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선명한 꿈을 꾸었다.
20년전 초등학교 때에 반 인기 투표에서
일등을 했던 기분 좋은 꿈이였다.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세면장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두근거리는 가슴이 순식간에 답답해져 버렸다.
20년 전에는 아니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들 못지않은 생김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였다.
그런데 군전역을 하고 교통사고 후 다리를 다쳐 몇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한창 먹을 나이에 먹기는 많이 먹고 그 때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살이 지나치게
많이 쪄버리게 된것이였다.
그리고 다리가 완쾌되어도 괜히 무리하게 운동하기도 겁나고 그렇게 1년, 2년 지나다 보니
엄청나게 살이 쪄버린 상황이였다.
그리고 현실에 직시하고 뚱뚱한 채로 살아가던 중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에게 매달리다 시피해서 지금은 애인이 있긴한 상황이였다.
그 애인에게서 세면 중에 전화가 왔다.
씻는 중에 전화가 와서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전화를 받는다고 늦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글래? 전화를 왜이리 늦게 받어?"
"아..씻는중이라서..미안.."
그녀가 아침부터 전화해서 나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약간 하고는 약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달에 내 생일인데 선물 뭐 해줄꺼야?"
얼마 전에 화이트데이라고 목걸이를 해달라기에 목걸이 선물 해준지가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 선물 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 투정에 나도 짜증이 났다.
"너 정말 나 좋아해서 만나 는거 맞어?"
약간의 정적 후 그녀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맨날 선물..선물...아님 용돈..용돈.."
전화기 너머로 나의 소심한 신경질에 놀랬던 것 같은 눈치였다.
"그 깟 선물 얼마나 한다고 신경질이야~! 그래...나 너 안 좋아한다 됐나?!"
그녀의 톤이 높은 소리에 약간의 주눅이 들어서 말했다.
"그..게 아니라...아침부터 전화해서 선물 사달라고 하니깐...내가 조금 흥분 했나봐.."
"사귀는 사이끼리 선물 해주는게 무슨 대수야???"
또 속으로 삭히면서 생각을 했다.
- 자기는 나한테 한 번도 선물을 해준적 없으면서...-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내가 조금 전 흥분해서 미안.."
"됐고~! 이제 내가 연락하기 전에 연락하지마~!!"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그녀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자존심은 상하지 않고 힘들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해서 점심시간 될 때까지 그녀에게 연락 한번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처음에 날에게 조금의 호감도 없었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내가 식스팩의 꽃미남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같이 그녀의 투정을 들을 때면
-여기서 끝 내?? 아니야...내가 또 어디가서 저런 여자를 만날까..-
이런 생각으로 그녀와 만난 지 2년이 다 되어갔다.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그녀가 말한데로 한 통의 전화, 한 통의 문자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여자친구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여친 만난다고 잘 만나지 못했던 정말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어~ 오래간만이네~"
"그러게.. 잘 지냈나?"
"당연하지~ 요즘 어때 살좀 빠졌나?"
"더 쪘다~!!ㅋ"
"그래?? 이제 굴러 다니겠네~ㅋ"
"이색히~ㅋ 주글라꼬~ㅋ"
"근대 왜 전화 했노?"
"술이나 한 잔하자고.."
"지금?"
"응..지금.."
"뭔 일 있나?"
"만나서 이야기 해줄께.."
간만에 친한 친구랑 전화하며 농담도 하니깐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친구랑 약속한 호프집에 갔더니 친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호프집 문을 열고 친구에게 손을 흔들고 웃으면서 그쪽자리로 가는데
옆에서 누가 날 보는 느낌이 들었다.
옆을 보니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날 쳐다보더니
눈이 마주치니 눈을 피하는 것이였다.
-설마...나를 봤던건 어니겠지..-
우리는 창가에 있는 자리에 앉았고 맥주와 소세지 안주를 시켰다.
친구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던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중 전화가 왔다.
여자친구였다.
내가 친구를 만나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 그녀가 친구랑 있다는걸 알면
좋은 소리가 안 나올듯 하기에
친구앞에서 통화하기엔 쑥스러워 술집 문을 나가서 통화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다다다다)
그리고 아까 날 쳐다보던 그 나보다 어려 보이는 그녀가 따라나 온것이였다.
전화기를 귀에 되고 그녀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왜요?"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했다.
그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굉장히 난감해 하면서 말했다.
"가신 줄 알고요 죄송합니다."
난 여자친구에게 잠시 끊자고 말하고
다시 그녀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술값 떼어먹고 갈 사람은 아닌데요^^"
"아뇨 그게 아...니라 인상이 좋으셔서 연락처라도 받을려고..."
난 순간 잘 못들은 줄 알았다.
"네??? 뭐라고요??"
"아뇨....그러니깐...전화번호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내 전화 번호를 불렀다.
너무 떨려서 순간적으로 내 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010 - 6355...7253"
그녀는 자기 핸드폰에 입력하고 있었다.
입력이 다 했는지 그녀는 웃음 지으며 부끄러워 하는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다시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호프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
다시 여친에게 전화했다.
"야~!! 왜 갑자기 전화를 끊고 그래~!!"
"말좀 이쁘게 하자~!"
나의 이런반응이 그녀는 생소한지 짜증내면서 말했다.
"정말 오늘 따라 왜이래??"
여친의 반응에 나도 욱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니가 나에게 투정부릴 때 나 헌팅 당했다~"
"거짓말하고 있네 그럼 함 바꾸어봐"
"연락처만 받고 가던데"
"거짓말하고 있네.. 어디 이야기를 딴데로 돌리고 있어~ 어쩌고저쩌고 "
잔소리가 너무 심해 전화를 그냥 끊고 밧데리를 뽑았다.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니 그녀가 날보더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그 옆에 있던 친구인지 알바인지 다른 여자애는 씨익 웃었다.
자리로 돌아가니 친구가 나에게 심각하게 말했다
"저기 보이는 여자애가 나에게 관심있나봐..아까부터 계속날 쳐다본다~"
친구가 말하는 쪽으로 봤더니 아까 나에게 연락처를 받아간 여자였다.
아니야 날보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친구가 믿지 않을것 같기에 고개만 끄덕이며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그런가보네"
맥주 한 컵을 그대로 들이켰다.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 왜 나에게 연락처를 받아갔을까.. 저 여자애도 내가 호구인거 알고 그러는가..-
친구랑 건배하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약간 취기가 올랐다.
갑자기 전화를 끊은 여자친구도 미안하고 해서
핸드폰 밧데리를 연결하고 전원을 켰는데
문자가 몇 통 들어와 있었다.
[니가 감히 내전화를 끊어!]
[이제 너랑 나랑 끝이야 연락하지마!]
[지금 전화로 사과하고 우리집 앞에 와서 다시 사과하면 용서해줄께!]
[야! 이xx야 전화 안받나?]
항상 여자친구를 만나면 니가 어디가서 나같은 여자를 만나겠냐라는
뉘앙스를 자주 풍겼는데
오늘 또 다시 가슴으로 되새겼다.
-그래 헤어지자...-
술을 진탕 마시고 나설려는데
친구는 술을 적게 마셨는지 나를 부축해 주었다.
부축해주는 친구의 품이 너무나 따스했다.
마치 포근한 여자의 품속 같았다.
나의 오른팔이 친구의 목을감고 있었는데 내 손바닥으로
말캉말캉한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서 봤더니
친구의 가슴이 봉긋한 것이였다.
-어~?? 친구가 왜이리 가슴이 나왔지??-
고개를 들어 옆에 부축해준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니
친구가 아니라 아까 술집에서 봤던 그녀였다.
술집에서 그녀가 퇴근시간이 되어 퇴근하면서 취한 나를 보며 부축해준 것이였다.
친구는 주위에 없었다.
약간 의야해 하며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제 친구는요??"
"술값 계산하고 택시 타고 갔어요"
-아~!! 친구는 먼저 갔구나 -
그녀가 약간 염려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집이 어디예요?"
"성당동입니다.."
"아직 거기 사시네요.."
"네????"
그녀의 말에 술이 확 깨는 기분이였다.
"제가 성당동 사는 거 어떻게 아셨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 던중에 우리앞으로 택시 한 대가 섰다.
그녀가 나를 택시에 태우고는
"조심히 들어가세요..연락 드릴게요.."
궁금한 것을 묻지도 못한 채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아까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으면 내가 전화하면 되는데
그녀만 내 번호를 알고 난 그녀의 번호를 몰랐기에 더욱 답답했다.
그리고 그날 부터 돌아오는 토요일까지 여자친구도 연락이 없었고,
호프집 그녀도 연락이 없었다.
토요일 오후에 핸드폰이 울렸다.
생소한 처음보는 전화번호 였다.
"여보세요?"
"그 때 잘 들어 가셨나요?"
그 때 호프집 그녀 였다.
"내 덕분에 잘 들어 왔어요.."
"그때 많이 취하신것 같던데..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봐요.."
"네..조금...그런데 제가 성당동 사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네???"
"오늘 만나서 말씀 드릴께요.."
얼떨결에 그녀랑 공원에서 만나게 되었다.
시간 맞추어서 나간다는게 먼저 나가게 되었다.
공원 벤취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리던중에 여친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화가 풀렸는듯 약간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전화도 없고 이제 나 안 만날려고???"
"네가 전화 하지 말라며.."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 남자가 풀어주고 그러는게 기본 아니가??"
저 앞에서 호프집 그녀가 나에게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잠깐만 내가 다시 전화 할께..."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호프집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가방에서 단지 바나나우유를 꺼내서 내게 건냈다.
"제가 늦었죠~^^ 이건 늦어서 뇌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