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환영회에서 생일파티를 하다가 숨졌다고요?”
광주 S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생, L양. 그녀를 저 세상에 보낸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의 죽음도 억울한 상황. 하지만 더 화가나는 건, 학교와 언론 등 주변의 태도다.
“4학년생이 신입생 환영회에 따라갔고, 생일파티를 하다가 숨졌다고요?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오보 때문에 유족 및 친구들은 다시 한 번 상처를 받고 있어요.” (K양. 고인 L씨의 친구)
지난 16일, 전남 나주의 한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명 ‘초코파이’ 사망 사고. 광주 S대학교 4학년 학생이 초코파이를 먹다 질식한 사건이다.
L씨의 사망 사고는 뉴스로 보도됐다. <대학교 4학년생이 신입생 환영회에 따라갔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었으며, 초코파이 빨리먹기 내기를 하다 죽었다>고 전해졌다.
고인의 친구 K양은 L씨의 죽음이 와전됐다며 분개했다. 그는 고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MT전에 나눈 대화, 그리고 현장 친구들의 증언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K양은 우선 오보부터 바로 잡았다. 우선 해당 모임은 신입생 환영회가 아니었다는 것. K양은 “4학년 졸업반이 신입생 환영회를 왜 따라가겠냐”며 “어쩔 수 없이 MT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잘못된) 기사를 보고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4학년이 신입생 환영회에 왜 따라 갔느냐고’요. 신입생 환영회가 아닙니다. 간호학과 전학년을 대상으로 한 MT였습니다.” (K양)
K양은 MT역시 학교 측의 압박(?)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K양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 11일. K양에 따르면 당시 고인은 “MT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MT일인 3월 16일은 고인의 생일이었다. K양은 “누가 생일에 MT를 가고 싶어하겠냐”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자의로 간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필수 참가였습니다. 그런데 누가 교육청에 이 사실을 신고해 자율 참석으로 바뀌었어요. 친구는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안가도 된다고 기뻐했어요.” (K양)
하지만 L씨는 결국 MT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취업 추천서에 MT 참석 여부를 반영한다”는 (일부 교수들의) 언급이 있었던 것. 졸업을 앞둔 L씨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K양은 문제의 게임에 대해서도 상세히 전했다. A씨의 생일을 기념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 공식 레크리에이션 도중에 벌어진 사고라고 덧붙였다.
“학생회가 게임을 만들었고, 교수들은 지켜봤습니다. 음식 빨리 먹기 게임이었고요. 친구가 게임에 참석했고요. 레몬과 초코파이 중 초코파이를 선택했습니다.” (K양)
그럼에도 불구, 학교 측은 해당 사고 경위를 자발적인 생일파티로 둔갑시켰다. 심지어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입까지 단속시켰다.
실제로 ‘디스패치’가 입수한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살펴 보면, “애들끼리 놀다 그랬다고 하라”, “언니들끼리 생일파티하다가 그런 걸로 하라”는 대목이 나온다. 해당 사건에 대한 오보 역시 학교 측의 거짓 정보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K양은 “친구가 목이 막혀 화장실을 갔다. 그 사이 게임은 진행됐다”면서 “뒤늦게 교수들이 사고를 알고 CPR 등을 조치했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분노했다.
결국 L씨는 화장실에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화장실 변기에 얼굴을 묻은 상태였다. 그녀의 23번째 생일은 그렇게 생의 마지막 날이 되고 말았다.
K양과 또 다른 학과 친구들은 학교 측의 대응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분명 교수들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사고 이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남은 가족과 친구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지금 바라는 건, 더이상 잘못된 내용이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악플까지 달리니까요. 조금만 더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한편 S대학교 측은 고인의 죽음과 관한 몇가지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