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버린 지드래곤..음반 4차 혁명 신호탄

어디에도 작성일 17.06.14 1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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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권지용’ USB. 국내 가수 최초로 CD가 아닌 USB로만 음악을 담아 판다. 붉은 색의 용기엔 권지용의 이름과 생년월일, 혈액형이 새겨져 있다. 권지용의 어머니가 아들이 태어났을 때 쓴 글씨를 복원했다.

USB 하나 주세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한 여성이 판매대를 지키고 있는 남성에 이 말을 하며 신용카드를 내밀자 붉은색 CD 케이스를 내민다. 그룹 빅뱅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29ㆍ본명 권지용)의 공연장 주변에 설치된 음반ㆍDVD 판매 부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40여 분 동안 줄을 서 ‘권지용’ USB를 산 뒤 기자와 만난 정유진(18)씨는 “USB로 앨범을 내는 게 신선하고 새로웠다”며 “CD보다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의미도 있어 더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지드래곤은 솔로 앨범 ‘권지용’을 USB로 냈다. 12일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YG)에 따르면 ‘권지용’의 CD는 발매되지 않는다. 가수 김장훈이 2010년 음악을 CDUBS로 함께 제작한 적은 있지만, 신곡을 CDLP로 내지 않고 USB에만 담아 오프라인 유통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YG는 19일부터 핫트랙스 등 음반 매장에 ‘권지용’ USB를 정식 유통한다. 이제 매장에서 가수의 신보를 살 때 CD 대신 USB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음악을 담는 그릇이 LP에서 테이프로, CD를 거쳐 USB로 변화하는 ‘4차 음반 혁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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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 USB를 컴퓨터에 꽂았을 때 화면. 시리얼 넘버를 입력해야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USB에 시리얼넘버 넣고 다운… 지드래곤의 실험

아이돌의 신작 USB 발매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CD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생기도 찾기 어렵고 휴대조차 불편한 CD는 활용도를 내세운 USB에 밀려 음반 산업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권지용’ USB를 산 뒤 만난 박재욱(38)씨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디지털 음원으로만 스트리밍해 듣기는 싫어서 지금까지 CD를 사왔다”며 “하지만 워낙 효용성이 떨어져 앞으로 CDUSB가 동시에 나온다고 해도 USB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장식용으로 전락한 CD 대신 USB는 음악을 유통하는 ‘디지털 놀이터’로 거듭났다. ‘권지용’ USB엔 링크가 담겨 있다. CD 케이스에 담긴 시리얼 넘버를 입력한 뒤 특정 사이트에서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을 내려 받아 사용하는 형식이다. USBMP3 등 음원을 직접 담지 않은 건 재미를 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관문’을 세워 이를 통과(시리얼넘버)한 뒤 직접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 행위로 소유에 대한 즐거움을 주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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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룹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의 '권지용' USB 앨범 등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USB도 음반 인정”… 달라진 제도

지드래곤의 USB 발매를 분기점 삼아 음반 관련 제도도 달라진다. 음반 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는 이르면 이달부터 앨범 판매 집계 대상에 USB도 포함하기로 했다. LP, 테이프, CD만 집계했던 관례를 깨고 USB도 음반으로 인정한 것이다. 음콘협 관계자는 “음악을 담는 매체 변화를 반영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의 USB 제작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아예 CD를 내지 않고 USB만 발매하는 쪽으로 추세가 급변하고 있는 데 따른 조처다. 지드래곤에 앞서 가수 이승기도 지난 2월 ‘내 여자라니까’ 등 자신의 노래 24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을 USB로만 출시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의 ‘권지용’ USB는 가온차트의 음반 판매 집계 대상에선 제외될 전망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원을 매체에 고정해야 음반인데, ‘권지용’ USB는 매체 안에 음원이 고정된 게 아닌 온라인에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USB에 음원을 실으면 음반이고, 그렇지 않으면 음반이 아니라는 게 음콘협의 입장이다. CD가 아닌 ‘키노 앨범’도 음반 판매량이 아닌 다운로드로 분류해 순위에 반영한다. 키노 앨범은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카드 형태로 제작된 음반이다.

가온차트와 한터차트 ‘권지용’ USB 음반 인정 두고 이견 ‘혼란’

이로 인해 당분간 음반에 대한 개념 정의를 둘러싼 업계 내 갈등과 소비자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한터차트의 관계자는 가온차트와 달리 “‘권지용’ USB를 음반으로 분류, 앨범 판매량 집계 대상으로 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가온차트와 한터차트의 ‘권지용’ USB 앨범 집계에 대한 기준이 엇갈리면서 방송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도 혼선이 예상된다. 방송사들이 음악 프로그램 순위 산정에 두 차트의 자료를 따로 쓰고 있어서다. SBS ‘인기가요’와 MBC ‘쇼!음악중심’은 가온차트를, KBS2’뮤직뱅크’와 Mnet ‘엠카운트다운’은 한터차트의 자료를 각각 사용해 매주 순위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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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래퍼인 지드래곤은 USB로만 앨범을 내는 실험을 했다.

음원이 매체에 고정돼야 음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지만, 음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위에 집중해 음반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급속한 매체 변화로 앞으로 음반의 형태가 어떻게 다양하게 바뀔지 모르는데 외형과 저장 방식을 음반의 기준으로 삼는 건 낡은 잣대라는 주장이다. 서울레코드페어를 기획한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가수 이랑의 앨범 ‘신의 놀이’에는 이랑이 쓴 책과 음원을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코드만 들어있다”며 “CD 즉 음반은 없지만 소비자들은 ‘신의 놀이’를 살 때 음반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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