제든 돌아와 다시 방송을 할 것이다.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나는 '이영돈'을 다시 볼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