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지나다가 쉽게 볼 수 있는 경찰 순찰차가 한 가족에게 생명의 은인이 됐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부부.
두 살배기 아기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황이었는데요.
차량 정체 때문에 야속한 시간만 흘러갈 때, 한 경찰관의 발 빠른 대처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병원까지 20분 넘게 걸릴 상황이었는데, 단 4분만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지켜냈습니다.
순찰차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를 듣고 길을 비켜준 시민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긴박했던 현장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의 한 도로입니다.
순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켜고 비상점멸등을 깜빡이며 다급하게 이동합니다.
<녹취> 목격 시민(음성변조) : "보통은 저기(도로)로 가는데 워낙 막혔어요. 이리로 그냥 지나갔어. (방지턱) 위로. 다 막혔어. 아무리 비상등에 사이렌을 켜도 비켜갈 구멍이 있어야 저기 (도로)로 가잖아요."
이 순찰차 안에는 아기를 안은 30대 부부가 타고 있었습니다.
긴박한 상황은 30분 전 시작됐습니다.
저녁 7시 무렵.
아이 엄마는 며칠째 감기를 앓고 있던 두살배기 아들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거 쓰러졌던 겁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갑자기 아이가 (열이) 37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쭉 올라가더니 눈이 위쪽으로 올라가더라고요. 그러더니 정신을 잃어버린 거예요."
열경련을 하며 의식을 잃은 아이.
아이 부모는 황급히 아이를 들쳐 안고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뛰어나가서 구급차 부를 이럴 생각도 못하고 빨리 택시를 잡아서 갔는데 계속 정신 차리게 이름 부르면서 ‘정신 차려, 정신 차려!’ 하면서 눈을 뜨게 하고 택시 운전사보고는 빨리 가달라고 그러고 있고."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
하지만 야속하게도 주말 저녁 도로 사정은 아이 부모의 마음 같지 않았습니다.
꽉 막힌 도로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택시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 때 인근에 있는 파출소가 떠올랐습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너무 답답하니까 근처에 파출소가 생각이 나서 파출소로 빨리 꺾어서 갔죠.”
순찰을 마치고 파출소로 복귀한 최홍준 순경 앞으로 아이 부모가 황급히 뛰어들어왔습니다.
<녹취> 최홍준(순경/경기도 성남시 도촌파출소) : “당황하셔서 거의 울기 직전인 상태였고 아이의 상태를 보니까 호흡이 안 되고 부모님이 엉덩이랑 등을 두들겨도 반응이 없는 상태여서요. 바로 응급환자인 걸 감지했습니다.”
최 순경은 곧바로 아이를 순찰차에 태웠습니다.
가까운 병원까지의 거리는 4km 남짓.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는 아이를 보며, 최 순경은 사이렌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최홍준(순경/경기도 성남시 도촌파출소) : “더 시간을 지체하면 상황이 안 좋아질 거 같아서 빠르고 신속하게 수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속도를 올리며 빠르게 달려 나왔지만, 순찰차도 교통 정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최홍준(순경/경기도 성남시 도촌파출소) : “병원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정체 구간이 중간중간에 있는데요. 더군다나 퇴근시간대여서 차량들이 몰리는 시간대였어요. 감안해서 사이렌을 울리고 안내 방송을 했는데요.”
순찰차 안에서 아이 부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의식을 잃은 아이는 미동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앞에 차 좀 비켜달라고 여기 응급환자 타 있다고 마이크로 방송하면서 차들이 조금씩 비켜줄 때마다 비켜줘서 가서…….”
그 순간, 앞서있던 차량들이 순찰차가 지나갈 길을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최홍준(순경/경기도 성남시 도촌파출소) : “다행히도 시민분들이 앞에 있는 차량은 차를 비켜주기도 하고요. 지나가시는 보행자분들은 빨리 가시거나 잠깐 자리에 멈춰서 차량 소통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매일 순찰을 돌던 길이기에 최 순경은 지름길 등 주변 도로 사정이 밝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20분 정도 걸릴 거리인데 4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4분밖에 안 걸렸으니 엄청 빨리 간 거죠. 응급실 빨리 가서 응급환자라고 저희 다 들여보내 주시고 거기까지 하셨어요.”
병원에 도착한 아기는 다행히 응급치료를 받고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녹취> 김희정(아이 어머니) : “병원 가서 들어보면 아기가 조금 더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정말 다행히 빨리 왔으니까 다행이었다고. 정말 다행이라고 그 말씀 듣는데 정말 한숨이…….”
경찰의 발빠른 대처에 고마움을 전한 아이의 부모, 최 순경은 협조를 해 준 시민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습니다.
<녹취> 최홍준(순경/경기도 성남시 도촌파출소) : “시민들이 협조를 많이 해주셔서 차량뿐만 아니라 보행자 분들도 협조를 많이 해주셔서 그 덕택에 골든타임 안에 저희가 도착할 수 있었고요. 이 자리 빌려서 도움을 주신 차량 운전자분이나 보행자 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충남 아산에서도 경찰과 시민이 힘을 모아 23개월 짜리 아이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아이를 태운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자, 운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길을 내줬습니다.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아이는 호흡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발빠르게 병원에 도착한 덕분에 응급 처치를 받고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녹취> 박일규(순경/충남 아산시 음봉파출소) : “아이가 정말 위급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이렌을 켜면서 마이크 방송으로 시민들한테 협조를 구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책임감을 다한 경찰, 그리고 성숙한 시민 의식이 모여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